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공간 2, 리조트형 펜션 ‘모닝캄 빌리지’ in 한탄강

불현듯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일탈과 일상, 소통과 단절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미묘한 거리감’을 충족하는 공간을 찾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일상의 연장에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은신처가 되는 또 다른 세상. 리조트형 펜션 모닝캄 빌리지의 특별한 공간 능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SPECIAL REPORT] 소통과 단절이 공존하는,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
한탄강의 비경으로 완성되는 작은 마을
‘혼자 오기 좋은 은신처.’ 이곳의 첫 느낌은 그랬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달려 마주한 한탄강의 절경은 마치 도심의 일상을 완전히 벗어버린 듯 홀가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원스레 굽이치는 물줄기를 사이에 끼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주상절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모닝캄 빌리지’는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뷰 포인트에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이런 장소를 어떻게 찾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심 엔터테인먼트의 심정운 대표가 나고 자라면서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장소라고. 연예기획사 소유의 펜션답게 엄태웅, 주원 등 소속 연예인들의 쉼터로도 유명세를 탄 이곳은 ‘그들만의 비밀스런 작은 마을’ 같은 인상을 준다.
A동 옥상에서 바라본 모닝캄 빌리지. 절벽을 따라 서 있는 B동에서는 한탄강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 맞은편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A동 옥상에서 바라본 모닝캄 빌리지. 절벽을 따라 서 있는 B동에서는 한탄강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 맞은편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A동부터 E동까지 총 다섯 채의 건물이 마을의 ‘실체’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A동은 프런트를 제외한 전 층이 단 하나의 객실이고, B동부터 E동까지는 2인과 4인 객실을 기본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한탄강 절벽을 따라 아스라이 놓인 B동이다. 이 B동 앞으로 그리 폭이 넓지 않은 길 하나가 지나가는데, 한탄강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엔 낮은 돌담에 둘러싸인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B동을 제외한 나머지 네 채의 건물은 바로 이 잔디밭을 가운데 끼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다.
모닝캄 빌리지에서는 ‘한탄강 주상절리’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봄, 여름이면 우거진 신록과 푸른 강물이 인상적인 이곳은,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강 위에 얼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모닝캄 빌리지에서는 ‘한탄강 주상절리’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봄, 여름이면 우거진 신록과 푸른 강물이 인상적인 이곳은,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강 위에 얼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건물의 외양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깔끔한 회색빛에 은은한 조명을 더해 단조로운 느낌을 피했다. 모두 3층을 넘지 않는 나지막한 높이에 각 건물의 객실 구성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고 있다. 각 건물마다 옥상이나 테라스에 그네며 나무침대 등을 놓고 기대 쉴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재미있는 건 이들 모두 한탄강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 그러니 이 공간의 능력은 ‘한탄강의 비경’이 있기에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
B동 1층에 마련된 카페 공간. 소파베드에 몸을 묻고 한탄강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B동 1층에 마련된 카페 공간. 소파베드에 몸을 묻고 한탄강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펜션 입구에 들어서자 한탄강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산책로 계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펜션 입구에 들어서자 한탄강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산책로 계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개방과 폐쇄의 공존, 선택은 이용자의 몫
이곳에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공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는 심 대표가 처음 펜션을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늘 화려한 조명 속에서 살아가는 소속 연예인들이 잠시나마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그러나 어디 ‘단절된 쉼’이 스타들에게만 필요할까. 그렇다고 높은 담이 둘러 쳐진 닫힌 공간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바깥을 향해 자연스럽게 공간을 열어 놓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객실마다 딸린 전용 테라스도 인상적이다.
객실마다 딸린 전용 테라스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곳이 다름 아닌 객실 내부다. 한쪽 벽면을 제외하고 3개의 벽면에 통 유리창이 시원스레 자리 잡고 있는데, 벽도 가구도 창문을 가린 블라인드도 모두 하얀색으로 맞춰 방 안 가득 신비스런 느낌마저 감돈다. 창문을 가리고 있던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이 공간의 또 다른 표정이 나타난다. 바깥의 햇살이 자연스레 내부로 스며들고, 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은 황홀경 그 자체다. 창문을 통해 내부 어디에서나 바깥 풍경이 보이듯 바깥에서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레 볼 수 있다. 건물 안 사람의 움직임까지 건축에 녹여 그 자체로 자연과 하나 되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다.
[SPECIAL REPORT] 소통과 단절이 공존하는,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
모닝캄 빌리지의 4인실과 2인실 내부. 침대와 욕실 등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돼 있다. 모든 가구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놓여 있어 객실 내부 어디에서나 천혜의 자연경관을 누릴 수 있다.
모닝캄 빌리지의 4인실과 2인실 내부. 침대와 욕실 등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돼 있다. 모든 가구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놓여 있어 객실 내부 어디에서나 천혜의 자연경관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모닝캄 빌리지’의 진가는 의외의 부분에서 발현된다.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기 위한 ‘단절의 공간’이라 여겼던 이곳은,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어느새 은둔자들을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개인 공간에서는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펜션에 딸린 카페나 잔디밭과 같은 공유 공간에서는 개방성을 추구한 덕이다. 그 중심이 되는 곳이 B동 1층에 자리 잡은 카페다. 강가를 향해 놓여 있는 소파베드에 깊숙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다 보면, 카페 한쪽에서 두런두런 동네 주민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온다. 한탄강 산책로 가운데 펜션이 자리 잡은 덕분에 자연스레 이곳은 인근 주민들이 오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쉼터가 된 지 오래라고. 잔디밭도 마찬가지다. 그저 너른 마당에 드문드문 벤치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이지만,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쉼터로 충분하다.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까지 돌 모양을 본떠 만들 만큼 섬세함이 묻어나는 공간. 이렇듯 낯선 이들과 자연스레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이곳은 우리네 이웃의 소박한 일상에 녹아 들게 만드는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이 된다.
넓은 통 유리창을 통해 한탄강 풍경이 쏟아져 들어오는 욕조에 몸을 누이면, 마치 자연 속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다.
넓은 통 유리창을 통해 한탄강 풍경이 쏟아져 들어오는 욕조에 몸을 누이면, 마치 자연 속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다.
너른 잔디밭에는 그네며 돌테이블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모닝캄 빌리지를 찾아온 여행객들뿐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
너른 잔디밭에는 그네며 돌테이블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모닝캄 빌리지를 찾아온 여행객들뿐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
A동 건물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6인실 내부. 2층과 3층 사이에 2.5층을 연결한 복층 구조로 돼 있다.
A동 건물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6인실 내부. 2층과 3층 사이에 2.5층을 연결한 복층 구조로 돼 있다.
공간 메이커 DbyM 서병학 소장 & 김성박 소장 미니 인터뷰
서병학 소장(왼쪽)과 김성박 소장
서병학 소장(왼쪽)과 김성박 소장
“절벽 위 무릉도원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

‘모닝캄 빌리지’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요.
서병학 소장 “심정운 대표와 저, 그리고 김성박 소장은 지금 심 엔터테인먼트 본사인 ‘루하우스’ 때부터 함께 작업을 계속해 온 사이예요. 어느 날 심 대표가 대뜸 저에게 철원에 펜션을 만들고 싶다더라고요. 처음엔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강하게 말렸죠. 그런데 심 대표가 펜션 지을 장소라도 딱 한번만 보고 오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됐는데, 첫발을 디디자마자 머릿속에 공간에 대한 그림이 저절로 떠올랐어요. 그때 머릿속에 그렸던 것들 중 상당수를 실제 건축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건 심 대표가 그만큼 믿고 지원해 준 덕분이죠.”


상상하던 공간을 현실화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성박 소장 “절벽 위에 건물을 올린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어요. 펜션 입구에서 잔디밭까지 이어진 돌담이며 한탄강 아래로 내려가는 산책로 계단 등은 원래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을 최대한 활용한 겁니다. 반면 잔디밭 마당의 공간도 그렇고, 지금 B동이 위치한 자리는 절벽을 깎아 내고 평지를 만들어 그 위에 집을 세웠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작업을 할 때보다 2~3배로 힘들었지만 만족도는 더 큰 것 같아요. 한탄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아침에 잠을 깨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가장 힘을 준 공간은 어디인가요.
서병학 소장 “‘일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건축물의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좀 더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애를 많이 썼어요. 대표적인 게 건축물의 외부 조명이에요. 화려하고 강렬한 조명보다는 은은한 빛으로 창문에 매우 가깝게 설치했습니다. 외부에 달린 조명이지만 내부에서도 그 빛을 받아 자연스럽게 불을 밝힐 수 있도록 의도한 거죠. 통 유리창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심 대표와 이곳을 찾았을 때부터 모닝캄 빌리지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건 바로 한탄강의 경치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굳이 바깥을 향해 닫아 놓을 필요가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이에요. 오히려 이 공간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한탄강의 풍경을 최대한 건물 안으로 들이는 게 당연했던 셈이죠.”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성박 소장 “한탄강 풍경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고들 하더군요. 객실의 욕조가 인상적이라는 분들도 많아요. 이곳은 침실과 욕실을 구분하는 벽이 없어 욕실이 개방돼 있어요. 따라서 처음엔 당황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막상 이용해 보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반하고 말죠. 욕조도 영화 ‘하녀’에 나왔던 것과 똑같은 모델을 구하느라 공을 많이 들였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이곳의 능력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모닝캄 빌리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