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대우증권 상무의 투자전략

동산은 자산 보전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도 리스크가 거의 없이 다른 투자 수단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 년 내에 코스피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을 수 있습니다.”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05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베스트 증권사’ 조사에서 ‘최고 증권사’란 영예를 안은 대우증권의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상무)은 “당분간 주가의 대세 상승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전 상무는 높은 신뢰도와 정확도, 시의적절한 코멘트로 주가를 움직이는 대우증권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군단을 이끌고 있다. 그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으로 통한다. 그를 만나 주식시장의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5년 간 수출이 좋아지는데 비해 내수가 위축되는 엇박자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내수와 수출이 함께 호조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했을 경우 항상 덤핑이나 통상 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년 간 수출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고 경쟁력이라곤 가격뿐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수출이 늘어나면 항상 통상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 시장에서 마땅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질 높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덤핑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산업은 지난 20년 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된 것입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금융권이 기업 대출을 꺼린 반면 가계 대출을 크게 늘려 신용불량자가 늘어남에 따라 내수가 크게 위축됐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신용카드 위기가 마무리됐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담보 가치가 커졌기 때문에 당장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또 역설적이지만 노무현 정권 들어서 집값이 두 배로 뛰었고 주가도 100% 이상 올랐기 때문에 가처분소득과 담보 능력이 확실히 커졌습니다. 따라서 내수도 활성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올해가 더 높아지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아질 것입니다. ◇ “지난 1970년대 우리 경기가 호황을 맞은 것은 월남전 때문이었고 80년대 후반 호황기에는 중동 특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2000년대에는 중국 특수가 경기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13억 인구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어서 과거 특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특수가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31%였는데 30% 대의 수출 증가율은 80년대 중반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경험한 것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개발 붐이 일면서 여기저기서 개발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입해야 하는데 미국과 일본은 (지리적 혹은 산업 구조상)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대만은 경제 규모가 작은 데다 산업도 다변화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 철강 조선 기계 등 거의 모든 기초 원부자재를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가 정치도 불안하고 사회 갈등도 크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중국 금융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직접 중국 주식을 사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특수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한국의 주식을 중국 주식 대신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적어도 3년에서 5년 간은 중국 특수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0년까지 우리 경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주가는 굴곡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 기간까지는 상승세를 보일 것입니다.”◇ 주가 예측은 매우 복잡한 일이지만 올해 한국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우상향하는(대세 상승) 모습을 연출할 것입니다. 물론 주가는 전 세계 금리와 직접 연관이 있어 금리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예측해 본다면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진입한다면 주가수익배율(PER)을 확실히 두 자릿수로 맞출 수 있고 그러면 코스피지수는 2000을 넘을 것입니다.”◇ “환율은 경기 선행지표가 아니라 후행지표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졌을 때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했습니다. 또 이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2003년에 비해 현재 환율이 20% 떨어졌지만 기업 이익은 50% 늘었고 주가도 무려 120% 상승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우리 기업이 생산성을 높여 환율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고도 더 큰 수익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모두 대규모 장치산업이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장치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생산량을 두 배 늘리면 원가는 30% 이상 떨어집니다. 따라서 환율이 5% 떨어지더라도 수익이 별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저가 제품으로 덤핑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고가 제품을 만드는 데다 경쟁자도 별로 없기 때문에 원가를 훨씬 더 낮출 수 있게 됐습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이런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글로벌 리스크를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국지적 위험은 그리 중요한 변수가 아닙니다. 결국 돈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주가에 가장 큰 위험요인입니다. 따라서 핵심 변수는 미국금리입니다. 금리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다 임계치를 넘어서 성장률보다 높아지면 전체 주식시장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 여력도 없어질 것입니다. 중국도 대출 금리를 올리면 설비투자나 부동산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3% 대를 넘기 어렵고 물가도 안정되고 있어 금리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가더라도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름 값이 오르더라도 제조업 생산기지가 중국과 인도, 동유럽 등으로 이전하면서 노동력과 관련한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결국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도 중국이나 인도의 농촌 인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노동력 공급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유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인플레 우려는 높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땅값은 계속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매매차익이 별로 남지 않게 됐습니다. 부동산은 자산 보전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투자 이익을 올리는 것은 5~10년이 지나서 정권도 바뀌고 법도 바뀌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부동산이 ‘영원한 투자처’일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끊임없이 현금을 창출해주는 ‘젖줄’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대신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남겨둬도 거의 리스크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기업이 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대표기업 200개(시가총액의 80% 이상 차지)의 부채비율은 78%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외상매입금을 빼면 순차입금은 거의 미미합니다. 따라서 망할 리스크가 거의 없습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3% 대의 이자를 받는데, 현재 기업의 배당수익률만 2.3%가 됩니다. 또 한국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 수준입니다. 이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배당과 이익증가율을 고려하면 주식은 극히 낮은 위험에 기대수익률이 매우 높은 투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출 업종 가운데서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내수 업종에서는 금융과 엔터테인먼트를 꼽고 싶습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고전하면서 한국 업체가 대신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중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등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호전이 예상됩니다. 또 디지털TV는 PC를 대체할 거대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한국 업체들은 반도체부터 LCD까지 전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내수 업종 가운데 금융업은 내수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은행도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으며 보험산업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돈의 흐름이 바뀌면 증권업도 수혜를 볼 것입니다. 또 산업화가 절정을 이루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영화나 게임, 대중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어 유망한 분야로 판단됩니다.” ☞ 코스피 지수 전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