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수입차 브랜드 선호도 조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는? 수입차의 본거지인 서울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여전히 BMW, 벤츠가 대세다. 그러나 다른 지방으로 가면 분위기가 살짝 달라진다. 강원도엔 아우디가 환대를 받고, 충청·전라도에선 폭스바겐이 당당한 주류이며, 인천에선 초고가 수입차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가장 많이 팔린다. 그 이유는 뭘까.

국내 수입차 15만 대 시대를 맞아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모델의 지역별 브랜드 선호도를 분석해 봤다.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서울
경기

“BMW·벤츠는 지겨워”
강남 부자들 사양 업그레이드 ‘붐’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BMW와 폭스바겐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입차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등록된 1만7862대 수입차 중 3644대(20.4%)가 폭스바겐이었다. BMW가 3525대(19.7%)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으며, 벤츠(2680대), 아우디(2294대)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열풍의 진원지인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수입차=강남의 고급차’라는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수입차는 강남에서도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 가야 볼 수 있는 부유층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강남 일대는 물론 강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지난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새로 등록된 수입차는 총 1만2260대로, 서울 전체 신규 등록 건의 38.6%를 차지했다. 이는 2012년 40.6%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반면, 구로구, 관악구, 강북구 등은 같은 기간 34.4~40.1%포인트 늘어나는 등 신규 등록률이 급증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폭스바겐이 1위로 선정된 것도 수입차의 대중화 바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법인이 아닌 개인 구매 비율이 높은 브랜드로, 젊은 층의 수요가 개인 구매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인 골프나 티구안 등은 3000만 원대다. 폭스바겐 골프를 모는 직장인 한효인(35) 씨는 “옵션을 포함한 국산차의 가격이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 500만 원 미만 수준이더라”며 “비슷한 가격대면 이왕이면 수입차를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수입차 오너들이 늘어나자 10여 년 전부터 수입차를 보유했던 강남 부자들은 ‘사양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수입차 종합관리업체 엠플러스의 문동훈 대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수입차를 탔던 사람들은 BMW, 벤츠를 슬슬 지겨워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포르쉐나 마세라티 같은 최고급 자동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 회장은 BMW 7시리즈에서 최근 벤틀리 플라잉 스퍼로 갈아탔다. 그는 “BMW를 타다가 벤츠를 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요즘 친목 모임에 나가면 벤틀리 오너드라이버들이 많은데 자동차를 좋아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독일 중대형 세단을 기본으로 스포츠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기본 서너 대 이상을 굴린다”고 귀띔했다.

한국수입차협회 자료를 보면 올 1~5월 수입차 시장에서 7000만 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늘었고, 1억 원이 넘는 수입차 판매율도 30% 가까이 증가했다. 2억 원대 후반의 벤틀리 신형 세단 플라잉 스퍼, 재규어 XJ,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오토바이오그래피 등은 고가 수입차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고가의 고급 수입차를 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여유 있는 소비자들이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최고가’ 롤스로이스·벤틀리…등록 대수 전국 1위 돌풍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인천은 새로운 고가 수입차 판매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전년 대비 수입차 판매 증가율은 57.3%로 나타났다. 벤틀리의 경우 지난해 인천 남동구에서 98대의 신차가 등록됐다. 전국적으로 부산 진구 15대, 대구 수성구 11대, 서울 강남구 9대가 전부였다. 올 상반기에도 롤스로이스가 유일하게 인천에서 18대 등록됐다. 이는 송도와 영종도 등 신도시의 개발 호재로 지역 부유층의 수입차 구입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인천이 2012년부터 자동차 공채 매입금을 낮추면서 리스와 렌트카 등 법인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채 매입은 자동차를 살 때 지역개발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개발채권이나 도시철도채권을 사야 하는 일종의 준조세 제도다. 인천, 대구, 경남, 부산, 제주의 공채 매입 비율은 2000cc급 차량 기준 5%로 경기(12%)와 서울(20%)에 비해 한참 낮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를 신규 등록할 땐 과세표준액(부가가치세를 뺀 차 값)의 일정 비율만큼 공채를 매입해야 한다. 가령 5000만 원짜리 수입차를 서울에 등록하면 채권을 1000만 원어치 사야 하지만 인천은 매입 비율이 5%이기 때문에 250만 원어치만 매입하면 된다. 즉, 인천의 낮은 공채 매입 비율이 수도권의 법인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주지에서 차량을 등록해야 하는 개인 고객과 달리 법인 고객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무소나 거점만 있으면 등록할 수 있다. 지난달 인천은 수입차 법인 구매 1위(2222대)를 차지했으며 2위 부산(1149대)과의 격차도 컸다. 수도권의 한 수입차 딜러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인천 지역의 법인을 통해 수입차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입차 리스 고객들이 많아진 것도 인천의 수입차 판매율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부산 대구 울산
보수적인 부산·대구
“누가 뭐래도 벤츠가 좋아!”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부산·경남에서는 정통 프리미엄 세단 메르세데스벤츠가 강자다. 특히 ‘제2의 수도’ 부산은 ‘벤츠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 한국수입차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에서 벤츠의 점유율은 23.49%로 BMW 23.25%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올 상반기에는 BMW가 28.3%로 1위, 벤츠는 25.3%로 2위였다. 경남에서는 벤츠의 점유율이 33.09%로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경쟁자들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지난해 부산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베스트 5 가운데 BMW 520d를 제외하면 E300, E220CDI, E250CDI 4매틱 등 신형 E클래스가 대거 포진해 있다.

이는 부산에 구매력이 있는 자산가들 중 연령대가 높은 중소기업 CEO들이 많은데, 이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세세한 성능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의 마린시티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벤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는 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이다. 이 지역의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60~70대 자산가들은 정통 세단 S클래스를 타야 ‘젊잖다’고 생각할 만큼 보수적인 데다 의리가 있어 한 번 탄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벤츠 브랜드를 유지하고 계속 시리즈만 업그레이드해서 타는 마니아층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젊은 사람들은 벤츠를 고루하다고 여겨 BMW나 폭스바겐을 선호한다고.

부산에서는 서울에서 고전하는 볼보, 푸조, 시트로엥, 캐딜락 같은 브랜드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벤틀리가 지난 1월 지방 가운데는 처음으로 해운대구에 전시장을 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및 수도권의 수입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에 업계가 다음 격전지로 부산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한편, 울산과 대구, 경북 등 영남 지역에서는 BMW의 판매율이 1위로 가장 인기 있었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세일즈를 해 온 한 딜러는 “울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자 동네에 산다는 자부심이 있어 차도 연비보다는 외형이나 가격대를 보고 (비싼 쪽으로) 화끈하게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보수적인 대구 사람들은 수입차의 가장 전형적인 브랜드이자 주행감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BMW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충청 전라
연비 좋은 폭스바겐
대전·충남·세종시 장악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대전, 충남, 세종시 등 충청권은 폭스바겐이 휩쓸었다. 올 상반기 지역별 등록율을 보면 대전(23.78%), 충남(24.25%), 세종시(28.44%), 충북(27.01%) 4개 지역에서 폭스바겐이 1위를 차지했다. BMW가 1위로 나타난 전남과 달리 충청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북도 폭스바겐이 24.11% 점유율을 기록했다. 폭스바겐은 지역 딜러사가 충청도 연고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를 공식 후원하는 등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대전·충청 지역 공식 딜러 아우토반VAG는 지난해 지역 내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기존 대전 서비스센터를 대덕구 문평동에 소재한 신탄진 서비스센터로 확장, 이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충청 지역은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인접해 장거리 출퇴근 인파가 많아 연비 효율이 좋은 폭스바겐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주로 인기가 많은 차종은 골프와 티구안, 파사트 등의 ‘폭스바겐 삼총사’로 30~40대 자영업자와 의사 등 전문직과 연구원이 주 소비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아우토반VAG 관계자는 “서울과 같은 장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차주들은 차 구매 시 높은 연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며 “한화 이글스와 연계해 지역 밀착 마케팅을 벌인 것도 친밀감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강원 제주
폭설에 강한 사륜구동 아우디
강원도에선 ‘넘버원’
[SPECIAL REPORT] 롤스로이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강원도는 원래 수입차의 불모지로 꼽혔지만 최근 수요가 늘면서 벤츠, 크라이슬러, 재규어·랜드로버, 푸조 까지 잇달아 원주에 전시장을 개설하고 있다. ‘콰트로’로 대변되는 사륜구동 차량으로 유명한 아우디는 폭설이 자주 내리는 강원도에서 유독 인기가 좋다. 지난해 강원 지역에서 아우디 점유율은 16.3%로 폭스바겐(2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올 상반기 역시 전체 평균(14.3%)보다 높은 점유율(15.4%)을 보였다. 정선에 거주하는 신학수 씨는 “아우디는 디젤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한다”며 “아무리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도 헤치고 나가는 기분이 다이내믹하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강원도 지역 내 점유율 1위는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다”며 “지형과 날씨의 영향으로 콰트로 시스템이 장착된 사륜구동 차종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제주의 경우 BMW(300대·34.2%)와 폭스바겐(141대·16%), 벤츠(85대·9.6%)가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타 지역과 비교해 크라이슬러(39대·4.4%)나 포드(40대·4.56%)와 같은 미국차도 선전했다. 제주에서 신규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절반이 렌터카 법인 구매임을 감안하면, 차종의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2011년 수입차업체 중 가장 먼저 제주도를 노크했다. 지난해 제주시 오라3동 연삼로를 중심으로 5월에 BMW, 11월에 폭스바겐, 12월에 닛산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공식 오픈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역색이 뚜렷한 만큼 수입차 소비에 있어서도 이 같은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수입차 200만 대 시대가 열리면 이러한 지역적 특징이 더욱 뚜렷해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직업별 수입차 선호도
회장님의 차, 벤츠 S클래스
강남 엄마는 포르쉐 카이엔
2012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마이바흐를 타고 나타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12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마이바흐를 타고 나타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직업군별로도 선호하는 수입차종이 조금씩 다르다. 고급 정통 세단인 벤츠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이 많이 타 ‘회장님의 차’로 통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 마이바흐를 탄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를 선호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역시 벤츠 S클래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의 법인 구매 비율은 55%로, 아우디(51%)나 BMW(46%)보다도 높았다. 벤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편안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사양이 매력적”이라며 “벤츠 S클래스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뒷좌석에 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 엄마들’은 수입차 유행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이다.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는 BMW 520d, 렉서스 ES에 이어 최근에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포르쉐 카이엔과 같이 실용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모는 게 트렌드다.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장 모(40) 씨는 “낮 시간대에 근처 백화점이나 아이들 학원가 주변의 차들을 보면 SUV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며 “SUV는 장을 보거나 짐을 실을 때 공간이 넉넉하고 자녀들을 등하교 시킬 때도 승용차보다 안전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가운데서도 수입차 오너드라이버가 많다. 문동훈 엠플러스 대표에 따르면 30~40대 개원의들의 경우 BMW나 아우디로 시작해 포르쉐로 업그레이드해 가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월급닥터들은 볼보나 일본차를 타기도 한다고. 개인사업가 중에서도 ‘갑’을 상대해야 하는 비즈니스 종사자의 경우는 ‘겸손의 의미’에서 BMW 5시리즈를 타며, 장거리 주행을 해야 하는 영업직들은 연비도 좋고 외형도 ‘폼 나는’ 폭스바겐 골프, 티구안, 제타를 선호한다. 연예인 중에서는 ‘수입차 마니아’ 배용준과 가수 이승철이 마이바흐, 권상우와 송승헌이 벤틀리, 하정우가 아우디 오너드라이버다. 문 대표는 “30대는 무조건 연비 위주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차를 구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글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