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엽 맥스앤마이티 사장의 성공 비법
4명의 직원으로 연 800억 원의 매출에 20억 원의 이익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 맥스앤마이티가 그 주인공. 이 회사의 김상엽 사장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와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캐릭터 숍을 개설하고 저가 화장품 업체인 미샤의 태국 영업을 담당하는 등 사업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직원 수에 비해 놀라울 만큼 대규모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의 비밀을 풀어보기 위해 김 사장을 만났다.맥스앤마이티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무역의 날에 상을 받았다는 신문기사 이외에 관련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김 사장에게 회사 소개부터 부탁했다.“아직까지 회사를 홍보해 본 적이 없어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펩시 등 외국 유명 음료업체에 페트병 원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이나 금호석유화학 같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생산하는 페트병 원료를 구매해 외국 대기업에 판매하는 것이죠. 우리에게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도 대기업이고 우리가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도 규모가 매우 큰 음료회사입니다. 거대 기업 틈바구니에서 우리 같은 소기업이 살아남은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대기업과 대기업의 중간에서 판매를 중개해 주는 업종인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훨씬 많은 자원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이 왜 맥스앤마이티 같은 중간 상인을 필요로 할까.“많은 석유화학 업체들이 자체 수출 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형 업체들이 보지 못한 틈새시장을 처음부터 노렸습니다. 플라스틱 원료는 부피가 크고 값이 싸기 때문에 운송비 부담이 커 먼 곳으로 수출할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기업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사업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원가가 싸기 때문에 운송 관련 비용을 최소화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업체는 한번 신뢰 관계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성사되면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경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원료와 마찬가지로 페트병 원료도 국제 시세가 변하고 환율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 분야에 15년째 종사하다 보니 시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나름대로 가격 및 환율 변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서 가격이 쌀 때 원료를 샀다가 가격이 비쌀 때 팔아 수익을 남기거나, 환율을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규모가 작아서 발생하는 이점도 상당하다고 한다.“대기업의 경우 의사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작은 회사는 큰 회사를 이기지 못하지만 빠른 회사는 느린 회사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철저하게 고객 위주로 근무 시스템을 맞춰 나갔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시차를 감안해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김 사장은 효성물산에서 7년간 근무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은 따라가려 하지 않았던 그는 입사 후에도 화학 제품을 판매하면서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선진국 업체 중에서도 ‘가장 크고 어려운 놈’을 골랐다. 물론 처음에는 성과가 없었다. 선진국 기업들은 서류 제안서부터 시제품 사용 등을 거쳐 최종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엄청나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선진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2~3년이 걸리는 길고 긴 절차를 감수하며 계약을 따냈다. 회사를 떠날 때쯤에 그는 사업부 매출의 80%를 혼자서 감당해낼 정도가 됐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종합상사가 무너졌다. 환율 급등으로 종합상사에 엄청난 시련이 닥친 것이다. 다른 모든 성공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김 사장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했다.“외환위기로 그동안 애써 개척했던 화학 상품 고객을 모두 잃어버릴 처지가 됐습니다. 공급 업체는 생산할 여력이 있었고 고객들도 물건을 사고 싶었지만 중간의 종합상사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해 수출 길이 막혀 버린 것입니다. 종합상사가 망해가는 상황에서 그동안 제가 어렵게 개척했던 유럽 지역 고객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한 외국 고객이 구매를 대행해 주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개인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돈 1000만원에 책상과 컴퓨터 전화 두 대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구매를 대행해 주고 커미션을 받는 형태로 처음에 사업을 운영하다가 나중에 직접 매출을 일으키는 구조로 전환했습니다.”창업 후에도 그는 ‘크고 까다로운 놈’을 집중 공략해 새 고객을 만들어냈다. 결국 국내 대기업들도 맥스앤마이티를 통하지 않고서는 유럽이나 미국 고객과 접근하기 힘들게 됐다. 수출액이 늘어나면서 김 사장은 2002년 무역의 날에 3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데 이어 2004년 무역의 날엔 5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또 이달의 무역인상과 대통령 포장도 받았다.김 사장은 한국 사회 특유의 ‘갑을 문화’에 정면 도전하면서 원가를 대폭 낮췄다. “생산 운송 보험 판매 등 대부분 과정이 아웃소싱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화학 원료의 부피가 워낙 커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운임으로 지출될 만큼 운송은 부담이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원가를 줄일 수 있더군요.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비공식적 부문만 줄여도 다른 메이커보다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대개 운송 분야에서 비자금이 많이 조성되곤 하는데 이런 리베이트나 접대, 선물 등의 관행을 일절 없앴습니다. 우리가 대규모 주문을 내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서 접대받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명절 때 우리가 선물을 보냈습니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화주에게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하더군요.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이제는 특정 품목을 특정 지역에 수출할 때 가격과 조건만 협상하면 될 정도로 운송과 보험 모두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직원 4명으로도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이처럼 원가를 줄이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손해도 감수했다. “신뢰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계약을 맺었는데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업체들은 이익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약속을 지켜 왔습니다. 또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모습이 신뢰를 준 것 같습니다. 한번은 외국 고객에게 보낸 물건이 주문한 것과 달랐었는데 그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에 고객은 그 물건을 그대로 구매하고 원래 계약한 물건도 보내달라고 해서 결국 수출 물량이 두 배로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그는 화학 원료 판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 사업에 진출했다. “지금은 사업이 잘 되고 있기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매출에 비해 이익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대기업에 정보가 완전히 개방되고 온라인 형태로 모든 주문이 이뤄지면 업종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 시작할 때부터 다음 사업을 준비해 왔습니다. 유럽에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첩이나 가방 등 모두 장인의 혼이 들어가 있고 대를 이어 쓸 수 있는 명품을 사용하는 유럽인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멜로우컴퍼니란 브랜드 숍을 열었습니다. 현재 16명 정도 직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압구정동에 매장 하나로 시작했지만 매장을 늘려가면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티오도(t.odo)란 독자 브랜드도 만들었고 해외 업체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데 디자인 관련 상품은 화학제품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따라서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그는 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제 경험으로 보면 돈은 쫓아다닌다고 벌리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했을 뿐입니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돈을 많이 벌었더군요. 일에 미쳐 있을 때에는 통장을 열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즐기고 열정을 갖고 했는데 아마 돈은 그 부산물인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 7년 동안에는 좋은 추억들이 많았는데 독립해서 회사를 운영한 9년간은 별 추억이 없고 오로지 일 한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주식도 매일 시세를 쳐다보는 사람이 돈을 벌기 힘들다고 합니다. 오히려 시세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가치에 비해 싸다고 생각되는 주식을 사놓고 묻어두는 것이 훨씬 좋은 투자 방법인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열정을 갖고 도전할 일을 찾은 후에 계속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