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작품 사두면 돈되나…

똘한 사진작품에 투자해 대박을 노려보세요.” 지난 9월20일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국내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 ‘소나무’가 6만4800달러에 팔렸다. 배 씨의 ‘소나무’시리즈는 2003년에 점당 1000만 원대였던 것이 작년부터 작품 값이 치솟아 최근엔 점당 3000만~6000만 원에 거래된다. 요즘엔 미국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 마드리드 등 세계 곳곳에서 배 씨 작품을 사려는 컬렉터들의 러브 콜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작품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30~40대 영상 디지털 세대들이 경제 주체로 떠오르면서 사진 컬렉션에 관심을 보인 데다 해외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사진전이 한 달에 3~5건 정도 열리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올해 초부터 매달 5~10건으로 늘어나더니 하반기 들어서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배병우 황규태 주명덕 구본창 정연두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를 비롯해 민병헌 정창기 김대수 등 원로작가, 강홍구 김녕만 김봉규 강재훈 이민숙 권순관 정기수 등 중견작가들이 작품을 대거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도 늘어나 배병우 김아타 정연두 등 해외파 작가 작품 값은 작년보다 2~3배 올랐고 민병헌 황규태 등 원로작가 작품 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사진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화랑이 공근혜 갤러리를 비롯 갤러리 나우, 갤러리 온, 스페이스 바바 등 10여 곳으로 늘어났고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한국 사진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미국 독일 등 해외시장의 활황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 안드레아 거스키를 비롯해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악셀 휘테, 칸디다 회퍼 등의 작품은 1997년부터 2005년 사이에 가격이 무려 600%나 수직상승해 일부 컬렉터들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사진 전문화랑인 뤼미에르와 와이트 월 등에서 올해 초 선보인 이들 작가의 작품은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다 국내 전체 미술시장이 활기를 띤 것도 호재로 작용했고 배병우 김아타 정연두 씨 등이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역시 국내시장 분위기 개선에 한몫했다는 것이 미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진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현대식 건축물에는 그림보다 사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인식의 변화도 시장에 활력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원로작가 작품만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올 들어 유망한 젊은 작가 작품에까지 매기가 확산되고 있다.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만레이 등 인기작가 작품은 최고 1억 원대를 호가한다. 서울 청담동 뤼미에르 갤러리는 ‘프랑스사진 명작전(10월 29일까지)’을 마련, 브레송을 비롯해 휴머니즘 사진의 대부인 96세의 노대가 윌리 로니, ‘시청 앞의 키스’로 유명한 로베르 두아노, 만 레이, 외젠 아제, 자크 앙리 라티그, 에밀사비트리, 이지스 등 프랑스 사진작가 8명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이들 작품은 점당 100만 원대부터 8000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의 ‘세계사진역사전(11월 4일~12월 16일)’에서는 나다르, 외젠 앗제,에티엔 쥘 마레, 로베르 두아노, 브라사이, 빌 브란트, 베르나르드 포콩, 조엘 메이어로위츠,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리 프리들랜더, 리처드 아베돈,다이언 아버스, 유진 스미스,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사진의 역사를 수놓은 대가 62명의 작품 3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점당 1억 원이 넘는 1850년대 빈티지 프린트를 포함해 대부분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들로 작품 가격 총액이 50억~60억 원에 달한다.배병우 씨 작품 ‘소나무’시리즈는 3년 새 작품 값이 3~6배나 치솟아 점당 3000만~6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대구 대백백화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배 씨는 총 15점을 점당 3000만~6000만 원에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생불(生佛)’시리즈를 통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무너뜨린 김아타 역시 국내외 컬렉터들의 작품 주문이 늘면서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점당 1000만 원을 호가한다.민병헌 황규태 구본창 임영균 김중만 홍성도 씨 작품도 점당 500만~800만 원으로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작품은 작년 초에 점당 300만 원을 밑돌았으나 최근 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작년까지 거래가 거의 없었던 김장섭 김대수 이갑철 정창기 김광수 이주용 김우영 권순평 등 유망작가 작품도 점당 200만~6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박형근 한성필 이선민 이명호 박진영 변순철 방병상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최근 거래가 시작되면서 점당 150만~3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전속작가인 정연두는 국내외 컬렉터들 사이에 작품주문이 늘면서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점당 800만~1000만 원을 호가한다. 추상사진 작가 김상수 씨 작품은 점당 400만 원에 시장에 나와 있다. 권부문 씨는 갤러리 신라에 점당 200만~300만 원대 작품 20여 점을 출품했고 구성연 김화용 조성연 씨 작품은 학고재아트센터에 점당 100만 원 선에 나와 있다.30~40대 영상 디지털세대들이 경제 주체로 떠오르면서 사진 수요층은 갈수록 두터워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그림보다 사진을 더 선호하는 쪽으로 미술시장 방향이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이나 독일은 이미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태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사진시장은 해외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수입액까지 합하면 1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며 “시장의 활기가 이어질 경우 매년 10~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6년째 포토 페스티벌 행사를 이끌고 있는 가나아트센터의 이옥경 대표는 “유행만 따라가는 작품보다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사진 가격이 최근 많이 올랐지만 아직도 회화에 비해 훨씬 덜 올랐고, 작가 층도 두터워져 수집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조언했다.현재 열리고 있거나 열릴 예정인 사진전은 ‘이원철 개인전’(11월 31일까지·갤러리 룩스) ‘임택사진전’(11월 8일까지·스페이스 바바) ‘이원철전’(11월 2일까지·가나포럼스페이스) ‘김태호사진전’(11월 22일까지·오스 갤러리) ‘차양수사진전’(11월 8일까지·웰콤 갤러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