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창간1주년 특집 ‘부자코드’ 설문 분석 ① 부자 성향 진단
떤 성향의 사람이 부자가 될까?’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MONEY는 창간 1주년을 맞아 부자와 관련한 가장 큰 궁금증인 이들 질문에 해답을 찾기로 했다.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부자들의 속성을 감안해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했다. 첫째는 개인 인맥을 동원한 직접 설문조사였고, 두 번째는 각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을 통한 간접 조사였다. 대상은 금융 자산이 10억원이 넘는 부자들이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총 116개 설문지를 수거했다. 설문에 답한 부자들의 평균 금융 자산은 28억7500만원. 통상 표본 수가 30개를 넘으면 평균값이 정규 분포를 이루기 때문에 통계 결과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일반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MONEY와 함께 부자 코드의 실체를 찾아가 보자.‘해외 펀드와 토지에 주목하라.’ ‘부자가 되려면 적정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현실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추구하라.’MONEY가 창간 1주년을 맞아 조사 분석한 ‘부자들의 코드와 투자 성향’을 요약하면 이렇다. 부자들은 재테크와 관련, 일반인보다 훨씬 발달한 촉수를 갖고 있다. 일례로 해외 펀드가 대중화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진작 해외 투자에 체중을 옮겨 왔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해지면서 아파트보다는 토지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부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한 발짝 앞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들 나름의 ‘부자 유전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리스크를 무조건 피하려는 성향을 가진 일반인과 달리 적정한 리스크는 감수하려 했다. 또 당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발톱을 세우면서도 큰 비전을 함께 가지려는 사람이 많았고,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중요시했다. 변화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었다.은행 PB들은 작년부터 부자들이 해외 펀드 투자를 늘렸다고 말해 왔다. 실제 외국 주식 투자 상품은 PB센터를 통해 많이 팔려나갔다. 따라서 ‘앞으로 2~3년 동안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어디냐’는 질문을 만들면서 MONEY는 해외 주식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는 ‘역시’였다. 전체 응답자의 30.17%가 해외 펀드를 가장 유망한 투자 수단이라고 답했다. 해외 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투자처는 토지(27.59%)였다.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워낙 심해지면서 부자들의 관심사가 서서히 토지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우리나라 주식(18.10%)이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아파트(10.34%) 뒤를 이어 채권(0.86%)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미술품(8.62%)이 유망 투자 수단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의 시대’가 가고 ‘문화의 시대’가 온다고 예상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는 인생을 향유하고 즐기려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미술품 투자가 재테크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술품 전문 펀드를 만들어 고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부자들은 이미 시대의 흐름에 앞서 미술품 투자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은행에만 돈을 맡겨 둬서는 초과 수익을 얻기 힘들다. 설문 결과는 이 가설이 옳았음을 입증해 줬다. 적정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2.24%로 가장 많았고 상당히 큰 위험이나, 매우 큰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도 6.90%와 1.72%로 나타났다. 물론 신중한 대답도 있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응답은 15.52%였고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만 감수할 수 있다는 대답은 30.17%였다. 설문 결과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적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수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꿈꾼다. 대박은 순식간에 큰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목표가 더 중요하다. 이 가설도 설문 결과 입증됐다. 1년 이내 단기 성과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부자는 13.79%에 그쳤다. 대신 1~2년이나 2~3년의 성과를 중시한다는 대답은 31.03%와 29.31%로 전체의 60%를 넘었다. 이는 장기 투자가 대세로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4년이나 5년 이상의 성과를 중시한다는 대답도 각각 12.07%와 10.34%가 나왔다.오랜 비즈니스의 통념 중 하나가 성공하는 기업은 ‘행동을 우선한다(bias for action)’는 것이다. 다소 준비가 부족해도 일단 시도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개인도 기업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설문 결과는 이런 가설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일처리를 할 때 먼저 준비를 하는지, 아니면 준비가 덜 됐다 하더라도 실행을 우선하는지 응답자 스스로 가중치를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설문했다.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라면 1번을, 일단 실행부터 하고 본다면 5번을 선택하도록 했다. 준비와 실행을 적절하게 배합한다면 3번을 택하고 어느 한쪽으로 약간 더 치우쳤다면 2번과 4번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설문 결과 부자들의 응답 평균치는 1.94였다. 표준편차(0.54)도 작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역시 치밀한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로 풀이된다.많은 경영학 연구자들은 큰 목표와 원대한 비전을 세운 기업이 성과가 좋다는 것을 입증했다. 목표가 크면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성과도 커진다는 게 일반적 통념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 부자들은 원대하고 큰 목표뿐만 아니라 현실 여건을 감안한 목표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히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경우 1번에 답하고 대단히 크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는 경우 5번에 답하게 한 설문에서 평균값은 2.97이 나왔다. 거의 중간 정도의 값이 나온 것이다. 결과를 해석하면 부자들은 현실도 감안하고 미래 비전도 세운다는 것이다. 사실 크고 담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지만 현실을 무시한 너무나 큰 목표를 세울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할 경우 미리부터 포기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말이 있다. 베트남전때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최고위급 간부 제임스 스톡데일 장군이 아무 근거 없이 낙관론만 가진 포로들은 오히려 상심해 죽고 말았던 반면, 단기간에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포로들은 생존했다는 사실을 목격한 데서 나온 말이다. 잔인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가 성공의 요체라는 것이다. 현실을 무시한 불가능한 목표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여기에 10~20%의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높은 성과를 보장한다.통상 의사 결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에 의존하는 것이다.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감보다는 역시 데이터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감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반도체에 진출한 것이나 현대가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것 모두 합리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감이 더 큰 작용을 한 것이다. 따라서 부자들의 판단에서는 감이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설문 결과 응답자의 34.48%는 데이터와 감을 모두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감을 더 중시한다는 응답자는 20.69%였다.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감이 의사 결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응답도 39.66%로 나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부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부자들은 대개 보수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는 이념적 구분이다. 오히려 부자들은 디지털화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적극적이지 않을까. 이념이 보수적인 것과 디지털화나 국제화 같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합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가설은 대체로 입증됐다. 디지털화 모바일화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전통적인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전통적 가치 수호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1.21%에 그쳤고 다소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소극적 응답도 19.83% 정도였다. 이보다 더 강도가 높은 응답으로 적절히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대답은 31.90%에 달했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응답도 23.28%나 됐다.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응답은 12.93%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