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올바른 자녀교육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기 잡는 법을 어떻게 깨우쳐 줄까.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게 이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의 젊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현실도 자녀에게 고기 잡는 법을 일찌감치 전수해주기 위해 ‘올인’하는 셈으로 볼 수 있다.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사립초등학교 입학전쟁을 ‘에듀테크’ 시각에서 바라봤다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L사의 이금실 과장(36)은 일곱 살 난 딸아이의 초등학교 진학 문제를 놓고 남편과 1주일째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남편은 가까운 공립학교에 보내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과장의 생각은 다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학원 뒷바라지’에 소홀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특기적성 교육이 발달해 있는 사립초등학교가 대안일 수 있다는 게 이 과장의 생각이다.이 과장 같은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사립초등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39개 사립초등학교 전형에서 4455명 정원에 8355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이 1.9 대 1에 달했다. 실제로 이대부속초등학교(5.5 대 1), 계성초등학교(4.6 대 1), 동산초등학교(4.6 대 1), 영훈초등학교(4.4 대 1) 등 일부 인기 사립초등학교 입학은 ‘바늘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전문가들도 사립초등학교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립초등학교의 가장 큰 장점. 학급당 정원도 공립보다 적고 젊은 교사들에게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좋다. 특히 어학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대부분 1학년부터 원어민(native) 강사가 지도하는 영어수업을 받는다. 영훈초등학교의 경우 영어과목뿐 아니라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 교과 수업도 영어로 진행한다.공통 교육과정 지도도 공립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사립초등학교들은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 전국 사립초등학교 공동학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보충 심화교육을 하고 있다.사립초등학교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기적성 교육에 별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립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것이 가장 큰 단점.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워 등교시켜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6시 꼭두새벽부터 아이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게 사립초등학교를 택한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다 공립중학교에 진학할 경우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사립초등학교 진학을 계획해도 학교를 고르는 일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사립초등학교는 전국에 74개(서울 39곳)가 있는데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제각각이어서 학교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한다. 화랑초등학교는 골프 체육수업을 하며 숭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관현악 특별활동을 벌인다. 리라초등학교는 스케이트 수영 스키 태권도가 필수 체육과목이다. 경기초등학교는 독서 교육에 중점을 둔다. 종교재단이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녀가 특정 종교와 관련된 수업을 받기를 원치 않는 학부모라면 지원하고자 하는 초등학교 종교재단과의 연관성도 확인해 봐야 한다.영훈초등학교 심옥령 교감은 “주변의 얘기만 듣고 사립초등학교를 고르기보다는 집과 가까운 사립초등학교 한두 곳에 들러 교사들과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립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의 기질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수업료다. 사립학교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르기 때문에 수업료가 공립보다 비싸다. 수업료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분기 기준으로 70만~9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원어민 교사가 많은 학교의 경우 이 비용이 더 올라간다. 여기에 급식비 월 5만~6만원과 특기적성 수업비, 스쿨버스 요금 등을 합하면 매달 50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 입학금도 별도다. 학생 1인당 70만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수업료와 관련, 사립학교들은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학원에 보낼 때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사립초등학교교장회 정진해 회장(화랑초등학교 교장)은 “사립학교 대부분이 외국어와 특기적성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며 “사교육비를 전부 포함할 경우 사립학교가 공립보다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사립학교들은 12월1일부터 일제히 원서를 교부, 접수한다. 대개 10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12일 공개추첨으로 전형을 치른다.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의 경우 서울지역 거주자면 누구나 공개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거주지가 학교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추첨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 전형 당일에는 보호자와 어린이를 동반, 사진 대조 작업을 거친 후 추첨한다. 두 군데 이상의 학교에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든 사립초등학교가 같은 시간에 사진 대조 작업과 추첨을 하기 때문에 한 학교밖에는 고를 수 없다.☞ 2006학년도 사립초등학교 입학안내 : ☞ 2006학년도 전국사립초등학교 신입생 모집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