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희 (주)대동 대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고수들은 클럽 대항전 등 각종 대회를 통해 자웅을 겨룬다.

그러다 보니 고수들 중에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이들도 있다.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이효희 (주)대동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MAD ABOUT GOLF] “신세계에 온 듯 강렬한 느낌에 골프에 빠져 들었다”
이효희(59) 대표는 수원에서 30년째 유통업체 (주)대동을 경영하고 있다. 사업을 하며 골프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이 대표는 1987년 골프에 입문했다. 지인 권유로 골프채를 잡고, 사업장이 있는 수원 근처 연습장을 다녔다. 저녁 7시면 퇴근해 하루 3시간 이상 스윙 연습을 했다.

연습장에서는 연습에 매진했다. 옷 갈아입고 커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 보면 20~30분은 그냥 흘러간다. 고수와 일반 아마추어는 여기서 차이가 난다. 어영부영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는 시간을 허투루 허비하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 레슨을 받으며 골프채를 휘둘렀다.


골프 입문 1년 만에 싱글 진입
스윙이 몸에 익자 필드에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골프채를 잡은 지 6개월째 되던 때였다.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첫 라운딩은 수원 근교의 한 컨트리클럽(CC)이었던 것 같다. 6개월을 연습했다지만 스코어는 120개 전후. 더블 보기 이상은 적지 않고, 드롭도 편한 곳에서 하게 하는 등 초보자에 대한 관대한 대우를 감안할 때 스코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스코어와 달리 골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드넓게 펼쳐진 파란 잔디와 경치를 보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했습니다. 골프에 빠져든 거죠. 처음에는 스코어에 대한 욕심보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빠져들다 보니까 스코어 욕심도 나고, 그러면서 더 열심히 연습을 한 거죠.”

첫 라운딩 후 그는 더 연습에 매진했다. 출근 전 1시간, 퇴근 후 2~3시간 연습장을 찾았다. 연습량을 늘리면서 정규 레슨은 그만뒀다. 돌이켜보면 그게 실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6개월에 정규 레슨을 마무리할 게 아니라 2~3년 레슨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골프의 기본기는 대부분 입문기에 완성되고 평생을 간다. 그때 조금만 더 기본기를 다졌다면 지금보다 조금 낫지 않을까 싶다.

이 시기 이 대표는 정규 레슨 대신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부족하다고 느끼면 드라이버, 아이언, 퍼팅 등 부분적으로 보완했다. 어떤 일에 매달리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 때문에 궁금한 게 생기면 상급자들에게 물어서라도 풀고 지나갔다.

그 덕에 그는 첫 라운딩 6개월 후 싱글 반열에 접어들었다. 당시는 남수원CC, 용인 한화프라자CC, 한원CC 등을 자주 찾았다. 가끔 90대를 치기도 했지만 평균적으로 싱글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골프 입문 1년 만에 싱글에 진입한 비결로 연습을 꼽는다. 남들보다 2~3배 많은 연습량이 없었다면 지금도 보기 플레이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다음은 원 포인트 레슨. 그때그때 부족한 것을 보완한 끈기가 주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집요한 성격을 들었다. 필요하다면 아마추어나 프로를 가리지 않고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구했다.

“싱글을 치고 나니까 지인들이 저를 피하는 것 같았어요. 같이 입문한 분들 중에 저만큼 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피하게 되겠죠. 자연 저와 비슷하거나 더 잘 치는 골퍼들과 어울리게 됐습니다. 아마 고수나 프로 선수들과 라운딩을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골프 실력이 또 한 번 향상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분들과 라운딩을 하는 게 부담도 됐지만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아마 고수들을 보면 이 대표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많은 연습량과 스코어에 대한 욕심 등을 바탕으로 입문 후 빨리 싱글에 도달하고, 그런 뒤에 비슷한 수준의 프로들과 경기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킨다. 그런 다음은 대회에 참가하는 게 수순이다.

이 대표도 그랬다. 동네에서 골목대장 완장을 차고 나니까, 전국대회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싶어졌다. 골프 입문 10년 만인 1997년, 대회에 참석한 그는 이후 전국대회 예선전과 본선에서 우승도 많이 하고, 클럽 챔피언도 여러 차례 지냈다.

지난해에도 렉서스배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대2 매치 플레이로 진행된 대회에서 그는 경기 남부 챔피언팀으로 출전해 18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업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매치 플레이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달리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있습니다. 홀에 따라 전략도 달라야 하고요. 반면에 스트로크 플레이는 스코어 관리가 관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보기를 하더라도 다음 홀에서 버디를 해서 커버리지를 해야 하니까 매 홀 잘 쳐야 합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습해야
가장 자신 있는 건 드라이버다. 환갑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잘 맞으면 260~270야드는 나간다. 드라이버는 골프의 기본이고, 드라이버의 기본은 스윙이라고 그는 말한다. 스윙을 잘 잡으면 드라이버에서 실수할 확률을 확 줄일 수 있다. 욕심을 내지 않는 것도 드라이버에서 실수 확률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쇼트 아이언도 자신 있다. 그는 남들이 꺼려하는 100m 이내, 50~60m 쇼트 게임을 상당히 즐긴다. 쇼트 게임에서 중요한 건 자신만의 거리다. 특히 그는 30m를 보낼 수 있는 클럽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골프가 안 느는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연습을 합니다. 연습장에 올 때도 드라이버, 아이언 몇 개 들고 대충 옵니다. 그래서는 절대 실력이 안 늘어요. 목표를 정하고 연습을 해야죠. 아이언이 부족하면 그날은 아이언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겁니다. 아이언도 몇 번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30m, 40m 등 거리를 정해 다양한 스윙을 해 보는 겁니다.”

피나는 연습 덕에 전성기에는 프라자CC, 기흥CC 등에서 5~6회 정도 65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스코어가 예전만 못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확도였다. 예전 같으면 어프로치를 하면 핀 1~2m에 붙였는데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핀과 거리가 5~6m로 늘어났다. 그만큼 버디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시력도 나빠져서 퍼팅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게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그는 50대에 접어들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젊어서는 기본 체력으로 골프가 가능하지만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 평소에는 주 5회 골프연습장에 가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주 3회 정도 한다.
[MAD ABOUT GOLF] “신세계에 온 듯 강렬한 느낌에 골프에 빠져 들었다”
필드에 나가기가 어려운 겨울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적기다. 웨이트 트레이닝 1시간, 골프 연습 1시간 정도로 시간을 안배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후 체력이 좋아진 그는 전성기와 다름없는 스코어를 자랑한다. 젊을 때는 아무 때나 되지만 지금은 체력이 떨어져 체력 관리가 필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는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그도 2009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손목을 다친 적이 있다. 그 탓에 몇 개월 동안 골프채를 잡지 못했고, 그 영향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골프채를 못 잡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만 열심히 하다 보니 필요 없는 근육이 생긴 것이다. 그로 인해 스윙도 어색하고 미스 샷도 잦았다. 그는 슬럼프도 연습으로 극복했다. 손목 부상에서 회복한 후 집중적으로 연습해 그 해 스카치블루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요즘도 대회에 나가고 프로들과 시합을 합니다. 아직은 실력을 검증도 받고 싶고 남들보다 잘 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또 몇 년이 지나면 남들과 같이 가는, 즐기는 골프를 하지 않을까요. 처음 라운딩에 나섰을 때 그 느낌처럼 말이죠.”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