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아산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홍순철씨(52)는 자신의 재산목록 1호인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을 세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차는 배기량이 8200cc로 미국의 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타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100여 대 정도만 남아 있으며 국내에는 홍씨 차가 유일하다. 1972년식으로 사람 나이로 치면 만 34세가 되는 엘도라도 컨버터블은 지금도 시속 200km를 쉽게 돌파하는 등 녹슬지 않은 성능을 자랑한다.홍씨가 이 차를 구입한 것은 지난 2003년. 그는 구체적으로 구입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헐값에 구입했다고 말한다. 현재 이 차 가격은 3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차를 3억원에 사겠다고 나선 이도 있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금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완상(玩賞)의 맛’ 때문이라고 말한다. 홍씨는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 외에도 총 8대의 클래식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구차로 사용된 제너럴모터스(GM)의 1975년식 올즈모빌 델라88로얄과 5공화국 시절 청와대 관용차로 사용된 82년식 재규어 XG6가 있다. 자동차의 호적등본인 수입면장에는 재규어XG6을 구입한 사람이 5공화국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장세동씨로 돼 있다. 당시 수입가는 세금까지 합쳐 1억8000만원으로 15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3배나 뛰어 5억~6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88년 서울올림픽 조직위 공식차로 사용된 프레스토 AMX오토는 5년 전 100만원에 구입했지만 지금은 8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홍씨는 앞으로 2년 뒤에는 1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또 78년식 벤츠 280E 아메리칸 스타일, 79년식 벤츠 300SEL 디젤, 90년식 캐딜락 훌리워드 블루엠, 92년식 팬더 칼리스타 등의 클래식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홍씨는 현재 이들 차를 매주 번갈아 타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매도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차 값이 뛰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국내에서 ‘차테크’ 시장이 형성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그러다보니 시장 규모도 100억원이 채 못 된다. 일본만 해도 클래식 자동차를 구입해 경매에서 되파는 것이 꽤 괜찮은 재테크 수단인데 비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출고된 지 15년 이상은 돼야 한다. 관련 업계는 전국적으로 5000여 대의 클래식 자동차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 자동차를 통한 재테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인 것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구입해 간단하게 손을 본 뒤 수리비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방법이다. 물론 단타 거래는 금물이다. 최소한 3~5년 이상은 지나야 투자금액 이상을 벌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예 외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와 엔진 등을 손본 뒤 시장에 내놓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외국에 있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상사 주재원의 수화물에 포함하는 것이다. 국내 반입 시 약간의 관세가 붙지만 가장 싸게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당수가 이 같은 편법을 동원해 클래식 자동차를 들여오고 있다. 다만 해당 차량이 외국에선 인기 있는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큰 매력을 끌지 못할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클래식 자동차 컬렉터들은 인터넷 동호회 등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한다. 회원수가 3000여 명인 ‘클래식카 뱅크(cafe.daum.net/classiccarbank)’가 가장 대표적이며 캐딜락 미니 BMW 벤츠 등 브랜드별로 클래식 자동차를 거래하는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클래식 자동차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차종의 희귀성 여부다. 전 세계적으로 10여 대가 남아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이며 해가 거듭될수록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가령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부가티 타입 41 르와이얄은 지난 2000년 경매를 통해 10억원에 매각됐지만 지금은 80억원 이상으로 값이 8배나 뛰었다. 처음부터 왕족이나 부호들을 위해 제작한 이 차는 무게만 2.5톤이고 길이는 6.7m, 직렬 8기통에 2단에서도 시속 145km가 가능하다. 총 6대만 제작된 이 차는 현재 미국에 4대, 독일과 국내에 각각 1대씩 있다. 국내에 있는 부가티 타입 41 르와이얄은 자동차 수집이 취미인 모 대기업 총수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대 등장했던 대형 클래식 스포츠카인 호르히 855 로드스터도 희귀성 등의 이유로 매매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총 7대를 제작해 현재 3대만이 남아 있다. 이 밖에 시속 240km를 뛰어넘은 최초의 미국 스포츠카인 시보레의 콜벳 1세대는 한 대의 매매가가 3억원을 넘는다. 국내 클래식 자동차 시장에서는 벤츠나 캐딜락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들 차량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부품을 구입해 손쉽게 수리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수요층이 두터운 편이다. 벤츠 39년식 540K 카브리올레는 배기량이 5400cc로 현재 매매가가 6억~7억원 선이다. 이 정도면 슈퍼카인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과 맞먹는 수준이다. 벤츠 걸윙(Gullwing)은 4억~5억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다. 차량의 보존 상태나 세단, 컨버터블 여부도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차문이나 바닥, 엔진 등의 부식이 심하면 일단 구입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번호판이 달려 있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번호판이 달려 있어야만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만약 번호판이 달려 있지 않다면 값은 5분의 1로 떨어진다. 클래식 자동차를 수입해 차량번호를 받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번호판을 달기 위해서는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들 클래식 자동차는 매연가스 배출량, 소음도 등의 검사를 통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90년대 개발된 차는 300만~500만원, 70년대는 1000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필요한데 차량을 수리해도 검사를 통과할 확률은 50% 미만이다. 관련 업계는 현재 국내에 있는 클래식 자동차 중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은 차량이 10대 중 3대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해당 자동차가 50년대 이전에 제작된 희귀 차량이라면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았다고 해도 값은 수십억원을 뛰어넘는다. 흰색 등 밝은 계통의 차량이 수요가 많고 개조되지 않은 채 원래 디자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환금성이 높다. 또 세단보다는 컨버터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국산 자동차 중에서 포니I이나 브리샤가 한 대의 매매가가 1000만원 정도 된다. 71년식 브리샤는 10년 전 차 값이 176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000만~2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밖에 맵시나, 그라나다, 마크5, 기아자동차에서 수입 판매한 피아트 124와 132는 매매값이 1500만~2000만원이며 매년 10%씩 값이 뛰고 있는 실정이다. 클래식카 뱅크 이민재 대표는 “앞으로 5년 후면 클래식 자동차 시장이 지금보다 20% 이상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