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틈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에 대한 투자다. 이에 NPL 투자의 허와 실에 대해 짚어본다.
[REALTY COLUMN] 고수익·고위험 상품의 전형 부실채권(NPL) 투자의 정석
NPL 투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NPL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NPL이란 금융권의 무수익여신, 미회수채권 또는 부실채권을 말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부실채권이 많아지는 경우, 금융 감독기관은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 간섭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은행은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동산 경매 대신 받을 돈에 대한 권리(채권)를 팔아서 부실채권(NPL)을 털어내고자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은 NPL 명단에 올라간 부동산 담보대출의 권리를 하나의 풀(fool)로 구성해 적게는 몇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 단위로 묶어서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하고 매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매입하는 기관은 개인이 아니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자산유동화회사(Special Purpose Company·SPC)에만 판매를 한다. 이렇게 부동산 담보채권을 매각하는 행위를 부실채권 매각 즉, NPL 매각이라고 한다.


시장규모와 투자 수익률
과거에는 은행이 부실채권을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떠넘겨 재무제표상 부실을 털어낸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NPL을 제3자에게 모두 매각해서 장부상에서 완전히 털어내야만 한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대한 NPL 비율을 1.5%에 맞추라고 권고하면서 NPL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금융권의 발표에 따르면, NPL 시장규모는 2008년 1조6000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09년 4조2000억 원, 2010년 6조4000억 원, 2011년 7조400억 원, 2012년 11조1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경기 침체 여파로 NPL 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이며 앞으로도 경기가 침체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NPL 투자회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대를 기록하고 있어 일반 은행이 1%에 못 미치는 ROA를 기록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간혹 물건을 잘 고르는 경우 20∼30%의 수익률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L 투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NPL을 경매를 통해 현금화하는 작업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며 그동안 일반적으로 18% 이상의 고액 연체이자를 챙길 수 있다. 물론 이런 물건은 당연히 매물로 나올 확률이 적다. 즉 담보 여력이 충분해서 원금도 찾고 고이율의 이자도 남길 수 있다면 누가 이런 고수익 물건을 팔려고 하겠는가. 만약 판매를 한다고 해도 협상 과정에서 수익률은 대폭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유동화 전문 회사는 일반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매 기간 동안 이자 수입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매입하는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저가로 협상한 매입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류상의 채권 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입찰해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고액 낙찰로 인한 금융기관의 대출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 금액이 높으면 대출 금액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경매 시장에서는 채권자가 낙찰 받는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수요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NPL 경매 시장에서는 채권 양수인은 공급자와 수요자 위치를 겸하기도 하고 한쪽 위치에만 있을 수도 있다.

넷째, NPL을 매입하고 이 NPL을 통해 경매에서 물건을 직접 유입한다. 이 경우 자산 매각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양도소득세 절감 효과도 가질 수 있다. 경매에서 낙찰 금액을 NPL로 구입하면 채권 상계한 금액만큼 높게 제시할 수 있고, 낙찰될 확률도 높아짐과 동시에 낙찰될 경우 낙찰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어 낙찰 후 양도 시에 양도차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한 양도세는 채권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않아 NPL을 채권 상계할 경우에 양도세 부담이 없다. 그래서 실질적인 양도세 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NPL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NPL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부동산 경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다면 해 볼 만하다는 말을 한다. 경매, 특수물건(유치권·지상권 등), 유동화, 채권 금액 계산, 세무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NPL 투자를 하려면 첫째, 최소한 내 노력과 정성을 들이고도 들러리나 서는 신세는 되지 말아야 한다. 물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둘째, 경매가 아무나 투자할 수 있다 하더라도 NPL 용어 등 기본적 구조와 내용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 셋째, 결국은 내가 알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인터넷도 검색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구입해 읽고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NPL에 투자를 했다면 대박의 꿈보다는 채무자의 이자 정도를 경매 배당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보통 근저당은 대출금의 120~130%를 설정하는데 경·공매로 이 근저당의 상한선까지 회수가 가능하다. 또한 연체이자의 경우 이자율이 20% 정도 되고 경매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저당 금액은 근저당의 상한선까지 대부분 도달하게 된다. 즉 이러한 이자를 보고 투자하면 된다. 다섯째, NPL 물건의 권리분석에서 가능한 1순위 또는 2순위 권리 물건을 매입해야 한다. 너무 후순위가 되면 원금도 보존하기 어려워진다.
[REALTY COLUMN] 고수익·고위험 상품의 전형 부실채권(NPL) 투자의 정석
NPL의 위험과 투자 시 주의사항
요즘 NPL 시장을 보면 조금은 과열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는 곳마다 NPL 강의에 NPL 투자 이야기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좋은 NPL이 매각될 확률은 매우 낮다. NPL을 구입하려면 먼저 은행이나 자산관리회사(AMC)들과 가격 협상이 중요하다. 통상 NPL의 가격은 전회차 경매 예정가(최저가)로 정해지는데 협상과 조정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NPL에 투자해서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대부분 안전하게 이익 실현이 가능한 NPL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또 단독 저당권 물건이 아니고 여러 순위의 저당권이 설정된 물건인 경우 진행 중인 물건의 경매 취하로 인해 자금이 묶인다든지, 물건을 경매에서 유입해도 양도세 절세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등 여러 위험이 존재한다. 그리고 예상보다 저가의 낙찰로 인한 손실 위험 등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

은행에서 손해를 보면서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팔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싼 가격에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있다. 아니면 지방에 소재하는 물건으로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일 것이다. 따라서 투자하려는 물건이 있으면 꼭 현장을 답사하고 현장에서 낙찰 이후 매각이 쉽게 되는지, 임대가 쉽게 되는지, 그리고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과 명도가 쉽게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것을 소홀히 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권대중 (사)대한부동산학회 회장·부동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