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둘째 주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토너먼트를 취재했다. 해마다 마스터스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골프 규칙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올해도 여느 해 못지않게 규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주요한 것들을 모아본다.타이거 우즈의 물 흐르는듯한 드롭타이거 우즈는 규칙에 능통하고, 교묘할 정도로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4라운드 2번홀(파5). 우즈의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러프에 멈췄는데 가보니 볼은 갤러리 의자씌우개(천으로 됨) 위에 멈췄다. 의자씌우개는 움직일 수 있는 인공 장애물이다. 규칙은 볼이 비닐봉투나 고무래 등 움직일 수 있는 인공 장애물 ‘위’에 멈출 경우 처리 절차는 ①볼을 집어든 뒤 ②장애물을 치우고 ③볼을 드롭한다고 돼 있다. 우즈는 거리낌없이 볼을 집어 들고서는 볼 바로 옆에 티(peg tee)로 마크하고 장애물을 치웠다. 그러고는 티 근처에 드롭했다. 많이 연습한 듯한, 물 흐르는 듯한 처리였다. 이 경우 ‘볼 바로 옆 가까운 지점’에 드롭해야 하는데, 아마추어들의 경우 우즈처럼 티를 꽂는 행위를 생략하는 수가 많으나 주의해야 할 일이다.레티프 구센과 프레드 커플스의 해저드 내 타구레티프 구센은 3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굽어 숲 속 실개천(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볼은 자갈과 얕은 물이 있는 곳에 멈췄고, 발끝 내리막 라이였으므로 치기 힘든 상황. 그러나 구센은 그 볼을 웨지로 정확히 쳐낸 다음 파를 세이브했다. 프레드 커플스도 4라운드 13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샷이 왼편 워터 해저드에 빠졌지만, 다행히 물이 없는 곳에 멈춰 두 번째 샷을 레이업한 다음 세 번째 샷을 올려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볼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고도 버디를 잡은 것. 두 사례는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도 칠 수 있다면 그냥 쳐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무 벌타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의 경우 1타를 아끼려다가 더 큰 궁지에 빠지는 수가 있으므로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드롭 존’이 있으면 그곳에 드롭해야오거스타내셔널GC에는 11,12,13,15,16번홀 등지에 드롭 존이 있다. 이 존은 지름 약 2m의 원으로 표시돼 있다.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규칙에 따라 드롭하려고 했으나 후방으로 갈 수 없는 경우 등에 대비해 주최 측이 로컬룰로 마련한 지점이다. 드롭 존이 있으면 워터 해저드 처리를 할 경우 반드시 그곳에 드롭해야 한다. 국내 골프장에도 이른바 ‘해저드 티’라 하여 드롭 존과 비슷한 지역이 있다. 해저드 티 역시 로컬룰에 명시된 것이므로 설치돼 있을 경우 그곳에 드롭해야 한다.벌타 받은 후에는 신중하게 플레이하기를3라운드까지 공동 4위를 달리던 로코 미디에이트는 ‘아멘 코너’의 중간인 12번홀(파3)에서 10타를 친 끝에 공동 36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첫 티샷이 짧아 워터 해저드에 빠지고, 1벌타 후 드롭 존에서 친 샷도 두 번이나 물에 빠져 결국 8온2퍼트를 하고 만 것. 물론 허리 부상이 있었다고는 하나, 1타가 수익과 직결되는 세계적 프로골퍼로서 아쉬운 점이 남는다. 첫 티샷이 물에 들어가 1벌타를 받았다면 그 다음에 치는 샷은 최대한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또다시 있을 지도 모르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미디에이트의 경우 볼이 물에 빠진 뒤 숨 돌릴 겨를도 갖지 않은 채 바로 다음 샷을 하곤 했다. 자포자기였는지 모르나 아마추어들이 본받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데이비드 듀발의 10타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듀발이 첫날 워터 해저드와 숲 속을 전전한 끝에 2번홀(파5)에서 10타를 치고 말았다.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1벌타 드롭 후 친 볼이 해저드 표시 말뚝을 맞고 숲 속에 떨어진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해저드 표시말뚝은 인공 장애물이다. 방해가 될 경우 뽑히면 뽑고 쳐도 된다는 말이다. 벙커 샷을 하는데 그린 앞 벙커 턱 위에 고무래가 놓여 있어 볼에 맞을 염려가 있을 경우 고무래를 치우고 샷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듀발은 그러나 “설마 볼이 말뚝에 맞겠느냐”고 생각했는지 가까운 플레이 선상의 말뚝을 그대로 둔 채 샷을 했고, 볼은 공교롭게도 말뚝을 맞고 후퇴한 것이다. ‘만사는 불여튼튼’이라고 했던가. ‘불운’이라고 하기에 앞서 듀발의 행위에 신중하지 못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찰스 하웰3세의 벙커 샷 네 번하웰 3세는 오거스타에서 자란 몇 안 된 골퍼. 그러나 첫날 11번홀(파4)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탈출하는데 무려 네 번의 스윙을 해야 했고 결국 그 홀에서 ‘퀸투플(quintuple) 보기(5오버파)’인 9타를 치고 말았다. 벙커 내 볼의 라이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는 하나 네 번 만에 벙커에서 나왔다는 것은 프로로서 수모가 아닐 수 없다. 라이가 고약했다면 처음부터 아예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든가 했어야 했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쓸데없는 타수를 추가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