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로 본 지하철 9호선
울지하철 9호선은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을 거쳐 강동구 방이동을 동서축으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1단계인 김포공항과 역삼동 교보타워 구간은 2007년 말 개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노선은 완행과 급행열차로 혼용 운행할 예정인데,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방화동에서 강남까지 급행은 30분, 완행은 40분 만에 접근이 가능하며, 특히 그 동안 지하철 이용이 불편했던 가양, 염창, 흑석, 등촌동에 도움이 되는 노선으로 이 지역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 중에서 1단계 구간은 한강 남쪽의 지역 중 북쪽에 위치한 한강 가를 따라 동서로 연결되는데, 주요 노선을 살펴보면 방화동~가양동~염창동~양평·당산동~여의도~노량진동~흑석동~반포동~역삼동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9호선이 풍수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진 노선인가를 살피려면 이들 지역의 전래 풍수는 어떠했으며, 향후 지하철이 개통되면 풍수적 특성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파악하면 된다.풍수론에서는 지맥을 타고 흐르는 지기는 물을 만나면 전진을 멈추어 지기를 응집하고[득수], 그 장소로 바람이 휘몰아치지 않아야[장풍] 지덕이 발동해 복을 준다고 믿는다. 따라서 한 지역의 풍수적 길흉은 백두산에서 뻗어온 백두대간의 정기가 훼손되거나 끊이지 않은 채 온전히 전달된 곳인가를 먼저 평가하고, 다음에는 득수의 여부와 장풍의 길흉을 판단해 좋은 곳을 가려낸다.그리고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은 시간의 흐름과 땅을 차지한 사람에 따라 지기가 왕성해지거나 또는 쇠약해진다는 뜻으로, 땅의 기운이 왕성할 때면 부귀와 번영을 누리지만 땅의 기운이 쇠약할 때면 재앙과 불행이 닥친다고 보는 견해다. 따라서 9호선이 개통되면 각 지역마다 지하철에 따른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잦아 풍토(風土)가 변할 것이고, 이 변화가 해당 지역의 지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염창동은 한남정맥에 속한 지형으로 시흥의 수리산을 지난 정맥은 부천의 할미산에서 북진한 용맥을 낳고, 이 용맥은 월미산→ 수명산→ 우장산을 거쳐 까치산으로 솟고, 봉제산을 거쳐 한강을 만나 전진을 멈추고 지기를 응집했다. 여기서 염창동의 주산인 봉제산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비봉포란형(飛鳳抱卵形)의 모습이라고 해서 생겨난 이름인데, 풍수학은 지기와 순응해 땅을 이용할 때만 지덕이 발동한다고 한다. 염창동은 봉황의 정기를 이어받는 땅으로, 봉황은 태평성대에만 날아오니 이 지역은 만사가 태평할 복지다.그런데 향후 9호선이 개통되면 이 지역은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뻔한데, 그렇다면 알을 품던 봉황이 놀라 날아갈지도 모른다. 만약 봉황이 날아가 버리면 이곳의 지기는 급격히 쇠약해질 것이고, 지기에 의존해 사는 사람의 운명까지 악화될 염려가 있다. 봉황은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고 한다. 따라서 염창동에 들어서는 지하철 역사 안 혹은 바깥에 대나무가 심겨진 실내정원이나 쌈지공원을 조성해 비봉(飛鳳)이 영원히 머물도록 해야 한다.여의도는 사방이 물로 에워싸인 섬으로 이런 터를 풍수는 ‘연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의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부르고, 지기가 쇠약한 터로 본다. 왜냐하면 여의도는 강 한가운데에 모래가 쌓여 형성된 섬으로, 사면이 물로 차단된 곳이라 북한산이나 관악산의 정기가 연결되지 못하고, 또 모래땅은 바람이 속으로 들어가 지기가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의도에 한국의 정치와 금융 그리고 방송의 중추 기관이 모여 있는 것을 풍수계는 좋게 보지 않았다. 연꽃은 꽃과 열매를 갖춘 원만한 꽃이고 또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오른다.’고 했으니, 연화부수형의 터는 빈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 원만하고 고귀한 생활을 하는 군자의 땅이다.따라서 지금까지 여의도는 재물보다 세상을 멀리한 은자(隱者)들과 궁합이 잘 맞는 터였다. 풍수는 도로를 물길로 보며 물은 곧 재물을 의미하니, ‘산에서 귀인이 나고, 물가에서 부자가 난다.’라고 했다. 여기서 향후 9호선이 개통되면 여의도는 지하철이란 도로를 따라 현재보다 물이 더욱 풍부하게 흐르고, 물이 흘러와 머물면 그만큼 재물도 수북이 쌓일 것이다. 그 결과 여의도는 한국의 월가로서 금융의 재도약이 예상된다.반포동은 한강이 배역(背逆)하듯 반궁수(反弓水)로 흐르는 지역으로 예로부터 한강이 자주 범람해 모래로 이루어진 땅이고, 항상 홍수라는 재난이 염려되던 곳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산천 형세에 풍수적 결함이 있어 재난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곳에는 사찰을 건립해 병든 산천을 치료했다.즉 절을 지으면 승려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이 많이 거주하면 재난이 닥쳐도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재난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모란대에 있는 영명사(永明寺)는 평양의 북쪽 지세가 낮고 허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장려보다는 일의 전후를 생각하고 앞일을 생각하는 경세(經世)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물론 현재의 반포동은 한강에 높이 둑을 쌓아 홍수가 날 염려는 적다. 하지만 물은 곧 바람길이니, 비록 강의 범람은 없어도 바람의 충사(沖斜)만은 피하기 어려워 지기가 흩어지는 터다. 따라서 향후 9호선이 개통되면 반포동에는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질 것이며, 사람이 모여 기가 강해지면 산천의 흉기를 억누르게 된다. 그 결과 반포동은 장풍이 허약한 ‘기가 센 땅’에서 ‘기가 순한 땅’으로 변모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다.‘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장마 때면 현재 삼릉 공원에 있는 정릉의 정자각까지 물이 차올라 문정왕후의 능을 결국 강북에 두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강남구의 대부분이 홍수 때면 강물이 범람했다는 말인데, 하지만 선사시대 유물이 발굴된 역삼동은 낮은 구릉의 지형이라 홍수의 피해가 없던 곳이다. 그 결과 강남에서도 지기가 강한 곳에 속한다.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밀집한 역삼동 테헤란로는 근래 들어 벤처 밸리로 유명했었는데, 이것은 포화 상태인 서울 도심이나 여의도 증권가를 제외하고는 이곳만큼 지리적 요건이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IT산업이 고비를 맞으면서 벤처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한때는 을씨년스러운 거리로 변하기도 했다. 향후 9호선이 개통되면 새로 뚫린 길을 따라 귀인들과 진귀한 물건들이 함께 모여 들 것이고, 그 결과 역삼동은 야망의 꿈을 이루는 청년의 거리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