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증권시장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주가가 오를 업종과 내릴 업종에 대한 전망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2기 경제팀의 정책 청사진을 바탕으로 하반기 증시를 전망했다.
[FOCUS] 돛 올린 2기 경제팀, 오를 종목? 내릴 종목?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실세’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 청사진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2기 경제팀 출범 이틀 만에 코스피 지수가 2020선을 돌파,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기 경제팀 출범에 맞춰 주가가 연이어 상승한 것은 새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최근 소비, 유통, 해운 관련 종목이 많이 상승한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지속된 박스권에 갇힌 구도를 깰 강력한 정책 기대가 없었던 증시에도 근본적인 변화 조짐이 일 분위기다. 한국판 ‘아베노믹스’, ‘모디노믹스’에 비견되는 강력한 정책 상승 동력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기대는 집권 2년 차 정책 모멘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데 쏠리고 있다. 노태우 정권 이래 과거 5개 정권에서 집권 2년 차 내지는 2기 경제팀 출범을 전후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주요 정책을 밀어붙일 정권의 힘이 강하면서, 1년간 시장과 관료에 대한 파악도 마친 시기가 집권 2년 차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 집권 2년 차 때 증권시장 반응이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많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 2년 차인 1999~2000년 랠리 기간에 코스피 지수는 82.8%, 코스닥 지수는 240.7% 올랐다. 노무현 정권 2년 차인 2004년 중반~2006년 초까지 기간 코스피 지수는 93.0% 상승했다. 이명박 정권 2년 차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코스피 지수가 132.3%, 코스닥 지수가 79.6% 상승하는 랠리가 지속됐다.

대신증권이 역대 정권 경제팀의 분기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도 유사했다. 각 정권 1기 경제팀과 2기 경제팀이 교대하는 1년 차 4분기와 2년 차 1, 2분기에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건설주부터 구체화된 최경환 ‘약발’
특히 이명박 정권 때는 2기 윤증현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1기 강만수 경제팀하에서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평균 주가 상승률이 2년 차 1분기 13.4%, 2분기 14.8%, 3분기 9.9% 식으로 순식간에 고속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대중 정부 때도 집권 1년 차 4분기와 2년 차 1, 2분기에 분기당 평균 주가가 23.4~51.3% 올랐다.

정권별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 중에는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종목이 많았다. 노태우 정부에선 KCC(86.9%), 한일시멘트(79.9%) 등 주택 200만 호 건설 수혜주가 부각됐다. 김영삼 정권에선 시장 개방에 따라 삼성전자(388.5%), SK텔레콤(357.5%) 등 업종 대표주가 각광을 받았다. 김대중 정권에선 신용카드 활성화 등 내수진작책으로 신세계(566.3%), 롯데칠성(661.9%) 등 내수주가 약진했다. 노무현 정권의 대중국 관련주와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 정책 영향을 받은 ‘전차군단’ 대형주도 비슷한 사례다.

‘경제 실세’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인화성’ 강한 정책 구상에 힘입어 건설주(부동산 규제 완화), 고배당주(배당활성화 정책), 담배 관련주(담뱃세 인상)는 ‘최경환주’로 분류되며 6월부터 들썩였다. 내수활성화 기조가 확고함에 따라 은행과 유통 관련주 등으로 ‘수혜주’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고 외국인 자금을 유인하기 위해선 뚜렷한 정책 모멘텀이 필요한데 그동안 한국 증시는 정책 기대가 부족했다”며 “2기 경제팀이 시장의 자금을 끌어들일 뚜렷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증시 지형의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가장 먼저 부각되는 것은 건설주다. 6월 13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발언이 나온 뒤 주가가 오랜 부진을 지나 뛰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이 기간 동안 10~20% 뛰었다. 동부건설, 일성건설 등 30% 이상 급등한 중소형 건설주도 줄을 이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TV와 DTI 규제가 완화되면 우선적으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업체들이 재평가될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라고 말했다. 지방 건설사들의 낙수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와 부산 등 지방 대도시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규제 완화가 지방에서 강점을 지닌 중소 건설사 반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기대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배당 확대·증시 활성화의 기폭제
최 부총리가 “배당 확대를 통한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증권가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배당을 지나치게 적게 하는 기업에 벌칙을 부과하는 방식의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겠냐는 기대도 많다.

2기 경제팀의 ‘배당 확대를 통한 증시 활성화’ 방침은 2년 넘게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기업들의 배당률이 상향 조정될 경우, 낮은 배당률 탓에 대만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 저평가된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기업에 유보된 대규모 현금을 배당으로 돌려 증시 활성화를 꾀하고 경제의 자금 흐름을 촉진할 수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만 수준으로 배당 비율을 상향 조정할 경우, 코스피 지수가 2500선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동필 팀장은 “배당 수익률을 대만 수준으로 높이면 한국 증시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의 10배 안팎에서 대만 수준인 12배까지 20%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현재 2000 안팎인 코스피 지수가 2400~2500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 업계에선 배당을 늘린 기업과 배당주 투자에 세제 혜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배당 증액, 배당주 및 배당주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은 장기 투자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사내 유보금에 과세한다는 방침은 증권주에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 배당을 늘리고 성과급이 가계로 흘러들어갈 경우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트레이드증권은 최경환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세아제강, 한일시멘트, KT, 영풍, LF, 성우하이텍, LG, 기아차 등 잠재적 배당성장주 15선을 추천했다.

이에 따라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일제히 빠지고 있지만 배당주 펀드만은 예외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주 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다”며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증시가 외국 자금을 유인하고 박스권을 벗어나기 위해선 정책 모멘텀이 필요했는데 새 경제팀 출범은 이런 측면에선 좋은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