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투자 전략가’다. ‘리서치 사관학교’라 불리는 대우증권의 전통 이코노미스트 계보를 잇고 있는 그는 경력 18년의 현역 최고참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이기도 하다. 긴 경력만큼이나 이력도 화려하다.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 증권조사부를 시작으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 등 증권가 최고 브레인으로 통하는 자리들을 거쳐 왔다. 2003년에는 40세에 ‘애널리스트의 꽃’이라는 리서치센터장으로 스카우트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후 채권분석팀을 제외하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한화증권 리서치 부문의 역량을 단기간에 배가시켰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는 기업분석팀, 투자전략팀, 채권분석팀 등 3개 팀 35명 규모로 업계 중간 정도지만 최근 보여준 모습은 대형사들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성과가 이를 말해준다. 특히 법인영업부문의 거래 기관이 과거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거래 규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리서치센터의 ‘잘 먹히는’ 분석 보고서 덕분이다. 특히 금융 자동차 철강 화학 유통 등의 업종 분석에서 한화증권 리서치 보고서가 증권 업계에서 차지하는 신뢰도는 무척 높다.이처럼 한화증권 리서치센터가 개별 종목의 세세한 변화보다 업종 추세에 큰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큰 그림’을 먼저 생각하는 이 상무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이 상무는 중장기 추세를 먼저 파악하고 주식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낙관론자이다. 하지만 추세가 어떤 방향으로 굳어지는 이른바 ‘변곡점(變曲點)’을 찾아내기 전에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살피고 또 살피는 꼼꼼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그를 ‘신중한 낙관론자’, 혹은 ‘냉정을 잃지 않는 승부사’로 칭하기도 한다. 대세 상승론 기조 속에 주가 단기 급등과 이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만나 주식 시장의 전망과 투자전략 및 그가 꼽는 우량주 등을 들어봤다.“주식 시장은 유동적입니다. 현재의 모습으로 미래를 예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연말 코스피지수가 2000을 간다, 2300을 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수월할 것 같지 않습니다. 2000고지를 한때 돌파할 수도 있지만 연말께는 1900 후반에서 등락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간 조정이 다가온다면 이르면 8~9월이 그러한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주가가 짧은 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 정도라면 증시 참여자들이 거의 모두 부담을 느낄 정도입니다. 2005년에도 주가가 많이 오른 적이 있습니다. 연초 대비 50% 정도 상승했지요. 하지만 올해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지난 3~6월에만 25%나 올랐습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요. 지금은 좋게만 보이는 세계 증시 상황도 언제 급변할지 모릅니다. 중국의 긴축 문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여러 복병들이 잠재해 있습니다.”“업종 대표주를 보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업종 대표주의 경우 시장 장악력이 높아 성장성과 수익성이 돋보입니다. 투자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은 어느 정도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중순이나 중간 중간 발생하는 조정 때 주식을 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요동치는 장세에선 조바심을 버리고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도 좋습니다.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지요.”“금융 업종과 건설 업종의 기업들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본격적으로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금융권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국민연금 보험 은행 등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는 시점인 셈이지요. 현재 65조 원 정도의 주식형 펀드의 규모가 5년 이내에 190조 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도 지속적인 호재입니다.따라서 금융 업종 중에서 증권 업종을 가장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중심의 정부 정책이 이제 증권사 쪽에도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보험과 은행도 이익 구조가 안정적인 데다 그동안 못 오른 측면이 있어 향후 상승세를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 업종의 경우 대선이란 국내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해외 건설 시장이란 새로운 개척지를 두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 정보기술(IT) 업종과 조선 업종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IT 업종의 경우 반도체 바닥론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여전히 팽팽합니다. 조선 업종의 주가는 이익을 너무 앞당겨 반영한 감이 있습니다. 이는 향후 주가 상승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좋은 펀드를 선택하는 방법과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는 펀드매니저를 잘 살펴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운용 회사의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펀드매니저와 투신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펀드가 몇 년간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따져 보는 것입니다. 일등은 아니더라도 매년 꾸준히 상위권에 들어 있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만큼 운용이 안정돼 있다는 증거입니다.”“증권 업계에 근무하고 있어 직접 주식을 살 수 없지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코노미스트의 눈으로 보면 좋은 주식이 많습니다. 포스코 신세계 신한지주 대우증권 CJ 삼성증권 GS건설 NHN 현대모비스 SK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며 시장 지배력이 높아 이익 구조가 안정적인 종목들입니다. 다만, 투자를 하시더라도 목표 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됩니다. 통상 국고채 3년 금리의 3배 정도인 연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정도라면 펀드매니저 부럽지 않은 호성적입니다.”이종우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연세대 경제학과대우경제연구소 증권조사부대우증권 리서치센터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