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떻게 되나

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일시적 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과거 몇 년 동안 급등세를 지속해 왔다. ‘강남불패’ 신화의 바탕에 재건축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 급등은 주변 일반 아파트로,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주택 시장 전체의 불안정을 불러왔다. 정부가 지난해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며 자신 있게 내놓은 세금 중심의 8·31 부동산종합대책 역시 강남 재건축을 잡는 데는 큰 실효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부담 때문에 매물이 사라지면서 한두 건의 거래로도 호가가 급등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주요 원인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로 좋은 집 한 채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8·31대책의 후속으로 최근 발표한 것이 바로 3·30대책이다. 주택 담보대출 제한을 강화한 것을 빼곤 온통 재건축을 규제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개발부담금제의 신설이다. 재건축 착공 시점(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에서부터 종료 시점까지의 집값 상승분에서 개발비용과 정상 집값 상승분을 뺀 개발 이익에 일정 부담률(0∼50%)을 곱해 환수하겠다는 것이 개발부담금의 골자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하기 전 단지를 대상으로 해 사실상 대부분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포함된다.현재 재건축 아파트를 어떤 목적으로든 소유한 사람이라면 개발부담금의 개념과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개발부담금제는 발표 이후 그 효과를 놓고 서로 상반된 분석이 나올 만큼 부과 메커니즘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의무 건립이나 소형평형 의무 비율 등의 기존 재건축 규제는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용적률이나 층고 제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개발부담금제는 사전이 아닌 사후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 즉 재건축을 해도 불로소득성 개발이익이 집주인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 “개발부담금제는 사실상의 재건축 공영개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그렇다면 개발부담금제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시세가 많이 올랐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소유주에게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강북이나 지방 단지는 개발 이익이 미미해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강남권에서는 몇몇 예외적인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개발부담금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부담금제의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소급 적용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발부담금제는 법이 시행될 오는 7월 전에 발생한 개발 이익까지 환수 대상으로 삼는다.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이 되는 개발 이익은 추진위 승인 시점부터 종료 시점까지의 전체 기간 동안 발생한 것으로 법 시행일(7월 예상) 기준으로 기간을 안분해 최종 금액을 산정한다. 가령 추진위 승인에서 종료 시점까지 2년이 걸렸고 또 법 시행일부터 종료 시점까지 1년이 소요됐다고 가정하면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이 되는 개발 이익은 전체 개발 이익에서 기간을 안분한 2분의 1을 곱한 것이 된다.특히 정부가 재건축 개발 이익 산정의 기준이 되는 착수 시점을 최초 추진위 승인일로 못 박아 조합 또는 추진위를 해산한 뒤 다시 설립해도 맨 처음 추진위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개발 이익이 계산된다.과거에는 재건축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이른바 ‘버티기’를 해 온 곳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시세 조정을 겪은 뒤 곧바로 시세가 더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개발부담금제는 무작정 사업을 미루기만 하면 크게 불리한 구조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법 시행 전 개발 이익도 기간을 안분해서 개발부담금의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과거 개발 이익의 환수 폭이 더 커지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여러 여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적어도 개발부담금 차원에서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소유 목적별로 전략을 생각해 본다면 실수요용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오랫동안 갖고 있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보유할 생각인 소유자는 사업 추진을 빨리하는 게 유리하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과거에 발생한 집값 상승분마저 환수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 추진은 개발부담금 외에 용적률 등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언젠가 재건축을 해야 한다면 시기를 늦추는 것은 좋지 않다.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다가는 사업 종료 시점에서 수억원의 개발부담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만약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고 있다면 매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매도를 생각해야 할 타이밍이다. 대출이자 부담은 물론이고 사업이 끝난 다음에 개발부담금까지 내게 되면 정말 남는 게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되면 재건축을 통해 생기는 불로소득성 개발 이익의 대부분이 환수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특히 실제 거주하지 않고 투자 목적으로만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매도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는 개발부담금으로 인해 일반 아파트가 재건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집중된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일반 아파트로 몰리는 ‘풍선효과’에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데 따른 공급 불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일반 아파트의 몸값은 기대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또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1가구 2주택자라면 올해 안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 내년부터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50%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부터 재건축 입주권도 양도세를 계산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된다.아울러 개발부담금제와 함께 발표된 재건축에 대한 상시 세무조사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가격이 급등한 강남 재건축 소유자는 언제라도 세무조사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 진단 요건이 한층 강화된 만큼 현재 소유한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 추진 전망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업 추진이 힘든 초기 단지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낫다. 투자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실거주 가치가 낮은 재건축 아파트에 오래 거주하는 ‘희생’은 절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다.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앞으로 개발부담금의 입법화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실수요 소유자라면 사업 추진을 앞당기고, 투자 목적 소유자라면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매도를 신중히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