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덕 소장·고종완 대표의 새해 부동산 투자 해법

동산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믿음은 확고하다. 실제로 MONEY 조사결과(1월호 게재) 중산층 이상 시민들은 올해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택했다(49.6%). 주식시장 활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블루칩’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빼든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투자자들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MONEY는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과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를 초청,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유망종목에 대해 들어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출신인 김 소장은 벌집모형이론(Honeycomb Theory)을 이용해 국내 실정에 맞는 부동산 전략을 수립 중인 이론가다. 고 대표는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실무형 전문가. 두 사람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이지만 국지적으로는 강세를 보이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선덕 소장 =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우선 입주물량만 놓고 보면 전국적으로는 30% 증가하고 서울은 35%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은 30% 늘어나고요. 때문에 단순히 입주량으로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시경제 여건이 나아진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금리는 약간 상승하겠죠. 하지만 이 역시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올해 약 20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것이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하향안정세가 예상되지만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곳에서는 국지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고종완 대표= 거시 경제 여건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김 소장님과 의견이 같습니다. 저는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큽니다.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리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거액 자산가들을 만나면 이들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살아난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어요. 이들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싫어하죠. 시장을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남권만 해도 그렇습니다. 올해 입주물량이 많지만 내년부터는 급감합니다. 수요는 여전하죠. 비록 상반기 중에는 다주택자 중과세로 매물이 늘어나겠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소장 =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수요 위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금리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로 수요를 줄일 생각이었죠. 이 모두를 투기적 수요로 해석한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니 실수요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2000년 이전까지 가구 수가 둔화되나 2000~2005년에는 가구 수가 7.8%로 증가했어요. 이는 그만큼 실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고 대표 = 저는 세금과 금리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 금리와 부동산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활황기에는 저금리가 한몫 했죠. 경기 회복으로 정부가 콜금리를 인상하려고 하지만 연간 1% 이상씩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1%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합니다. 주택보급률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지만 대체로 100% 선입니다. 문제는 자가 소유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63%인데요. 서울은 48%입니다. 아직도 집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700만 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통한 주택문제 해결은 한계가 있습니다.◇ 김 소장 =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니 송파 강남 서초 강동 등을 제외한 지역은 10년 동안 주택 공급이 44% 증가했습니다. 강남은 20.8%에 불과했죠.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은 재건축 등으로 주택 가구수가 오히려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일관성 없는 정책을 선보여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죠. 택지공급과 분양가 결정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공급 조절은 충분히 정부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요는 아니죠. 일반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하는데 그것이 참 아쉬운 부분이죠. 고 대표 = 1가구 2주택 이상에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시행하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매물을 내놓겠느냐는 것인데 실제로 이들과 만나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제가 만나본 고액 자산가들은 대체로 강남권 보유매물이 많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죠. 그러다보니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대체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세금 중과도 그렇습니다. 분명 1가구 3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부담스럽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가격에 전가하면 된다는 생각이 커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 대표 =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투기세력과의 한판 싸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 문제죠. 지금 강남 시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실수요자가 더 많아요.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이익은 철저히 환수하되 2중 3중 규제는 풀어야 합니다. 결국 강남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필요합니다. 강남권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판교와 송파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김 소장 = 저는 정부가 그동안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공급 확대로 방향을 바꾼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송파신도시가 좋은 예죠. 강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강남 문제는 도시계획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해요. 가격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분명 지금의 상황은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강남이 강북을 앞서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강남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년 후 시장을 내다보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바뀔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규제 일변도의 강남 집값 정책은 실패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 정책을 세우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합니다.◇ 고 대표 = 정부의 규제가 주택이나 토지쪽에 몰려 있기 때문에 저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동안 상가 시장은 후분양과 공급과잉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평가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근린상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에 있는 근린상가가 투자 유망상품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오피스 시장은 강남보다는 청계천, 용산, 뚝섬, 상암동 등 강북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중인 송도신도시 인근과 제주도도 추천하고 싶습니다.김 소장 = 빨리 건설되는 물량일수록 공급 과잉의 피해를 적게 보게 마련입니다. 벌집이론으로 보면 수도권은 4국면(거래량과 값이 떨어지는 국면)입니다.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죠. 이 상태가 1~2년은 더 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저는 도시가 재생산되는 곳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도심 재개발 등이 대표적이죠. 도시 재생적인 측면에서 장기 투자처로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도 각광받을 것 같습니다. 개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대단하기 때문이죠.◇ 김 소장 = 매도세가 셀 것 같지는 않습니다. 8·31대책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매물을 내놓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강남지역 입주물량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종합부동산세 영향 등으로 상반기 중에는 고가 주택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수도권은 하반기에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점 투자를 원한다면 수도권은 12월, 강남은 6월이 좋습니다. 충청남북도와 경기도는 공급 과잉이 예상됩니다. 올해는 민간 택지의 주상복합이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기 투자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 대표 = 지금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는 시기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서울 강남권은 8·31대책 후속조치 영향으로 연초에 물량이 나올 것 같아요. 때문에 저가 구입을 생각한다면 이 시기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3월에 판교신도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매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강북지역은 뉴타운과 청계천, 용산, 뚝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비인기 지역의 소형 아파트는 서둘러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강남권 투자자들은 정부 규제가 약화되는 하반기까지 매도 타이밍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강북권은 중·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