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다우존스지수가 1만3000선을 넘음에 따라 세계 증시에 또 한 차례 동반 랠리(수퍼 사이클)가 올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를 최근 뉴욕 월가에서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 암시 가설’을 토대로 점검해 본다.조지 소로스의 자기 암시 가설을 간단히 요약하면 어떤 특정 국가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받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 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가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 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맴돌이(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는 여전히 비관론(hard landing 혹은 stagflation)을 예상하는 기관이 있지만 최근 블룸버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착륙(soft landing)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각대로라면 앞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잠재 수준으로 안착해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경기 순환상으로 보더라도 주가 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률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 증시에 영향력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올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주요 예측 기관들은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경기와 함께 국제 유동성 측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더 이상 위축되지는 않고 있다. 글로벌화와 시장 경제가 확산되면서 구(舊)사회주의 국가들의 부(stock)가 빠르게 유동화(flow)되고 있는 것도 종전보다 국제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요인이다. 현재 금융 자본의 크기가 실물 경제의 그것보다 약 3배나 많다는 것이 국제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올 들어 발표되는 기업들의 실적을 곰곰이 따져보면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경우 어떤 업종이 뜰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 펀드들의 투자 대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하듯이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 이익이 기대되는 투자 대상을 적극 매입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로 수익을 내려는 성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이 과정에서 1980년대 기업 사냥꾼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커크 커코리언, 넬슨 펠츠, 칼 아이칸 등이 ‘지배 구조 개선의 승리자’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국내 증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장하성 펀드도 크게 보면 이 부류에 속한다.자연스럽게 글로벌 펀드들의 벌처 펀드 성격은 크게 약화되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펀드들의 투기 성향이 줄어들면 벌처 펀드 규모는 위축된다. 같은 맥락에서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대내외 증시에서 M&A가 당분간 최대 재료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경영권 취득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와의 경계선이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됐고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올 들어 이뤄지고 있는 M&A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가는 적대적 M&A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처럼 시장에 돈이 넘쳐날 때 사모 펀드와 헤지 펀드의 성장은 지속되고 기업 간의 M&A는 열풍을 맞는다. 또 경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대결의 장(場)이라 하지만 갈수록 금융 자본의 위세에 눌려 거의 모든 경제활동과 결과는 거대 금융 자본들의 ‘머니 게임(money game)’으로 변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