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반에는 금발머리 담임 선생님과 검은머리 담임선생님이 있어요.” 서울 강북구 미아5동 영훈초등학교는 영어 몰입교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립초등학교다. 반마다 담임과 부담임이 있는데 부 담임교사가 원어민이다. 학년마다 36명씩 4개반으로 편성된 영훈초등학교는 수학·사회·과학 등의 과목을 한국인과 원어민 교사가 번갈아 가며 가르친다. 한국인 교사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 교과서 과정을 가르치며 원어민들은 미국·뉴질랜드·호주 등 영어권 나라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사용한다.1학년 때부터 외국인과 섞여서 생활하다 보니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대학을 졸업한 성인 이상이다. 이 학교의 심옥령 교감은 “작문 실력을 기준으로 하면 초등학교 5학년의 영어실력은 일반 고등학교 2~3학년 수준을 능가한다”며 “학생들에게 영어는 공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공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영훈초등학교의 수업은 ‘소수’ ‘집중’ 두 단어로 요약된다. 일단 수업시간이 80분으로 다른 학교보다 두 배 정도로 길다. 하나의 주제를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수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학생들 전체가 아닌 절반을 따로 떼어 가르친다. 18명을 A반, 또 다른 18명을 B반으로 나눈 후 한쪽은 한국인 교사가 다른 쪽은 원어민 교사가 가르친다.초등학교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교과에 대해서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똑같이 하고 난 후 영어로 각 교과를 더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 평균 수업 시간이 길다. 통상 공립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이 주당 25~32시간이지만 영훈초교에선 38시간 수업을 받는다. 수업 후 진행되는 특기적성 교과과정까지 계산하면 고등학교를 능가하는 수업을 소화해야 한다.이 학교가 영어교육을 한 역사는 20년을 헤아리지만 원어민 부담임 제도를 처음 운영한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영어 몰입교육이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훨씬 전부터 외국인 학교와 똑같은 형태의 수업을 해 온 셈이다. 정창진 교장은 “만 6~7세짜리 어린이에게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것을 놓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머리가 ‘스펀지’와 같은 아이들은 금세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영어몰입교육을 받은 학 萱?현재 중학교 3학년이라며 3년 정도 후면 우리학교 영어교육의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영훈초교의 영어 몰입교육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낙오자들에 대한 배려가 철저하다는 것.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었고 낙오자를 끊임없이 재교육 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특별 프로그램(English Reading Special Care)을 개발하게 됐다.심 교감은 “본 수업 외에 영어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보충수업, 방과 후 개설돼 있는 주 5시간짜리 영어수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한 학년에 3~4명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는 데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학교가 남다른 점은 또 있다. 교실 사이에 칸막이가 전혀 없다. 책상도 언제든지 모여서 토론할 수 있도록 이동하기 쉬운 원탁으로 돼 있다. 일부 수업은 방바닥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심 교감은 “학생들은 수업 도중 참관하는 사람들, 옆반 수업 등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교과활동을 벌인다”며 “이처럼 교실을 꾸미면 학생들의 창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영훈초교에 학생들을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교육비다. 원어민 교사가 32명이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립초교와 비교하면 등록금이 높은 편이다. 1분기를 기준으로 한 등록금만 156만원. 중식비(끼니당 2500원 내외)와 스쿨버스 비용(1년 81만원), 방과 후 특기적성 비용 등을 합하면 한달에 7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장은 “원어민이 교육하는 사설학원을 다닌다고 하면 수업료 이상의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며 “교육의 질 대비 수업료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영훈초교도 다른 사립학교와 똑같이 추첨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학교에 나와 추첨을 통해 배정 을 받는다.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초등학생은 누구나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경쟁률은 영어를 잘 가르친다는 소문 덕에 4.4 대 1 선으로 다른 곳에 비해 높다. 전입은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아니라면 받지 않는 게 원칙이다. 유학생이라 하더라도 학교에서 정하는 인터뷰 등 전형과정을 거쳐야 전입이 가능하다. ☞ 영어 몰입교육이란 : ☞ 사립초등학교 색다른 교육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