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호텔신라

의도 증권가의 명(名)분석가로 통하는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최근 히트를 친 ‘명품주식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명품주식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증대시키는 주식 △주식시장의 수많은 종목들 중에 희소성을 가진 주식 △장기 보유하면 반드시 보답을 해주는 주식이 바로 명품주식이라는 것이다. 정 부장은 대표적 명품주식 중 하나로 호텔신라(사장 이만수)를 꼽았다. 흔히 호텔업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아 실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호텔신라는 꾸준히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 경기 흐름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유일의 상장 호텔 업체란 희소성도 있다.여기에다 자산가치도 우수해 장기 투자 매력이 높다. 자산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견뎌낼 힘이 있다. 배당 투자 가치도 높다. 결국 주식 투자는 누가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인데,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뛰어난 데다 시장이 꺾여 주가가 부진하더라도 배당을 받으며 제 가치가 발현될 때가지 장기간 기다릴 수 있다.정 부장은 “호텔신라는 단순히 이익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주가에 1 대 1로 대응할 수 있는 주당순이익(EPS)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주식”이라며 “단기적으로 굴곡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대세 상승을 지속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호텔신라는 안정적 이익 흐름에다 우수한 자산가치, 높은 수준의 배당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기 투자자들에게 안성맞춤이어서 훗날 자녀들에게 대물림해도 좋은 주식”이라고 추천했다.그렇다면 호텔신라는 어떻게 명품주식의 반열에 올라섰을까. 우선 장기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갖추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호텔신라는 지난 1973년 삼성그룹이 호텔 사업에 진출하면서 설립됐다. 서울과 제주도에 특1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국내 호텔 업계 중 최고 수준이다. 얼마 전 국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 호텔로 선정됐고, 미국에서 발간되는 여행전문지 ‘자갓(Zagat)’은 세계 100대 호텔 중 하나에 포함시켰다.호텔신라의 사업부문은 호텔과 면세점, 기타 부대사업 등으로 나뉜다. 호텔업 특성상 객실 및 식음료 사업이 주 사업부문이 되는 게 당연하지만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 비중이 더 높다. 2005년 말 기준으로 매출 비중을 보면, 면세점이 57.4%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호텔이 32.7%,기타 부대사업이 9.9%를 차지하고 있다.호텔신라는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13.7%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했다. 외국인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한 데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 증가로 면세점 매출이 매년 큰 폭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영업이익도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멈춰 2002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호텔업은 기본적으로 저마진 사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주력 부문이던 면세점 매출이 환율 하락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 경기 침체로 면세점 주요 고객인 일본 관광객이 감소한 이유도 컸다. 호텔신라는 저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호텔 부문에 과감한 수술을 단행했다. 과거 브랜드력에 의지하던 경영을 버리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우선 서울 신라호텔의 경우 저마진의 식음료 부문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지하 매장을 명품 임대 매장으로 리모델링해 이익률 개선에 주력했다. 삼성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그 결과 2002년 4분기를 바닥으로 호텔 부문 이익은 다시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했다.면제점 부문 이익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 경기가 회복되면서 관광객이 다시 늘어났고, 면세점 부문은 호황 국면으로 재진입했다. 결국 호텔신라 전체 매출액도 증가세로 돌아서 2005년까지 매년 10%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호텔신라가 앞으로도 장기적인 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으로 기업 체질이 바뀐 데다 주력인 면세점 시장이 장기 호황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수요가 여전히 많은 데다, 무엇보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 급증으로 내국인의 면제점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한류 열풍이 다소 주춤하면서 일본인의 면세점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으나 내국인의 이용률이 워낙 급증해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매출 중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3%에 그쳤지만 2005년 37%까지 확대됐으며,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2007년에는 내국인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남옥진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면세점 시장이 일본 관광객 중심에서 내국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국인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매출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면세점 부문의 내국인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일본인 고객에게 지급되던 판매액의 5% 안팎에 달하는 커미션이 없어지고, 내국인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류의 마진이 명품류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2002년 4.0% 대이던 면세점 영업이익률은 2006년 8.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더욱이 오는 2007년 상반기에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은 호텔신라에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면세점 규모는 연간 1조 원에 달하며, 5년마다 재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만약 호텔신라가 이번 재입찰에서 총 4개 구역 중 하나만 따낸다 하더라도 연간 2000억 원의 매출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2006년 이 회사의 면세점 예상 매출이 2631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배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사업권 수주 전망은 밝다.신규 사업으로 진행 중인 분야도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호텔신라는 호텔업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신규 사업에 진출했다. 호텔예약사업, 최고급 피트니스센터인 ‘반트(Vantt)’, 최고급 베이커리&카페인 ‘아티제’, 삼성그룹사 상대 헬스 장비 수입 판매업 등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 호텔예약사업이다. 아직은 주로 삼성그룹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뤄지고 있지만 2007년 이후에는 삼성그룹 이외의 물량 취급, 항공권 예약사업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주 지역에 사무소를 개설, 현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호텔 예약 주문도 소화해내고 있다. 2005년 호텔예약사업 매출은 40억 원 선으로 파악되는데, 2006년에는 65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호텔예약사업은 유지 비용이 적어 협력업체인 칼슨에 대한 수수료를 제외할 경우 전액 이익으로 잡히므로 이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올해 매출이 81억 원, 영업이익이 21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피트니스센터 ‘반트’와 45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베이커리점 ‘아티제’도 현재 체인화가 추진되고 있어 향후 고성장이 기대된다.호텔신라는 이 같은 신규사업을 통해 지난해 167억 원의 매출과 5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올해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1억 원, 7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사업 매출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에 그칠 예정이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25%에 육박할 정도로 신규 사업 부문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서울 신라호텔의 경우 수익성 위주 경영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이미 적자 상태이거나 마진이 적은 외부 식음료 매장을 폐쇄한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신라호텔 1~2층 로비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했다. 리모델링 공사의 방향은 역시 수익 공간 창출을 겨냥한 것이다. 1층에는 각종 조찬 행사와 비즈니스 미팅이 가능한 복합 레스토랑, 2층에는 첨단 콘퍼런스홀이 들어선다. 이 같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서울 신라호텔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4년 4.1%에서 2005년 8.4%로 높아졌으며, 2006년에는 9% 선까지 신장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호텔신라의 모든 사업부문이 이익을 내는 구조로 탈바꿈함에 따라 실적이 매년 안정적으로 개선돼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2006년 매출액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0%, 20.7%의 양호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부문 매출은 장기 호황에 힘입어 전년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 신라호텔과 신규 사업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13.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2007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마지막으로 배당과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매년 30% 이상의 배당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한햇동안 벌어들인 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주주들한테 나눠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주주친화적인 기업이다. 2006년, 2007년에도 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금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호텔신라의 주가는 2003년 3월 3800원 대를 바닥으로 장기 상승 추세를 그리면서 올 들어 지난 5월초 1만7000원 대까지 상승했다. 35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최근 시장이 급락하면서 동반 조정을 받고 있지만 호텔신라 주가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탄탄한 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신규 사업 호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등 주가 호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그동안 많이 올랐지만 경쟁업체 대상으로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한양증권 분석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율(PER)은 23.1배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스타우드호텔 39.4배, 메리어트호텔 28.2배 등 주요 호텔 체인 업체의 PER가 33배를 전후로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