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미화 신한은행 성산지점장의 20억 재산가 맞춤 포트폴리오

견 제조업체에 부장급 간부로 일했던 김종현씨(49)는 갑작스런 일로 한때 충격에 빠졌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여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이 포함된 것이다.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잘 실감나지 않았다. 깊은 실의와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이 나이에 새로 직업을 구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고 사업을 시작하는 일도 그에게는 벅찼다.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용기를 내서 새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의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있는 재산마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현재 보유한 재산을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새 직장을 찾아 일정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로 결심했다.현재 재산을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그는 신한은행 성산지점 왕미화 지점장을 찾았다. 왕 지점장은 20년 넘게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영업점에서 시작해 직원만족센터, 인사부 등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를 거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월간 종합 평가에서 4차례나 최우수 PB로 선정됐고 연말 종합 업적평가에서 ‘PB영업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고객들에게 높은 수익을 내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그가 관리하는 자산은 한때 2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지간한 영업점보다 더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 것이다. 이처럼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 내에서는 같은 연배의 남자 직원보다 빨리 팀장에 임명됐고 지난 2월10일 새로 개점한 성산지점을 안정화하라는 ‘특명’을 받고 현재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 안에서는 후배를 잘 챙겨주는 ‘왕언니’로 통할 만큼 다정다감한 성격도 갖췄다. 왕 지점장은 우선 김씨의 포트폴리오부터 분석했다. 현재 김씨는 분당에 37평 대 아파트(시가 10억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퇴직금과 여유자금을 합해 총 10억원 대의 금융자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김씨는 금융자산 가운데 3억원을 1년짜리 정기예금에, 2억원을 6개월짜리 예금에 예치했고 나머지 5억원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맡겨뒀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4.6%, 6개월짜리 예금은 4.2%, MMDA는 3.25% 정도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연 3.8% 정도 수익을 내왔던 셈이다.왕 지점장은 김씨의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안정성만 강조해 수익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특성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얼마든지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그는 충고했다. 왕 지점장은 보수적 운용 기조를 지키면서도 수익을 내는 ‘안정 성장형’ 포트폴리오를 김씨에게 제안했다. 그는 우선 10억원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형 펀드에 3억원을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주식형 펀드라고 하면 무조건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적절하게 분산하면 성공 재테크를 위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게 왕 지점장의 판단이다. 그는 3억원의 주식형 펀드 투자 자금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 1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에 2억원을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현재 장세가 불안정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도 유망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시스템 펀드를 제안했다. 현재 장세가 급등락하고 있는 만큼 주가의 변동성을 이용해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고 반대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는 시스템 펀드가 유망하기 때문이다. 왕 지점장이 시스템 펀드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수익률은 연 10% 정도다. 물론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게 되면 시스템 펀드의 매력은 줄어든다. 따라서 당분간 시스템 펀드에 투자하다가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경우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게 좋다고 그는 권했다.또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금 2억원 가운데 동유럽에 투자하는 유로 펀드에 5000만원, 일본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5000만원, 아시아 지역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5000만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5000만원씩을 분산하라고 충고했다. 고른 지역 분산을 통해 한 지역의 경제가 고장 나도 다른 지역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조정을 받고 있지만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대형주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유망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은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 이와 함께 금융자산 중 1억5000만원은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단기 프리미엄 신탁에 맡겨두는 게 좋다고 왕 지점장은 설명했다. 이 상품의 경우 은행이 인수 보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닥쳐도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6개월의 단기 투자지만 4.6%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왕 지점장은 강조했다.김씨의 금융자산 중 4억원은 주식과 채권에 절반 정도씩을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에 예치해야 한다고 왕 지점장은 판단했다. 이 4억원 가운데 2억원은 전 세계 주식 및 채권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 나머지 2억원은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아시아 자산배분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혼합형 펀드는 채권 편입 비율이 높아 주식형보다는 안정적이고, 아시아 지역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또 나머지 1억5000만원 가운데 1억원은 변액연금보험에, 5000만원은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변액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장기투자인데 앞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안정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노후 대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정도로 고령화 시대에 장기 투자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됐는데, 김씨의 경우는 10년 안에 닥치는 문제인 만큼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왕 지점장의 설명이다. 변액연금보험은 또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 상품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연 9% 정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또 자녀 결혼이나 질병 등 긴급한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5000만원은 MMF에 투자하도록 했다.왕 지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투자 수익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은행 정기예금 일변도의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미래를 대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