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권하는 도시’ 두바이의 필수 쇼핑 안내

동의 진주’ ‘중동의 스위스’ 등과 함께 두바이를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는 바로 ‘황금의 도시(City of gold)’다. 두바이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보석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보석시장에서는 금이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 또 판매되는 보석류의 95%가 21캐럿 이상의 묵직한 것들이다. 두바이에서의 필수 쇼핑 아이템은 언제나 금과 보석이다.1960년대 이전까지 아라비아 해의 풍부한 수산 자원으로 살아가던 두바이는 1970년대 들어 금 세공과 다이아몬드 세공, 그리고 석유 수출로 부유한 국가 대열에 올랐다. 이후 축적된 자본과 향상된 생활 문화는 3차산업의 발전을 불러왔고, 두바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거대한 인공도시로 탈바꿈했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을 갖추고 있다. 또 유럽과 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해 중개무역지로 각광받으면서 70년대 이후 전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두바이에서는 유명한 금, 다이아몬드 산지로부터 원석을 들여와 세공한 후 재수출하는 가공 무역이 발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세공 기술이 발달해 두바이의 보석 제품은 세계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석유 자원은 언젠가 고갈되기 때문에 두바이 정부는 금융, 물류, 관광 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두바이는 나라 전체를 면세 구역으로 정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석을 구입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는 특히 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금 수입 자체에 관세가 붙지 않기 때문에 보석 딜러와 소매상은 저렴한 가격에 금을 유통시키고 있으며, 소비자 역시 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금을 구입할 수 있다. 귀금속의 90%는 수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두바이에서는 한 해 평균 360t 정도의 금이 유통되는데 이는 세계 귀금속 교역량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두바이가 금 교역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지리적인 위치가 큰 역할을 했다. 두바이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금을 더 좋아하는 나라가 밀집한 중동지역의 한복판에 있다. 또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금의 유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아프간 전쟁이 벌어지기 전 두바이는 탈레반의 황금과 외환이 집결하던 곳이었다. 중동에서 금융 규제가 가장 느슨한 나라인 두바이는 탈레반 정권과 빈 라덴에게 가장 중요한 자금 공급원이 됐다. 카라치 주재 탈레반 총영사인 카카 자디는 약 60만 달러어치의 황금을 두바이로 가져와 현금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로 들어오는 금은 대개 골드 바(금괴) 형태인데, 모든 금괴는 두바이 시 당국의 인장이 찍혀 딜러에게 유통된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 일가견이 있는 두바이는 지난 1999년 22캐럿의 금으로 장장 4.2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목걸이를 만든 적이 있다. 그 목걸이는 이후 총 9600여 명에게 조각별로 팔려나가 팔찌와 목걸이로 사용되고 있다. 두바이에서 금과 다이아몬드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은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데이라 지구의 골드 수크(Gold Souk, 수크는 이슬람어로 시장이라는 뜻)와 두바이 신발전지구를 관통하는 세이크 자에드 로드(Sheikh Zayed Road)에 있는 ‘골드 앤드 다이아몬드 파크(Gold & Diamond Park)’, 두바이의 신시가지인 ‘부르 두바이(Bur Dubai)’ 지역에 있는 ‘뉴 골드 수크(New Gold Souk)’ 등이다. 이들 세 지역은 두바이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과 최상품의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다면 반드시 흥정을 해야 한다. 소매상마다 각기 다른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치열하게 가격 흥정을 벌이는 게 좋다. 두바이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현지인들은 절대로 소매상이 제시하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권고한다. 최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도 ‘흥정’은 통용된다. 흥정에 따라 면세 가격에서 추가로 약 5%의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제품 가격은 한국의 80~90% 정도로 보면 무리가 없다. 이들 지역은 두바이에서도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별도의 주소 없이도 택시 운전사에게 이름만 대면 찾아갈 수 있다.금을 사고 싶다면 먼저 상점 점원에게 그날의 금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예를 들어 1g에 43디르함(Dhs:아랍에미리트 공식 화폐)이라면, 5g짜리 18캐럿 금팔찌의 가격대는 대략 250디르함 정도 된다. 보석 디자인과 세공비를 감안해 1g당 7디르함 정도가 더 붙는 것이다. 골드 수크에서 유명한 옐로 톤을 띤 누런 금(중동이나 인도 사람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은 은빛이 감도는 일반 금보다 비싼데, 이는 순도가 높고 디자인이 정교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번쩍이는 황금보다 절제된 톤의 보석 액세서리를 선호한다면, ‘골드 앤드 다이아몬드 파크’로 가볼것. 이곳에는 냉방 시스템을 갖춘 실내 몰에 보석 소매상이 밀집돼 있는데, 세공사가 직접 보석을 가공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보석의 제조 현장에 들어서게 되면 섬광처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와 금의 향연에 넋을 잃게 마련이다. 장인의 능숙한 손에 의해 비로소 온전한 영혼으로 탄생하는 보석은 꽃보다 눈부시다. 무엇보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골드 수크처럼 흥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급스러운 가게들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거의 없어 가게에서 부르는 가격에서 아주 약간만 할인을 요구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액세서리를 주문할 수도 있다. 원하는 디자인을 보석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면 단 며칠 만에 완성품을 받아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 세공은 빠르면 세 시간 만에 완성되기도 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보석 디자이너들이 이곳에서 액세서리를 세공해 간다. 본국에서 세공했을 때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데다 질 역시 높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금 권하는 사회’라 할 만하다. 매년 10월 혹은 11월 중 5일 동안 펼쳐지는 디왈리(Diwali) 힌두 축제 기간에 사람들은 서로에게 금을 선물하며, 액세서리 상점들은 ‘디왈리 축제 특별 세일’에 돌입한다.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부모가 잘 살라는 의미로 금을 선물하는 것 또한 일반적이다. ‘두바이 골드 앤드 주얼리 그룹’에 따르면 “두바이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95%가 금을 사간다”고 한다. 이는 분명 두바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을 사는 일이며 나아가 고국에서의 시세 차익까지 생각한 영민한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