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목돈 굴리기

름휴가의 기억을 뒤로 하고 알찬 수확을 올려야 할 시기지만 하반기 재테크 환경은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와 달리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향후 금리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수도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예금과 대출, 투자 모두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시중은행들이 발 빠르게 고금리 상품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들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목표 아래 은행들은 다양한 특판 예금으로 고객을 유혹하면서 예금 금리가 어느새 5% 대로 높아졌다. 따라서 목돈을 운영하는데 특판 예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좋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실제 경남은행이 개인 고객을 상대로 출시한 특판 예금 금리는 무려 5.4%다. 이는 몇 달 전까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개인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는 이 상품은 1000만 원에서 5억 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2년제와 3년제 예금으로 구분돼 있다.하나은행도 공격적인 예금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0.3~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1년제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에 1억 원 이상 가입하는 고객은 종전 연 4.6%에서 0.4%포인트 오른 연 5.0%의 금리를 받게 된다. 또 1억 원 이상 2년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에겐 연 5.2% 금리가 적용된다.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2일부터 인터넷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1년제에 연 4.9%의 금리를 주고 있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수신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과의 금리 격차도 1%포인트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금리 인상 국면 속에 은행권 상품이 다시 주목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금리가 오를 때에는 가급적 예금을 단기로 운영하는 게 좋다. 통상 은행들은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시차를 두고 예금 금리를 인상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예금에 돈을 운영하다가 나중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나오면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연호 외환은행 PB팀장은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오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3개월 CD 연동 상품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지금은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나중에 좋은 투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잠시 돈을 묻어두는 게 좋다. 일정액 이상을 MMDA에 예치할 경우 국민 하나 신한 등 많은 은행들은 연 3% 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또 금리와 부가 혜택을 많이 주는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도 유용하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려면 가급적 우량 증권사의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예금자에게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대출받는 사람에게는 즐거울 리 없다. 콜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은행의 대부분 변동금리형 대출 이자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년 새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1억 원을 받았을 때 연 이자 부담액이 121만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상품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고정금리 상품은 변동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다. 게다가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경우 1~2%의 조기 상환 수수료에다 1% 안팎의 근저당 설정비도 물어야 한다. 따라서 섣불리 고정금리로 전환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재테크 전문가들은 3년 정도의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이 유리하고 10년 이상 장기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당분간 급격한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단기 대출의 경우 수수료 등을 부담하면서 고정금리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대출의 경우 1~2%의 금리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로 받는 게 좋다.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상품인 e모기지론을 고려해볼만 하다. 이 대출은 앞으로 15년 동안 연 5.9%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시중은행 변동금리 대출상품 금리가 연 5~6% 대에 달하고 이번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으로 조만간 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금리 면에서도 유리하다. 박승찬 주택금융공사 마케팅팀장은 “한은 콜금리 인상으로 고정 및 변동금리 대출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사람의 경우 고정금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최근에는 안정성을 높인 다양한 형태의 주가지수연동예금(ELD)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기존 ELD의 경우 수익률 확정 기회가 한 번밖에 없었지만 새 상품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며 보너스 금리를 주는 경우도 있다. SC제일은행은 만기 1년짜리 ELD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익률 확정 기회를 12번이나 늘린 상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신한은행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경우 연 최고 7%까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선보였다.금리가 상승할 경우 상대적으로 주식보다는 채권이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한다. 그러나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투자할 경우 만기까지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게 좋다. 만기 이전에 채권을 되팔 경우 전반적인 금리가 상승 국면을 보이고 있을 경우 오히려 채권 매매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채권형 펀드도 마찬가지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금리가 상승하면 펀드에 편입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금리 상승 시 기업의 리스크도 높아지기 때문에 우량 기업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식도 다소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안정성이 높은 실적 호전 및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좋다.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주식 부동산 시장 모두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대출은 가급적 조기에 상환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