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이서 스피드를 먹고 산다

F1 레이서는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는 직업이다. 2007년 현재 단 22명만이 자신의 명함에 F1 레이서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스피디한 액션 영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 ‘레니 할린’이 작정하고 만든 카 레이스 영화 ‘드리븐’. ‘클리프 행어’의 엄청난 성공을 일궈냈던 레니 할린과 실베스터 스탤론의 콤비 플레이는 이 영화에도 잘 나타난다. 재능은 있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카레이서에게 노련한 선배가 조언하는 평면적 이야기 구조를 가진 이 영화에서 스탤론은 노련한 카레이서 조 탄토 역을 맡았다. 하지만 영화 ‘드리븐’을 보는 재미는 다 늙어빠진 스탤론의 주름을 보는데 있지 않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시속 400km가 넘는 짜릿한 스피드의 세계 C.A.R.T 월드 시리즈다.‘드리븐’ 외에도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카 레이스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좀 오래된 작품으로는 폴 뉴먼이 주연한 1968년 작 ‘승리’, 스티브 매퀸 주연의 1970년 작 ‘르망’이 있고 이보다 근작으로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폭풍의 질주’ 등이 있다. 특히 폴 뉴먼의 경우는 그 자신이 실제 카 레이서로 활약해 인디500 레이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경력도 있다.하지만 필자가 오늘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나 영화배우가 아니라 ‘F1 레이스’다. 8기통 이하 3000cc 차량들의 경연장인 F1 대회는 매년 18~19회 전 세계를 돌며 그랑프리를 개최한다. 그리고 그 총점을 합산해 챔피언과 챔피언 팀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2007년 F1 레이싱에 참여하는 팀은 총 11개. 팀당 두 명의 메인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구에 단 22명만이 F1 레이서가 되는 셈이다.연인원 6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는 F1 시리즈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2007년의 F1 시리즈가 흥미를 돋우는 이유는 바로 미하엘 슈마허의 은퇴 때문이다. 브라질의 영웅, 아일톤 세나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후 슈마허는 F1 최고의 선수였다. 16년의 F1 레이서 생활 동안 시즌 통합 챔피언 7회, 레이스 우승 통산 91회 등 그가 이룬 업적은 엄청나다. 그런 그가 르노 마일드 세븐 팀의 페르난도 알론소에게 2005, 2006년 월드 챔피언 자리를 2년 연속 내주자 물러나기로 용단을 내린 것이다. 황제가 물러나자 F1 세계는 지각변동이 일었다. 전통의 명문 맥라렌 팀의 에이스 키미 라이코넨이 페라리 팀으로 옮겨가고 알론소가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F1 레이싱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에 대략 30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F1 머신만도 대당 가격이 100억 원을 호가한다. F1 레이서들이 모는 머신은 자동차 업계의 모든 기술이 총집합된 결정체라고 보면 된다. V8 엔진인 F1 머신은 약 800마력의 힘을 낸다. 무게는 총 605kg 내외. 한 번의 레이스에서 약 305km 내외를 돌아야 한다.모든 스포트라이트는 F1 레이서에게 맞춰지지만, 실제 F1 레이스는 철저한 팀 경기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핏 스톱이다. 빠른 시간 안에 타이어 교체와 주유를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팀원이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하지만 정작 우승을 하면 모든 관심과 찬사는 레이서에게 쏠린다. 그렇다면 과연 F1 레이서가 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2006년 스포츠 스타 수입 랭킹을 살펴보면 2위가 미하엘 슈마허였다. 자료에 의하면 그의 수입은 약 52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20억 원을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키미 라이코넨과 페르난도 알론소 역시 3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그들의 수입이 많을까.우선 F1 레이서가 될 확률은 약 3억분의 1이다. 즉 지구상에 20명 안팎만이 F1 레이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F1 레이서는 운행 중 5G(지구 중력의 5배)가량의 압력을 받게 된다. 거의 전투기 조종사 수준의 체력을 요구하는 셈. 더구나 운전 중 실내온도는 섭씨 50도 가까이까지 치솟는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1시간 반가량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F1 드라이버는 일종의 철인으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필자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운전하는 차에 함께 타보는 기회가 있었다. 아쉽게도 F1 머신은 아니고 일반 스포츠카였지만 그가 기어를 조작하는 손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방 30m 내외의 작은 공간에 콘을 놓고 빠져나가는 슬라럼 시범에서 필자는 거의 죽다 살아날 뻔했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운전하는 전위 예술가인 셈이다.지구상에 단 22명만 있는 F1 드라이버. 아쉽게도 대한민국 국적의 F1 드라이버는 아직까지 없다. 동양권에선 일본인 드라이버 3명이 전부다. 시속 350km를 넘나드는 꿈의 속도. 그 짜릿함 뒤에 막대한 달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