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국가 통치 이념은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구호에 잘 나타난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은밀하게 실력을 배양하며 때를 기다린다), 후진타오 시절의 화평굴기(和平 起: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용한다)가 그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통치 이념은 중국몽(中國夢)으로 요약된다.

‘중국몽(中國夢)’의 함의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중국몽의 요체는 세 가지다. 첫째가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를 척결해서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적당한 수준에서 미국과 대립 각을 세우면서 G2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며 국가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수출의존형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를 키우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쪽에 국한된 부분을 따로 ‘리커노믹스’로 부르기도 한다.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본 중국몽의 실체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은 1989년 텐안먼(天安門) 사태와 1999년 미국 공군의 베오그라드 오폭 사건, 그리고 2007년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 침체 등을 역사적 배경으로 탄생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탄생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은 그러나 결코 이루기 쉬운 꿈이 아니다. 우선 부정부패나 빈부 격차 해소 같은 보편적인 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중국에는 벅차 보인다. 고위 간부들의 구속이나 해외 자금도피 현상에서 보듯 기득권층의 반발은 작지 않고 또 개혁의 칼자루를 잡은 자들은 얼마나 깨끗한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내수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성공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즉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서 가처분소득이 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성이 오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가 일어나고 금융제도가 변해야 한다. 기술이 있어도 연줄 없이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 어렵다면 누가 기술에 투자하겠는가? 저명한 레이황 교수는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은 “길짐승을 날짐승으로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한편 중국이 미국과 적당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보인다. 왜냐하면 패권국가 미국은 대외 정책에 있어 언제나 주도권을 잡고 마음대로 하기 때문이다. 양국 간의 엄청난 국력 차이를 감안해 미국에 함부로 대들 수도 없고 또 끌려가자니 인민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은 우리에게 “중국과 ‘절친’이 되자”는 제스처를 남기면서 돌아갔다. 전통적인 한·미 관계와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의 입장이 난처하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Back to basic’ 즉, 기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지만, 우리는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소위 요즘 말하는 ‘으리’상으로도 그렇지만, 자칫 미국의 오해를 사게 되면 좋을 것이 없다. 역사적으로 피아를 막론하고 미국의 오해나 미움을 사서 어려움에 빠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컨대 러일전쟁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본을 경원시했던 미국을 두고 일본인들은 “미·일 외교는 불가사의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며칠 전 프랑스의 BNP파리바 은행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제재를 당했다. 프랑스가 러시아에 신형 구축함을 팔기로 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설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속도와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로 보인다.


이종환 농심캐피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