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품이 대안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금리와 불안한 주식시장, 정부 규제로 꽁꽁 묶여 있는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충청남도 천안의 아라리오갤러리는 영국의 젊은 작가 데미안 허스트와 마크 퀸 등에 투자해 100억원 대 이상의 평가 차익을 올리는가 하면 천경자에 투자한 컬렉터는 최근 2~3배의 투자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 뭉칫돈이 미술시장 쪽으로 움직일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미술품은 정서적으로 보면 예술이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상품이다. 상품 중에서도 자동차나 냉장고처럼 쓰다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생산재(자산)에 속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50년 간 전 세계 미술품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10.5%였다. 우리나라도 박수근 김환기 등 블루칩 작가 15명의 경우 지난 7년 간 연평균 수익률이 12%였다.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미술 투자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갤러리는 지난 2001년부터 영국 출신 마크 퀸의 ‘셀프(Self)’와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젊은 작가들)의 대표주자 데미안 허스트 작품 ‘찬가(Hymn)’ ‘채리티(Charity)’에 투자해 벌써 100억원 대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아라리오가 2003년 20만파운드(36억원)에 사들인 마크 퀸 설치작품 ‘셀프’는 현재 뉴욕 소더비 경매시장에 내놔도 150만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으며, 데미안 허스트 ‘찬가’ 역시 2001년 250만달러(25억원)에 사들인 것이 현재 3배나 올랐다. 또 대형 설치 작품 ‘채리티’는 2003년 200만달러에 구입했으나 현재 800만달러까지 뛰어 올랐다. 아라리오갤러리의 김창일 회장은 “영국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예상이 적중했다”면서 “미술 투자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미국 뉴욕에서 투병 중인 화가 천경자 작품에 투자한 컬렉터들도 최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2003년에 3500만원에 경매됐던 천경자의 작품 ‘북해도 천로에서’는 지난달 열린 K옥션 경매에서 9500만원에 팔렸다. 가격이 3년 동안 2.6배나 뛴 셈이다. 90년대 말에 1억원을 조금 웃돌았던 ‘꽃다발을 안은 여인(93×72cm)’은 2003년 경매에서 2억3000만원에 팔려 천경자 경매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선 엽서 크기보다 작은 작품 ‘여인(14×12cm)’이 당초 추정가 1300만~1500만원보다 3배 높은 4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외국에서도 미술품 투자로 돈방석에 앉은 컬렉터들이 많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Les Rosier a Wargement’는 1997년 파리에서 152만달러에 팔렸던 것이 199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60만달러에 낙찰돼 1년 만에 무려 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네덜란드 출신 야수파 화가 키스반 동겐의 ‘큰 모자를 쓴 여인’에 투자한 컬렉터는 1997년에 뉴욕에 있는 미술품경매회사 소더비에서 360만달러(36억원)에 사들여던 것이 작년에 900만달러(90억원)에 낙찰돼 9년 만에 54억원의 수익을 남겼다. 이 밖에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유화 ‘앙티브(Antibes)’는 1994년 뉴욕경매시장에서 135만달러(약 13억5000만원)였으나 3년 만에 5억원 정도 올라 1997년엔 185만달러(약 18억5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유명 화가들의 작품에 투자하는 이른바 ‘미술테크’를 한다면 수익률이 얼마나 될까. 최근 미술품이 투자 대안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투자수익률이 해외에선 연간 10.5%, 국내에선 블루칩 작가 작품의 경우 12%로 나타나 주식이나 채권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대학 스턴스쿨 메이-모제스에 따르면 세계 미술품시장의 경우 지난 1955년부터 2004년까지 50년 간 평균 수익률은 10.5%였으며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최근 5년 간 미술품 수익률은 7.3%였다. 그러나 지난 2004년에는 13%로 뛰어올라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따라서 세계 미술시장은 2004년을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품 시대 분류별로 수익률을 따지면 ‘1950년 이전 미국 회화작품’이 25.2%로 가장 높았고 ‘인상주의 근대회화’ 작품은 14.3%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1997년 이후 현대미술 작품(상위 25%)의 가격 상승률은 연 17.3%로 같은 기간 근대미술 6.1%, 고전미술 3.9%를 크게 웃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투자수익률은 어떨까. 서울옥션이 지난 99년부터 7년 간 거래된 블루칩 작가 15명의 작품 285점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12%였다. 이는 같은 기간 주식시장(코스피지수 기준)의 연수익률 4.8%보다 훨씬 높다. 연도별로는 2000년에 47.8%로 높다가 2001~2004년에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으나 미술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2005년에는 27.5%로 수익률이 급등했다. 국내 미술시장에선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유영국 이대원 천경자 공여훈 이왈종 등의 작품이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들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미술 애호가들이 낚아채기 일쑤다. 작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위작 시비에 휘말린 이중섭 작품의 호당 가격은 2억~2억5000만원 선이다. 박수근의 작품도 2억원을 호가한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블루칩에 해당된다. 박수근의 작품 ‘시장과 여인들’이 국내에서 실시된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 9억1000만원(이하 수수료 별도)에 낙찰돼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수근과 함께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유영국 등이 이른바 미술 블루칩 5인방이다. 이들은 상업화랑뿐만 아니라 경매시장에서 독과점 작가다. 미술시장연구소(소장 서진수)가 집계한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간 경매 낙찰가 총액은 520억원이 넘는다. 이 기간 5인방 작품은 51억원어치가 팔렸다. 경매 낙찰가 총액의 21.6%를 차지한 셈이다. 박수근의 작품은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 블루칩에 해당된다. 박수근의 유화 ‘시장과 여인’이 9억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나무가 있는 마을’이 6억6000만원에 팔렸다. 이 밖에 건옥연 이대원 서세옥 황규백 등이 미술 애호가들과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고한 블루칩 작가들도 눈길을 끈다. 김기창 최영림 장욱진 이상범 이응노 임직순 변관식 김환기 허백련 김정희 남관 등이 경매시장에서 대표적 인기 작가들이다. 그렇다면 성장성이 뛰어난 저평가 작품을 골라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투자 결정을 한다면 반은 경제적인 것이며 반은 감정적인 것이다. 경제적 투자와는 다르게 미술품에 있어서는 미래의 가치에 대해 판단할 만한 명확한 기준, 즉 주가수익배율도 분기별 매출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미술 시장과의 관계에서 작가와 작품의 가치는 살펴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미술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작품의 가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입하고 싶은 작품의 적정 가격대에 회의가 끊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이 미래 시점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담보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미술작품이 주는 미적 즐거움이 작품 구입의 유일한 동기라 할지라도, 미술시장의 비합리성에 대한 이러한 불안은 컬렉터들의 작품 구입 욕구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상품의 리스크는 그 상품의 가격 변동 폭을 의미한다. 어떤 상품의 가격 변동 폭이 클 경우 그 상품의 시장 리스크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채권은 고정 금리 상품으로 시장 리스크가 거의 없는 반면 주식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화가 심하다는 의미에서 채권보다 시장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미술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하나는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상품과의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 작품들 간의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면 이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어느 정도의 미술품 편입 비율이 적당한지가 관심이다. 여기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 미술품 투자의 환금성 부분이다. 주식시장에 비해 미술시장의 경우 환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미술품의 포트폴리오 비율을 높이고 싶을 경우 정기적금이나 부동산 등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미술품 구입의 적정 비율을 10~15% 정도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