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의 블루오션 경영전략
움증권은 다른 온라인 증권사보다 수수료가 싼 것도 아니고 전산 품질이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 만족을 토대로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습니다.”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의 말대로 다른 온라인 증권 업체와 비교했을 때 키움의 전산 품질은 대동소이하고 가격은 오히려 비싸다. 하지만 키움은 거래 대금 기준으로 지난해 연평균 시장점유율 8.48%를 기록했고 작년 말부터 월 누적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작년(3월 결산 기준) 2536억 원의 매출에, 전년보다 572%나 급증한 4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증권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서 키움은 경영대학의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 1월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6년여 만의 성과다. 김 사장도 회사가 성장하면서 지난 3월 스톡옵션 일부를 매도해 30억 원 이상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을 만나 성장 비결과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많은 사람들은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키움증권의 수수료는 다른 온라인 증권사보다 비싸고 전산 품질도 다른 10여 개 증권사와 비슷합니다. 이것으로는 성공 요인이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가 최근에 임직원 모두에게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책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옆 유리창도 깨지고 작은 범죄가 큰 범죄로 연결되지만 유리창을 고치는 사소한 노력이 있으면 작은 범죄가 줄어들고 결국 큰 범죄도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회사는 증권 거래 시스템을 만들 때 고객을 반드시 참여시켜 고객의 욕구를 반영했습니다. 또 고객들이 불만을 얘기할 때 철저하게 피드백 해 줍니다. 일례로 서비스가 잘 안된다고 불평하는 고객이 있으면 직원들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심지어 전화 모뎀과 구형 386 컴퓨터를 쓰면서 서비스가 잘 안된다고 욕설까지 하는 고객이 있더라도 전후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어떤 불만이라도 게시판에 쓸 수 있게 했고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서 욕설을 올린 사람에게 다른 고객이 욕하지 말라고 비판할 정도로 고객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졌습니다. 깨진 유리창이 방치되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되지만 이처럼 불만의 소지를 미연에 예방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고객의 불만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키움증권은 영업 점포가 없는 온라인 증권사이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영업점을 가진 증권사에 비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주 고객 만족을 측정하기 위한 ‘펜타곤 협의회’를 개최합니다. 제가 주재하는 이 회의에서 고객이 게시판에 올린 의견이나 콜센터를 통해 전달한 불만 사항을 모두 모아 고객에게 피드백해 주고 서비스 개선 방안을 협의합니다. 또 콜센터의 이름도 고객만족센터로 바꾸고 여기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만약 콜센터 직원들이 불만족한 상태에서 고객을 대할 경우 고객들은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질 수 있고, 이런 일이 생기면 사소한 불만이 큰 불만으로 발전해 결국 키움과의 거래를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또 이탈한 고객 한 명은 다른 10명의 고객이나 잠재 고객도 이탈시키게 됩니다. 깨진 유리창이 큰 범죄를 불러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이런 노력은 어떤 성과를 냈습니까.“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신규 고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초만 해도 하루 평균 150계좌 정도 늘어났는데 지금은 하루 500계좌 정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객예탁금 역시 매달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고 거래 대금 시장점유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직원들의 열정을 배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몇 해 전 시장점유율 3%를 처음으로 달성했을 때였습니다. 보통 오후 4시 정도면 시장 점유율 수치가 나오는데 3%를 처음으로 넘어선 날 전 직원들과 함께 생맥주 파티를 했고 100만원씩의 보너스를 줬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4% 달성하면 또 다시 인센티브가 주어지다 보니 직원들이 시장점유율이란 지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점유율 을 높이는 일이 내 일이 된 것입니다. 개별 종목의 특성에 따라 증거금 비율을 차별화한 ‘증거금률 스펙트럼 제도’가 대표적으로, 직원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인 사례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증권회사가 이 제도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자동 담보대출이나 주식 구매를 위한 신용대출도 직원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도입니다.”-키움증권 설립 배경을 설명해주시죠.“대부분 증권회사들이 주식 매매 중개를 통해 전체의 60~70%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1980년대에 비해 90년대에 이 부문의 비중은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주식시장이 침체돼 거래 대금이 줄어들게 되면 증권회사의 수익 전체가 악화되고 대부분 지점은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됩니다. 증시 활황기에 점포를 늘렸다가 주가 하락기에 점포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점 없이 은행 등 이미 지점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를 활용해 계좌를 개설하고 입출금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인터넷이 활성화하고 온라인 시대가 도래한 데다 주가도 상승세를 보여 빠른 시간에 사업이 안정화한 것 같습니다.”-온라인 증권 거래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요.“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해서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자만에 빠지면 신이 우리를 버립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직원들에게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하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아직 새롭게 개척해야 할 시장도 많습니다. 각종 규제 때문에 아직은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펀드를 판매하게 될 경우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온라인 자동차보험도 판매가 가능해지면 이 사업도 벌일 계획입니다. 특히 동남아 등에서 키움증권의 모델로 사업을 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데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올 들어 주식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됐고 적립식 투자자들도 많아지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이전보다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동산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사회에선 주식이 좋은 투자처가 됩니다. 목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직장인은 적립식 펀드로 재산을 불리는 게 가장 좋습니다. 2000년부터 5년간 은행에 매달 100만 원씩 예금하면 2005년 말 원금과 이자를 합해 66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코스피지수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억 원을 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적립식에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 더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이 됩니다. 목돈을 가진 투자자라면 지금 환금성이 보장되는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곳에 돈을 맡겼다가 주가가 바닥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에는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바닥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기업 경영과 관련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고 있나요.“한 해에 적어도 20~3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또 전 임직원에게도 책을 강제로 읽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은 전 직원에게 나눠주고 독후감도 쓰게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모든 것을 경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책을 통한 간접 경험과 지혜를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