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행 백미 코타키나발루

도저히 여기서 사는 데 자신이 없어. 내 꿈은 코타키나발루에다 집을 짓고 사는 거야. 난 떠날 거야.”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비밀남녀’의 한 장면이다. 이 말을 한 후 주인공은 짐을 챙겨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떠난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코타키나발루와 서울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말레이시아의 관문인 코타키나발루는 태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 여행의 백미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과 곳곳에 전해져 오는 신화를 찾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보르네오의 아름다운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로 떠나보자.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면 특이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어떠한 것도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들은 코타키나발루에 있어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대신 사진을 찍어 가져가는 것은 허용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코타키나발루 주민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 사바(Sabah)주의 주도(州都)로 보르네오섬 북서쪽에 위치한 휴양지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와는 비행기로 3시간 거리다. 코타키나발루는 코타(Kota)와 키나발루(Kinabalu)에서 유래했다. ‘코타’는 말레이어로 ‘도시’와 ‘요새’를 뜻하며 ‘키나발루’는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고 높이(해발 4095.2m)의 산이다. 코타키나발루가 속해있는 사바주는 대한민국의 75% 크기로 인구는 약 230만 명이며 하늘에서 보면 마치 ‘개 머리’ 와 비슷해 ‘도그 헤드(Dog head)’라고도 불린다. 코타키나발루는 여느 동남아시아 휴양지와는 약간 다르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살려 개발했기 때문에 태고의 신비가 섬 곳곳에 남아 있는 것. 코타키나발루 제티(Jetty)항에서 수상보트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나타나는 사피섬. 이 섬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국립공원(National Park)이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정말 관광지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피섬에는 제대로 된 의자조차 없다.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피섬을 중심으로 가야섬, 마누칸섬, 마무틱섬 수룩섬이 연결된 통쿠 압둘 라만 국립해양공원(Tungku Abdul Raman Marine Park)은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누칸섬은 섬 모양이 마누칸이라는 물고기를 닮았기 때문에, 사피섬은 소 울음소리를 뜻하는 ‘사피’에서 유래돼 오늘의 이름을 갖게 됐다. 현지 주민들은 사피섬과 가야섬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마치 소 울음소리와 같다고 말한다. 수심 20m 밑 바다 속이 훤히 보이는 사피섬에서는 패러플라잉(보트에 연결된 낙하산을 타는 레포츠),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잠수복을 입고 바다 속을 걸어 다니는 ‘시 워크(Sea Walk)’는 사피섬 레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바다 위 보트에서 산소를 공급해 주는 특수 헬멧을 쓰고 바다 속을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시 워크의 장점이다.땅에다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코타키나발루의 독특한 주거양식으로 이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막기 위해서다. 특이한 것은 기둥들이 모두 사각, 오각, 육각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 어느 곳을 둘러봐도 둥근 기둥은 찾아볼 수 없다. 전봇대조차도 육각형 모양이다. 이는 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지 주민의 설명이다. 코타키나발루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81년 영국인들이 코타키나발루 앞 5개 섬의 하나인 가야섬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코타키나발루는 영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코타키나발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폭격에 파괴되지 않은 건물은 사바관광청사와 앗킨스 시계탑, 사바보험사 건물 등 3개에 불과하며 이중에서 지금은 사바관광청사와 앗킨스 시계탑만이 남아 있다. 앗킨스 시계탑은 코타키나발루의 첫 지역의원으로 활동하다 말라리아에 걸려 28세에 요절한 프란체스 조지 앗킨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라바우(Mirabau)나무로 튼튼하게 만들어 최근까지 등대로 사용됐다. 코타키나발루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사바 박물관을 둘러봐야 한다. 옛 영국 총독부 자리에 지어진 사바 박물관은 독립 이후 주 의회 회의가 처음으로 소집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 본관 앞에는 코타키나발루 전통 가옥들이 전시돼 있는데 룽구스(Rungus)족 카다잔두순족, 로투스족 등 지역 내 30여 개 부족의 전통 가옥이 재현돼 있다. 박물관의 외형은 손바닥을 모아 하늘로 향하고 있는 룽구스족 전통가옥인 롱 하우스와 비슷한 모습이다. 건물 내부에는 민속의상과 악기, 각 부족들의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바주 주민의 80% 이상은 이슬람교도다. 때문에 사바주와 코타키나발루시가 지은 이슬람 사원들이 시내 곳곳에 있다. 리카스 만(Likas Bay)에 세워진 코타키나발루 모스크는 이슬람 성지 메디나의 나바위(Nabaw) 모스크와 비슷하다. 이 모스크는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규모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으로 손꼽힌다. 일명 수상 사원으로 불리는 이 모스크는 9000~1만2000여 명의 이슬람 교도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사바주 모스크는 황금색으로 지붕과 첨탑을 칠해 멀리서도 이슬람 사원의 웅대함과 장엄함이 한눈에 느껴진다. 이 모스크의 사원 벽면이나 기둥에 새겨진 글씨는 모두 황금색이며 내부는 순백색의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서 차로 20여분만 가면 세계 3대 일몰 지점이 나온다.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일몰은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코타키나발루 특급 리조트에서는 공작새 등 각종 새들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2km 정도 가면 시립 조류보호구역에 나온다. 약 24헥타르 규모로 조성된 이 공원은 망그로브 나무들로 가득하다. 망그로브 나무는 물고기 등에는 편안한 안식처를, 북동아시아로부터 날아오는 철새들에는 좋은 둥지를 제공한다. 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가야로(Gaya street)에는 매주 일요일 장이 열리는데 골동품에서부터 각종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팔린다. 이 장은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다. 야시장은 시내 법원 옆 캄퐁 아이르(Kampong Air)에서 열린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내달리면 보르네오 열대 밀림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야생 난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자이언트 라플레시아는 이곳에서만 자라는 야생화로 15개월 동안 꽃봉오리 상태로 있다가 불과 1주일만 꽃을 피우는 희귀식물이다. 보트를 타고 열대우림을 탐험하는 라군파크 여행은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코스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 일대를 보트를 타고 다니면서 악어와 긴코 원숭이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세계 최대의 오랑우탄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키나발루산은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 키나발루는 조상신을 뜻하는 말레이어 ‘아키나’와 산을 뜻하는 ‘발루’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곳에서 키나발루는 영혼의 안식처로 불린다. 때문에 이 산은 지난 2000년 12월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동남아시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이 산에 사는 카다잔두순족이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기 때문이다. 키나발루산을 둘러싸고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야생 동식물의 보고로 곤충을 잡아먹는 세계에서 가장 큰 라자 브루크 낭상엽이 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간에는 포링 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옥외에 조성된 포링 온천은 유황 성분이 듬뿍 함유된 미네랄 온천으로 해발 486m에 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