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용 ING생명 FC

울대 경영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물산, 한솔제지, 녹십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며 출세 코스를 밟아나가던 이지용씨는 2000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남보다 앞서 승진하고 능력도 인정받았지만 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리는 ‘영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와 동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과 가정에서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에 회사에는 “아버지 일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고 집에는 아예 영업을 한다고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0년부터 보험 영업을 시작했지만 부모가 이 사실을 안 것은 2005년이었다고 한다.처음 그는 수입 자동차나 보험 분야 가운데 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던 중 ING생명 FC였던 한 선배의 권유로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데 그 선배의 모습을 보며 FC란 직업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국 그는 보험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대학 동창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그의 영업 경력은 시작됐다. 동창 가운데 한 명이 보험에 가입했고 이 친구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점점 인맥이 확장돼 지금 그가 관리하는 고객은 300명으로 불어났다. 더 큰 성과는 300명의 고객과 맺은 계약 건수가 무려 700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그를 철저하게 신뢰했고 그래서 대부분 보험 계약을 그와 했던 것이다. 그는 초기부터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영업해 왔다. 고액 자산가들과 훨씬 큰 규모의 계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의 신뢰를 얻기 위한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그의 가장 큰 원칙은 ‘고객이 원하면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낚시를 좋아하면 낚시에 대한 정보를 탐독하고 1주일 내내 낚시에 매달려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맞춰나갔다. 한 번은 고객이 “골프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한 번도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었지만 그의 대답은 “예”였다. 그 고객은 1주일 후 같이 골프장에 가자고 말했다. 당황했지만 그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후 급한 회사일 때문에 그 약속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하고 한 달 후로 라운딩을 미뤘다. 이후 한 달 간 매일 골프 연습장을 찾아 4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했다. 실전을 위해 필드에도 두 번 나가봤다. 결국 한 달 후 그 고객과 만나 골프를 했고 92타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그의 취미는 100개가 넘는다.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성공의 요체다. 고객들이 법률이나 유학 세무 관련 자문이 필요하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해준다.또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일례로 선물을 줄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주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을 피한다. 여러 사람의 선물에 자신의 선물이 묻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 지나고 몇 주 후에 선물을 한다. 깜짝 이벤트도 자주 기획한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영화관 골드 클래스 좌석을 통째로 예약하기도 한다.고객의 취향과 선호도를 감안해 선물의 종류를 세심하게 고를 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을 때 좋은 물건을 보면 고객에게 직접 전화해 선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한국에 돌아와 그 물건을 전달한다. 또 경치 좋은 해외 관광지에 가면 카드를 보내 자신이 항상 고객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해외로 출장가게 되면 반드시 주요 고객 30여 명에게는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로 이 사실을 알린다. 고객이 갑작스럽게 그를 찾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이 FC가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이러니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크게 화를 냈던 고객도 그를 만나고 난 후 더 큰 신뢰를 한다.“한 번은 담당 FC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보험사가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한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고객에게 달려갔습니다. 처음 이 고객은 무척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만나서 조목조목 상황을 설명하고, 친숙하게 대화하면서 친해졌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은 저에게 더 많은 계약을 해 줬습니다.”이런 영업 전략으로 그는 입사 첫 해에 고액 연봉을 받는 보험인들의 세계 기구인 100만달러 원탁회의(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회원이 됐고 2005년에는 국내에 20명밖에 없는 MDRT 최고 등급인 TOT(Top of Table) 회원 자격을 거머쥐게 됐다.물론 그가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무기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가 영화를 보고, 가족 여행을 자주 하면서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한다. 또 보험 관련 책을 보면서 ‘왜 보험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일이 소중한지’를 생각하는 시간도 갖는다.“갑자기 일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 될 징후가 보이게 마련입니다. 이번 달에 만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징후를 보이면 만날 사람을 미리 만들어 대비하고, 그래도 일이 잘 안 될 것 같으면 이번 달은 좀 쉬면서 여유를 가지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 왔습니다.”보험 업계에 몸담은 지 불과 5년여 만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아직도 배고프단다.“처음 고객을 만나면 경계하거나 의심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서로 믿음이 쌓이면 고객과 가족처럼 친하게 됩니다. 이런 점이 FC란 직업의 매력입니다. 친한 분들은 가족이나 동료들의 모임에도 저를 불러줍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 고객은 극소수입니다. 저명인사나 법인 등 많은 잠재 고객이 수없이 많습니다. 더욱 많은 고객들과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