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라는 속도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제 성장도 놀라웠지만 글로벌화나 정보화 수준도 경이적이다.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일반인이 외국 증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꽤나 낯선 일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해외 투자가 놀라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라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는 접근부터 달라야 한다. 왜 투자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낸 후 투자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특정 지역 투자로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고 흥분해서도 안 된다. 수익률이 상상외로 높다는 것은 그만큼 나중에 크게 손해 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왜 해외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MONEY와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봤다.작년 가파르게 상승했던 한국 증시가 올 들어 조정 양상을 보이자 서서히 해외 펀드에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일부 해외 펀드의 수익률이 고공 비행을 하면서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 해외 펀드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알음알음 정보를 얻어 구체적인 상품 이름까지 적시해 상담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투자자들도 증가했다. 실제 우리나라 증시가 횡보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대로 추락한 데다 플러스 수익을 낸 펀드가 30여 개에 그쳤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은 올 1분기에만 무려 10.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남미와 인도는 최근 1년간 60%가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해외 펀드는 크게 피델리티나 슈로더 같은 외국계 운용사가 판매하는 역외펀드(offshore fund)와 국내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해외 투자펀드로 구분된다. 지난 3월말 현재 역외펀드 판매액은 무려 7조9646억원에 달한다. 또 국내 운용사가 개설한 해외 펀드 설정액도 6조4760억원으로 급증했다. 투자층도 매우 두터워지고 있다. 사실 작년까지 해외 펀드의 주요 고객은 은행 PB센터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들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점포에서는 해외 펀드를 사기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 점포에서 판매하는 해외 펀드의 양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PB점포를 훨씬 능가했다. 실제 올해 초 국민은행 일반점포의 해외 펀드 판매 잔액은 작년보다 8000억원이 넘게 늘어났다. 이는 국민은행의 PB점포인 골드앤와이즈 판매량 증가액(4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이처럼 일반인에게 광범위하게 해외 펀드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시 침체로 대안 투자처를 찾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다 금융회사들도 해외 투자와 관련한 신상품을 대거 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이 계열사 PB 11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한 재테크 상품이 해외 펀드였다고 응답한 PB가 전체의 29.1%였다. 또 MONEY가 조사한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17%는 앞으로 2~3년간 가장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해외 펀드를 꼽았다.전문가와 일반인의 해외 투자에 대한 시각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일반인들은 해외 펀드를 사는 이유에 대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 방법으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게 마련이고 고수익을 낸 투자는 고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분산이 필요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품의 분산이 필요하다. 주식이나 부동산 하나의 투자처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실제 이렇게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부동산과 은행 예금,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으로 재산을 분산해 놓고 있다. 또 다른 분산의 원칙은 시간이다. 적립식 펀드가 대표적인 시간 분산의 사례다.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사게 되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매입 단가가 낮아져 이익을 보게 된다. 그래서 3~5년을 투자하면 거의 수익을 내게 된다. 이 정도면 완벽한 분산이 이뤄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투자에서 위험은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으로 구분된다. 비체계적 위험은 기업의 이익 변동, 경영 능력, 노사관계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위험 요인이다. 이런 위험은 특정 종목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체계적 위험이다. 체계적 위험은 시장 참가자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거나 금리가 대폭 오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자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어도 한 시장에 참여한 이상 체계적 위험은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런 체계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지역 분산이다. 실제 선진국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전 세계 경제 규모에 맞게 적절히 지역을 분산한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일어나더라도 신흥시장의 경제가 좋으면 얼마든지 손실을 만회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위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바로 이 점이 해외 투자의 핵심 목적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수익 추구냐, 분산 추구냐 하는 것은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수익만 추구하다보면 과거 실적이나 앞으로의 경제 전망을 보고 특정 지역에 많은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이런 투자를 하다가 자칫 전망이 어긋나면 훨씬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산의 관점에서 해외 투자를 하게 되면 특정 지역에 대한 경제 전망도 고려하지만 분산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따라서 경제 전망이 다소 어긋나거나 한 지역에 돌발 변수가 생겨도 전체 수익률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최근 해외 시장 수익률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인도나 남미 등 신흥시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는 투자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자칫 잘못된 판단을 가져올 수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사실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보다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투자의 경우 매일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고 관련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해외 투자는 그렇지 못하다. 또 신경 써야 할 변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우선 해외 투자 지역을 잘 살펴봐야 한다. 특정 지역에 정치적 경제적 위험은 없는지 따져봐야 하고 경제 전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환율도 중대한 변수다. 대부분 해외 펀드는 미국 달러화를 기초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무리 높은 투자 수익을 내더라도 환율이 급락(달러화 가치 하락)한다면 소용이 없다. 물론 환율이 상승할 경우에는 환 차익이란 덤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없다면 가급적 환 위험을 회피하는 게 좋다. 대부분 펀드는 환 위험을 미리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거나 선물환 거래를 통해 일정 수수료를 내고 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해외 투자 역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경제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거나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에는 해당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해외 정세에 대해서도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해외 펀드는 1.5%의 운용 수수료 외에 1~2%의 선취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운용 수수료가 낮은 수준이어서 장기 투자 시 국내 펀드보다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 투자를 노린다면 총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세금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내 주식의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기업이 배당하는 경우 배당 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이자소득세를 과세한다. 하지만 해외 펀드의 경우 유형과 관계없이 환매 때 수익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대단히 높은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는 해외 투자도 사실 환율과 세금을 감안한 최종 수익률로 환산해 보면 별 볼일 없는 경우도 많다.어떻게 해야 하나이처럼 너무나 복잡한 해외 투자를 해야 할까. 시대의 흐름으로 보나, 투자의 효율성 측면으로 보나 정답은 ‘해야 한다’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지만 대부분의 변수는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3~5년의 장기 투자를 하면 심지어 환율 변수도 커버할 수 있다. 적립식 펀드처럼 시간의 분산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율의 등락이 결국 서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주식과 채권 등을 골고루 분산하면 특정 지역의 위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가 국내 투자의 보완재라고 역설한다. 국내 시장만으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위험을 분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란 원칙 아래서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상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동수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해외 펀드에 올인하는 것은 한국이 싫다고 무작정 낯선 나라로 이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내 금융 자산에 적절한 분산 투자를 한 상태에서 해외 투자를 고려해야 하며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 금융 자산의 20% 안팎에서 최소 3년 이상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정부가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조이면서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정책과는 달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를 늘리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에 주택과 토지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크게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LA나 뉴욕 등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에는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둔 중국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하이나 베이징 광저우 등지에서 부동산 임대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한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환율 하락과 규제 완화로 해외 부동산 투자도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된 돈은 932만달러(29건)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4월 현재까지만 해도 5792달러(174건)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거주 목적의 취득이 가장 많았으며 국가별로는 미국이 81건, 캐나다가 47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상품별로는 지난해까지 주택, 상가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됐으나 최근 와서 골프장, 콘도회원권 등 레저용 해외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파악한 ‘부동산 해외 시설물 이용권 구입 현황’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해외 골프장과 콘도 회원권을 구입한 건수가 무려 146건으로 전달(55건)보다 2.6배나 증가했다.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간접 투자도 인기다. 국내 부동산의 매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로 인해 구매력이 커지면서 해외 부동산 간접 투자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KB자산운용과 맵스자산운용 등이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사모 형태의 캐나다 부동산 펀드를 내놨던 우리자산운용도 조만간 공모형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직접 투자를 안정적인 임대 수입이나 매매 차익을 노리거나 자유로운 환매가 가능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자산 활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