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풍수의 함수관계

고층 아파트들이 조망권, 녹지 같은 환경 가치를 내세우며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선도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러므로 ‘집을 주위보다 높게 지으면 재보(財寶)가 늘지 않는다’라는 예전의 통념은 사라지고, 첨단 보안시스템으로 사생활이 보호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여유 있는 계층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 시대의 대표적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59층짜리 2개 동, 69층짜리 1개 동으로 이뤄진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한국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새롭게 떠올랐다. 고층의 아파트일수록 살기 좋은 집(?)일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인식을 현대인에게 심어줬다. 물론 초고층 아파트는 호텔식 로비와 다양한 주민 공동 시설을 갖추고,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평당 시세가 3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프리미엄 아파트가 됐다. 그러나 ‘집터의 지기는 손상돼서는 안된다’는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초고층 아파트는 지자기(地磁氣)가 허약하다는 결함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온전한 터에 짓고 살아야 재물이 모이고 훌륭한 인재도 태어난다고 믿어 왔다. 지구는 자성을 띤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고,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는 이유는 지구의 지자기 때문이다. 이 지자기를 지표면에서 측정하면 0.5가우스(gauss)가 발생하는데, 지상에서 4층 이상 올라간 건물에서 측정하면 0.25가우스 정도로 절반이 떨어진다. 고층의 콘크리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지자기를 정상적으로 전달받기 어려운데,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성인병들은 지자기 결핍에 따른 증후군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 키가 큰 나무도 20~25m 정도까지만 자라고 그 이상은 자라지 못하는데 이 역시 지자기의 영향이 크다는 견해가 있다. 나무가 자라는 최대 높이가 지자기가 전달되는 높이라고 가정한다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는 대략 6층 이하의 층이라고 볼 수 있다.풍수에서 지기(地氣)는 흙에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무른다고 본다. 만물을 탄생시키는 생기는 바로 물이고, 이 물은 흙의 입자 사이 공극에 가장 알맞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바위나 돌은 물을 품지 못해 만물을 탄생시키지 못하니 흉지이고, 물의 함량이 적은 모래 역시 길한 기운이 적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말이 생겨났다. 사상누각은 흔히 알고 있듯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기초가 부실해 곧 쓰러진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은 모래가 있는 곳은 풍수적 명당이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집을 짓고서는 큰 부자도, 큰 인물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흙만이 생기의 본체인 물을 적당량 품을 수 있고, 흙이 곧 생기 덩어리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따라서 집 안에 흙을 많이 두는 것은 지자기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아파트 베란다에 들여놓은 화초들은 실내에서 자연의 청량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문제는 화분 속의 흙이다. 화분에는 대개 썩은 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초엔 이로우나 집안의 생기를 썩게 만들어 풍수적 운이 트이는 것을 방해한다. 그 대안으로 등산길에 지표 30cm 아래의 산 흙을 파다 화분갈이를 해 준다. 생토가 들어오니 집안에는 생기가 북돋워져 전에 없던 지자기가 새롭게 잡히고, 지기가 쇠약했던 아파트가 안락하고 건강한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베란다의 양지바른 쪽에 판자를 이용해 화단을 만들고, 그 안을 깨끗한 흙으로 채운다. 그런 후에 야생화나 채소류를 키울 수 있는데, 이 역시 흙 속에 내재된 지기로 인해 집안에 결핍된 지자기가 보충된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베란다 화단이든 실내정원이든 그 속에는 반드시 생토를 가득 채워야 결핍된 지자기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다만 화단과 정원에는 수경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옛말에 ‘집안에 우물이 있으면 흉가’라고 했다. 해가 떠 마당이 따뜻해지면 우물 속의 찬 기운이 대류작용을 일으켜 찬바람이 도는 집이 되고, 그 결과 풍병(風病)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란다 혹은 거실 정원에 수경시설(작은 폭포, 여울)을 설치하면 이것은 집안에 우물을 둔 것과 같아 찬 물 기운이 집안을 돌며 식구들의 건강을 해친다. 집안에 물소리가 들리는 수족관을 두는 것도 가습기 역할은 기대되지만 풍수적 운이 트이는 것을 가로막아 흉하다. 초고층 아파트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난 해소와 밀집된 주거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개선하는데 효과가 커 현실적으로 일반화됐다. 그 결과 저층의 아파트도 재건축할 때는 법이 허락하는 한 초고층으로 짓고자 한다. 아직까지 고층 주거가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미흡한 편이다. 그렇다고 풍수가 좋은 집에 살아야 복을 받는다는 심리적 효과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깨끗한 흙을 집안에 두자는 제안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에게 비과학적이거나 미신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풍수는 흙을 사랑하는 학문이고, 흙에 기운인 지기가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수용하고, 하지 않는 것은 개개인에게 달려있지만 풍수를 실천했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무엇인가. 기꺼해야 등산길에 흙을 퍼 와 화분갈이를 했거나, 베란다에 화단을 조성하는 수고뿐이다. 하지만 풍수가 맞는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행운은 당신의 것이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