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설계(設計)한다’는 표현이 있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일을 건축의 첫 작업인 설계에 비유해 쓰는 말이다. 그 해에 할 일이나 건축은 계획에서 출발한다. 크게 봐서 건축의 한 갈래인 리모델링도 설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계획을 잘 잡아야 리모델링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보자. 우선 다른 계획을 세울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앞서야 한다. 패션쇼의 경우를 보더라도 여름철에 가을·겨울옷을 선보이고 겨울철에 봄·여름옷을 내놓는다.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리모델링의 효과가 크다. 비가 많이 오기 전에 방수 공사를 해야지 비가 샐 때는 방수 공사를 하기도 어렵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계절 변화에 앞서 리모델링 계획을 잡아야 한다. 리모델링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를 오래 타는 방법은 꾸준한 유지 관리다. 정기적으로 오일을 갈아주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품을 새로 갈아줘야 한다. 적은 돈으로 꾸준히 유지 관리를 하는 것을 소홀하면 한꺼번에 큰 돈이 들어가기 십상이다. 주택이나 건물도 유지 관리(리모델링)를 잘 해주면 살기에도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다. 이런 것을 감안해 꾸준한 유지 관리와 사전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 한 해의 ‘리모델링 캘린더’를 만들어봤다.김호영 ㈜레노베르(www.renovert.co.kr) 이사봄맞이 리모델링 2, 3, 4월이 봄맞이 리모델링을 하는 시기다. 2월에는 자녀 방을 새로 꾸며줄 만하다. 입학 시즌을 앞두고 방 분위기를 바꿔 자녀들에게 새 기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벽지나 커튼 등의 색상은 가능하면 어린이에게 맡겨보는 것도 좋다. 특별히 원하는 색상이 없을 때에는 초등학생의 경우 밝은 색인 노란색 하늘색 분홍색 등을 주로 쓰고, 중고생의 경우엔 미색이나 옅은 그린을 사용하면 안정감이 있다. 장난감이나 소지품을 정리할 수 있게 수납공간을 짜주는 것도 자녀 방 리모델링의 주안점이다. 날씨가 풀리는 3월에는 발코니로 눈을 돌려보자. 발코니를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키포인트다. 거실 쪽 발코니는 요즘 들어 대개 확장하는 추세지만 그 외의 발코니는 수납공간이나 어린이 놀이방으로 고쳐 볼만하다. 4월에는 집안 미니 정원을 꾸미기에 좋은 달이다. 꼭 발코니에만 미니 정원을 꾸며야 할 필요는 없다. 집안 여유 공간 어디라도 꾸밀 수 있는 것이 미니 정원이다. 4월에 꽃씨를 뿌리면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고 관리를 잘하면 겨울에도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여름 맞이 리모델링 물과 관련된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시기다. 5월에는 욕실 리모델링에 나서볼만하다. 샤워를 많이 하게 되는 여름철에 앞서 욕실을 고치기에 좋은 때다. 욕실 리모델링은 소음 많은 공사에 속한다. 타일을 깨다보면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5월이면 나들이가 많은 철이어서 소음 많은 욕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더라도 이웃에게 피해를 덜 입힐 수 있다. 늦어도 6월까지는 방수 또는 방습공사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비가 쏟아지는 여름철에 앞서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단독주택은 방수 공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당장 돈을 아끼려고 방수 칠을 적게 하는 것보다 이왕 할 때 여러 번 도장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새로 이사하지 않고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할 경우라면 7월이 제격이다. 집안에 사람이 살면서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보다 집이 비었을 때 하는 공사가 시간도 덜 들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새로 이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휴가철에 집을 비우기가 쉽다. 7월이면 이른 휴가도 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리모델링 공사도 가능하다.가을맞이 리모델링 8월에는 전기 배선을 교체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에 좋은 달이다. 낮이 길기 때문에 실내 조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하루 안에 전기 공사를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9월에는 겨울 추위를 대비한 공사를 마치는 게 좋다. 단열, 창호 교체, 설비배관 교체, 보일러 점검 및 수리 공사가 이에 해당된다. 여름철을 대비한 방수공사처럼 제 기능을 낼 수 있게 공사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10월이 주방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에 좋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크리스마스 등 겨울철에 집중된 가족 행사를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주방 철거 때는 먼지가 많게 마련인데 막상 겨울에 공사를 하면 문 열어 두기가 쉽지 않아 생활하기에 불편하다.겨울맞이 리모델링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에는 따뜻한 실내 공간 연출에 관심을 둬야 한다. 소파나 가구를 패브릭으로 감싸주기만 해도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12월은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때다. 미니 바, 미니 서재 등 자신 만을 위한 공간을 꾸며볼만하다.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면 자신을 돌아보거나 충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1월은 새 출발의 달이다. 가족들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 변화를 주면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다.리모델링 공사를 한꺼번에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리모델링 캘린더’를 떠올리면서 부분적으로 꾸준히 유지 관리를 해주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올해부터라도 실천에 옮겨보자.1월거실 가구, 소품 교체에 적절한 시기비수기로 접어 들면서 가구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2 월신학기 앞두고 자녀방 벽지 리모델링포인트벽지로도 분위기 전환 가능3 월발코니의 창호교체나 수납공간 마련봄바람이 불면서 발코니공사에 제격4 월집 안 필요한 곳에 미니정원 꾸미기이때 옮겨진 묘종은 늦가을까지도 싱싱5 월물 많이 쓰는 계절 앞두고 욕실 공사나들이 철이어서 이웃에 피해도 최소화6 월여름 장마에 대비한 방수공사방수공사 한 지 3년 지난 단독주택은 꼭 체크7 월집 안 전체 리모델링이 가능한 시기여름휴가 등 집 비우는 때 활용하면 효과적8 월집 안의 전기 및 배선교체 공사낮이 길어 하루 안에 공사를 끝내기에 제때9 월겨울철 대비 단열, 배관교체, 보일러수리늦추다가 공사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10 월주부들 시간 많이 보내는 주방 리모델링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집안행사를 잘 치르려면11월실내공간을 따뜻해 보이기 위한 공간연출소파나 가구를 패브릭으로 싸주어도 분위기 확!12 월자투리 공간에 미니와인바나 미니서재를나 자신을 돌아보려는 시점에 필요한 공간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