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머니 싱크탱크 ‘FIRE 포럼’

#장면12005년 12월14일 강남구 삼성동 모 음식점. 여럿이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 원장님. 아산에 호텔이 하나 나왔는데 값은 저렴한 것 같아요. 건물주의 말이 예전까지만 해도 수요 감소로 운영이 어려웠지만 삼성전자가 탕정면에 LCD공장을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에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하던데 괜찮을까요.”“글쎄요. 안 이사님이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전 비관적으로 봅니다. 공급도 충분한 상태인 데다, 아직 탕정 삼성전자 공장을 가지고 수요를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일단 회사에 보고는 해야겠네요. 혹시 자료는 가지고 있나요. 당장 보고서를 만들어야겠는데요.”#장면2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얼마 전 모 언론매체에 기고를 했다. 주제는 ‘장기임대 수요를 대비하자는 것’. 뭘 쓸까 고민하다 고 대표는 문득 얼마 전 전문가 모임에서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강팔용 PCA 상무가 보험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설명한 강좌였다.“은퇴보험까지 도입됐으니 보험은 이제 생명을 보호하는 것에서 노후를 대비하는 재테크 상품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고 대표는 메모지에 ‘장기임대’라는 글자를 적어뒀다. 며칠 후 그는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응용해 부동산 칼럼을 썼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신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는 것에서부터 ‘구체적인 상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내용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두 가지 장면은 ‘FIRE포럼’이란 만남이 배경이 되고 있다. 이 포럼은 부동산과 금융 전문가들이 만나는 모임이다. ‘금융(Finance)’과 ‘보험(Insurance’ ‘부동산(Real Estate)’을 연구하는 전문가 모임의 줄임말인 FIRE포럼은 지난해 4월 발족됐다. “부동산과 금융이 점차 하나가 되고 있는데 정작 이를 연구하는 전문가 모임은 별로 없더군요. 이 같은 고민을 풀기 위해 뭉친 게 모임 결성의 동기지요.”모임의 산파역을 맡은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모임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모임의 회장은 고승덕 변호사다. 고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고시(최연소 합격), 행정고시(수석합격), 외무고시(차석합격) 등 고시 3관왕으로 화제에 올랐었다. 증권관련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는 벌써 ‘고 변호사의 주식강의 1, 2, 3’이라는 증권 관련 서적을 내기도 했다. 강팔용 상무는 ING생명에서 영업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PCA생명의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PCA생명 입사 후 3년 만에 PCA생명의 계약률을 10배 이상 성장시켰다는 것은 보험업계의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국내 최초로 선진영업 기업인 GA(General Agency- 금융판매 전문법인/브로커 판매조직) 채널을 개발, 놀라운 영업실적을 거두기도 했다.RE멤버스 고종완 대표 역시 부동산컨설팅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다. 건국부동산연구소장과 고고에셋 대표, 건설교통부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각종 언론매체에 단골로 출연하고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상가 컨설턴트로 각종 언론매체에 상가 투자의 해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김종필 세무사는 서울은행과 외환은행 등 각 금융회사에서 세금 관련 강의를 맡고 있는 부동산 전문 세무사다. 박준환 미국호텔협회한국지부 부원장은 호텔컨설팅 분야의 전문가로 호텔 및 외식업체 창업과 운영에 일가견이 있다. 청와대 행정도시 자문위원인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과 골프 등 레저산업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인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회 소장도 정식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입지를 아예 도맡아 선정하는 등 상가 상권분석의 고수인 원창희 인터원그룹 대표와 법원경매 교육 전문가인 최정렬 서울고등법원 교수도 회원으로 포함돼 있다. 모임에는 각 은행 PB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부산은행에서 PB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곽위열 PB사업팀장은 지방은행으로서는 드물게 부산은행의 PB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 종합일간지에서 자산 리모델링을 고정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김종민 교보증권 자산관리팀 파트장도 이 모임의 주요 멤버다. 푸르덴셜투신증권과 현대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치면서 펀드 자산관리 재무컨설팅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고 현재는 사내외 각종 교육 등에 빠지지 않고 나서고 있다. 특히 에듀케어 학자금펀드를 개발해 증권업협회에서 배타적 상품판매권을 획득했다. 유상철 대우증권 PF부장은 국내 최초로 선박펀드를 개발한 주역이다. 안주영 라샬인베스트먼트 이사와 금융부동산 사이버 교육업체인 고고에듀 이용호 대표도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남원 산업은행 수신영업추진실장은 은행 전체 예금유치 및 PB영업 전략을 지휘하는 PB분야 야전사령관이다. 이 밖에 김영표 신한은행 PB사업부장, 여종균 농협 PB사업부장, 이상철 삼성생명 상무, 장경훈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장, 김홍룡 기업은행 PB사업부장, 유점승 우리은행 PB사업부장, 김종규 GS건설 상무, 박정일 대림산업 상무 등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모이다 보니 나누는 대화의 수준이 높다. 정기모임을 취재하러 기자가 방문하자 이내 표정이 달라졌다. “우리가 말하는 것 기사에 쓰면 안 됩니다. 그냥 듣기만 해주세요. 기록도 안 됩니다.” 오가는 정보의 수준 때문에 모임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FIRE포럼의 정기모임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 정기모임에서는 단순히 친목을 나누기보다는 연구와 토론에 더 무게를 둔다. 부산은행 곽 팀장은 “저녁 모임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부산행 KTX를 타면 거의 새벽에 부산에 도착한다”면서 “그래도 모임에서 얻어가는 정보가 워낙 많아 거의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FIRE포럼은 별도의 회원비가 없다. 모임을 운영하기 위한 돈은 외부 세미나나 저술활동 등을 통해서 충당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8일 전경련 회관에서 ‘재테크 환경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150여 명의 일반인이 참여하는 등 성황리에 열렸다. FIRE포럼은 이 같은 일반인 세미나를 적어도 석달에 한 번꼴로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은행 곽 팀장은 FIRE 모임을 순수한 목적의 전문가 모임이라고 말했다.“어느 날 회사에서 재테크 세미나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FIRE모임에 부탁했죠. 그랬더니 몇몇 분이 아무런 조건 없이 부산으로 내려와 강의를 해주고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FIRE포럼은 연초에 ‘금융과 부산 투자의 중장기 전략’이라는 재테크 책을 낼 계획이다. 또 2006년 상반기 중 고승덕 변호사와 고종완 대표의 이름을 건 부동산펀드 ‘GO GO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GO GO 펀드’는 70%를 부동산개발, 30%는 주식운용에 사용할 계획이며 100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자 모집은 대우증권이 주간사로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RE포럼 회장인 고 변호사는 “모임의 내실을 좀더 갖춰 자산관리 내지는 자산투자 역할까지 담당했으면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