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결산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작품은 무엇일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2014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환의 1975년 작 주홍색 ‘선으로부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환기, ‘에코(Echo)’
김환기, ‘에코(Echo)’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아트프라이스와 함께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8개 경매사의 미술품 경매 총 39건을 세부 항목별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고미술 및 현대미술을 포함한 상반기 경매 총 출품작은 5935건이었으며, 66%의 낙찰률을 보였다.

낙찰 가격을 기준으로 상위 50위를 살펴본 결과, 이우환의 ‘선으로부터’가 압도적 1위였다.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 출품돼 18억885만 원에 거래됐다. 2위는 추사 김정희의 ‘시우란’이다. 마이아트옥션에서 10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3위 역시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거래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 77022’로 9억1314만 원을 기록했다.
이우환, ‘선으로부터’
이우환, ‘선으로부터’
상반기 최고가를 기록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는 흰 캔버스 위에 같은 굵기의 주홍색 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내려간 작품이다. 기교나 각색 등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본질만 남기는 서양의 미니멀리즘을 동양적 사고와 감성에 근거해 재해석했다. 100호의 주홍 라인이 경매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우환의 1970년대 ‘라인’ 시리즈 중 주홍색 안료를 사용한 작품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며 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위를 기록한 추사 김정희의 ‘시우란’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시절에 그린 대표적인 난초 그림이다. 아버지의 귀양살이를 돕기 위해 찾아온 서자 상우를 위해 김정희가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낙찰가 상위 50위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작가는 김환기였다.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억3967만 원에 거래되며 7위에 오른 1965년 작 ‘에코(Echo)’를 비롯해 모두 7점이 순위에 들었다. 이우환이 총 6점, 쿠사마 야요이가 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낙찰총액을 기준으로 한 50위권 순위에도 이우환은 41억3581만 원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총 33점이 출품된 가운데 22점이 낙찰돼 67%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2위는 김환기 33억9786만 원(24점 중 19점 낙찰·79%), 3위는 오치균 17억7964만 원(42점 중 36점 낙찰·86%), 4위는 쿠사마 야요이 17억4218만 원(37점 중 33점 낙찰·89%), 5위는 김창열 16억773만 원(35점 중 28점 낙찰·80%)이었다.
추사 김정희, ‘시우란’
추사 김정희, ‘시우란’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등 외국 작가들이 우위를 차지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상반기에는 국내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작년에 이어 여전히 이우환과 김환기가 두드러진 시장 선호도를 자랑하고 있다. 또 오치균, 김창열, 이대원 등 특정 블루칩 작가군의 거래에 편중되는 경향이다.

특히 이우환은 개별 작품의 낙찰가와 작가의 낙찰총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현존하는 국내 현대미술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우환은 2014년 베르사유 궁 현대미술 작가 초대전에 선정되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로 인해 74%(34점 중 25점 낙찰)였던 작년 상반기에 비해 다소 하락한 67%(33점 중 22점 낙찰)의 낙찰률에도 불구하고 낙찰총액은 12억9851만 원에서 41억3581만 원으로 3배 이상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낙찰된 22점의 작품 중 판화, 종이 작품을 제외한 캔버스 작품은 12점이었으며, 그중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거래된 작품이 총 27억2199만 원으로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