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재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0억원 만들기’ ‘부자 열풍’ 등은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트렌드나 유행에 민감하다는 언론과 출판 시장을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명백히 드러난다. 재테크나 머니 등의 지면이 생겨났고, 서점에는 아예 재테크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이번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돈에 대한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자의 기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및 자산 관리 목표와 실제 운용상의 불일치다. ‘우리나라에서 부자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3.8%가 10억~40억원 정도의 재산을 부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연령 대에 따라 부자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60세 이상은 주로 30억~40억원을, 39세 이하는 10억~20억원이 부자의 기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재산 형성 과정에 있는 세대와 형성이 끝난 세대 간의 인식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다. 필자는 부자의 기준으로 재산 형성이 끝난 세대의 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60세 이상의 재산 형성이 끝난 사람들은 그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젊은층에 비해 돈의 크기를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관리 목표와 실제 운용상의 차이는 빨리 시정될 필요가 있다. 재테크의 최종 종착역은 노후생활이다. 그런데 노후생활용 자금을 마련하는 연금이나 보험 등에 매월 불입하는 돈은 응답자의 50% 정도가 6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노후생활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50대다. 50대 응답자의 40.8%가 월 30만원 미만을 불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가 늙어 가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후 준비를 하루 빨리 서두를 필요가 있다. 자산 운용에서 노후생활용으로 할당하는 금액을 지금보다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에 있어서 여전히 부동산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당장 10억원의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8.8%가 아파트 등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도 약 50%가 부동산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동산 선호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리고 사회가 고령화할수록 부동산 등 실물 자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가계의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30% 대에 머무르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금융자산이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부동산 선호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금융사 이용이나 소비에 있어서 ‘브랜드’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삼성래미안, 은행은 국민은행, 보험과 증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소위 말하는 1등 기업들의 브랜드를 선호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를 알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선호도에 있어서도 ‘지역 브랜드’가 판단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과 분당 등 강남권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60%가 넘었다. 브랜드라는 자산은 숫자로 표시하기는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자산이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더 높은 브랜드 선호하는 현상을 보인다. 최근 부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소비재 회사들이나 금융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끝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금융지식이 아직도 낮다는 점이다. 종합주가지수의 의미를 모른다고 대답한 사람이 36.4%나 됐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종합주가지수를 모르는 비중이 더 높았다. 재산의 차이가 지식의 격차를 낳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지식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요한 필수 능력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