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들어 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이후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4·4분기 일본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다. 기존의 성장 동인이었던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의 최대 장애 요인이었던 민간 소비가 3.3% 증가한 결과다. 특히 성장 잠재력과 직결되는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무려 10.3%에 달해 일본 경제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이 2% 대를 기록해 최소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경기나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기 측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세계와 미국 경제의 완충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보다 국제간 자금흐름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주목된다. 먼저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이 제로 금리 정책을 포기한다면 양국간의 금리차가 줄어들어 엔화 가치는 속도가 문제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국제투자은행(IB)들은 올 하반기에 엔·달러 환율이 110엔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에 따라 최대 관심사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움직임이다. 본래 캐리 트레이드는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 국가와 국제 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일본 밖에 투자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규모는 80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캐리 트레이드 자금만 놓고 본다면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현재 국내 금융 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을 띤 자금 규모는 3조~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30% 정도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파악된다. 만약 엔화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국내 증시를 비롯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앞으로 엔화 자금의 신규 차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엔화 자금을 사용하는 재테크 생활자들은 만기 이전에 서둘러 상환(buy-back)할 필요는 없다. 일본 금리와 엔화 가치가 오른다 하더라도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엔화 자금 상환에 따른 원화 원리금 부담이 다른 자금에 비해 여전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 펀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본 펀드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실제 수익률이 다른 지역의 펀드보다 낮았다. 앞으로 일본 경기 회복, 제로 금리 정책 포기, 엔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더 강세가 될 경우 일본 펀드와 부동산에 투자할 때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다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더욱이 지난 3월1일 외환당국의 외환거래 규제 완화조치 이후 해외 투자가 사실상 자유화됨에 따라 일본 펀드와 같은 글로벌 재테크 수단은 국내 투자와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제는 전 세계가‘하나의 공정한 투자기반(level playing field)’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펀드와 부동산 투자와 함께 앞으로 관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재테크 수단으로는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아이비리그가 있는 보스턴과 앰허스트 등과 같은‘미국 내 강남’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와 동유럽 펀드와 친디아 펀드를 비롯한 해외 펀드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