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27일 뮤지컬 ‘요덕스토리’
한 미사일 발사, 미국 대북 추가제재, 이산가족 상봉 중단…. 흡사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듯한 북한이 연일 조간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요즘의 한반도 정세와 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뮤지컬이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북한 ‘2915 요덕 정치범 수용소’를 배경으로 제작된 토종 창작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초연된 이후 성남아트센터 앙코르 공연 전회 매진, 대구 거제 등 전국 투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다시금 서울 무대에 입성한다. 지방 투어에서만 7만2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요덕스토리의 성공 원인은 무엇일까.요덕스토리는 탈북자 출신인 정성산 감독이 북한에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녹여낸 논픽션 작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실상이 가감 없이 투박하게 표현되고 있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정 감독은 북한의 수령 독재 체제를 잔인하게 인간을 파괴하는 ‘잘못 만들어진 사회’로 그려낸다. 사상과 종교, 양심의 자유가 유린된 채 50년간 데모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평양연극영화대학과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영화연출학을 공부한 정 감독은 탈북한 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서 자본주의식 영화미학을 전수받았다. 그는 그동안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대하소설 ‘장백산’ 1~3부를 집필했다. 문화 분야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감독은 요덕스토리를 통해 그 어떤 이데올로기나 독재정권보다 숭고하고 위대한 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북한 어디에도 온전한 자유는 없다”며 “우리는 이러한 북한을 거대한 감옥이라 부른다”고 말한다. 그 거대한 감옥 속의 특별 감옥이 바로 정치범 수용소라는 것.요덕스토리는 주인공 강련화와 그녀의 평화로운 가정에 닥치는 기구한 삶의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강련화는 평양음악무용대학 현대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스물세 살 처녀다. 어린 시절 김정일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김정일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충성의 무용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김정일의 특별교시에 의해 대학에 입학한 행운아다. 그녀는 특별 무용수로 뽑혀 김정일 별장에서 벌어진 기쁨조 파티에 참석, 춤을 잘 춘다는 김정일의 칭찬을 받은 데 따라 당으로부터 평양 창광거리의 고급 아파트를 받는 등 승승장구한다. 게다가 당 간부 아들들의 프러포즈가 이어지면서 강련화는 북한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딸을 잘 둔 덕에 일개 노동자에서 간부로 승진한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훌륭한 아코디언 연주가인 여동생과 축구선수를 꿈꾸는 남동생도 덩달아 신이 나 있다. 그러나 웬걸.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던가. 아버지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그녀와 가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요덕수용소에 수감된다. 함경남도 요덕군 산골짜기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는 철조망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돌아올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강련화의 인생은 급전직하한다. 그녀는 수용소장인 리명수 대위에게 겁탈당하고 아이를 임신한다. 고통을 잊기 위해 죽음을 택하나 불발. 자살 자체가 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사상 때문에 그녀는 독방에 갇힌다.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시도된다. 강련화를 겁탈했던 리명수의 가슴에 사랑이 싹트게 되면서 강련화를 탈출시키려 한다. 그러나 결말은 비극으로 끝난다. 리명수는 강련화를 도왔다는 죄명으로 총살당한다. 주인공 강련화 역에는 지하철 1호선, 카르멘 등으로 이름을 알린 뮤지컬 배우 최윤정이, 강련화의 탈북을 돕다 총살당하는 리명수 역에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마술피리의 임재청이 열연한다. 서울에서 갖게 될 앙코르 공연은 8월 11일부터 올림픽 홀에서 보름간 이어진다. 주최측은 공연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고 장애인, 국가 유공자, 귀순동포 등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극의 취지를 살려나가기로 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2회 공연(8시 공연)에 한해 입장권을 8150원에 판매한다. 요덕스토리는 미국 무대에도 올려진다. 9월 중순부터 10월말까지 뉴욕, 워싱턴, LA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미국 순회공연 이후에는 11월 일본, 내년 상반기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특별공연 등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투어도 추진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