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도를 달리던 대기업 임원인 김기영씨(46)는 문득 10년 후 미래를 떠올렸다. 앞으로 직장 생활은 길어봐야 10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월급을 모아 집 한 채 장만하고 생활비를 쓴 나머지는 저축했다. 그러나 자녀의 결혼과 학비, 퇴직 이후 생활비 등 앞으로 써야 할 돈은 엄청나게 많다. 현재의 재산을 따져봤다. 시가 5억원 상당의 집 한 채와 현금성 자산 2억원이 전부다. 이 정도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커져갔다. 하루는 기업은행 분당 파크뷰 지점의 강우신 PB팀장의 칼럼을 보고 노후 대비를 본격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씨는 용기를 내 강 팀장을 찾아갔다.“길어 봤자 10년인데….”“아니 뭐가요?”“은퇴 말이에요. 모아 둔 돈이 없어 걱정입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자산 설계에 들어간 강 팀장은 상당히 놀랐다. 우선 김씨의 연봉이 1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40대 중반의 나이로는 적지 않은 급여다. 직장에 헌신하면서 얻어낸 가장 큰 성과다. 두 번째로 놀란 사실은 김씨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알고 있는 금융상품이라고는 정기예금뿐. 다른 상품은 김씨와 상관없는 특별한 사람이 활용하는 그야말로 ‘특별한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금융지식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은퇴 이후의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후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숱하게 접해 왔지만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열심히 일만 한 때문이다. 어쨌든 이로 인해 쏠쏠한 연봉을 받고 있고 집 한 채와 최소한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보기 드문 ‘몸 재테크’ 사례다.김씨의 현금 자산은 1년짜리 정기예금 형태로 예치돼 있었다. 기타 신용카드 사용대금과 아파트 관리비 등이 빠지는 입출식 통장도 하나 있었다.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쓰고 통장에 돈이 조금 모이면 정기예금으로 옮기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강 팀장은 우선 정기예금의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했다. 정기예금은 땅 짚고 헤엄치는 상품이다. 안전성 면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절대 최고가 아니다. 정기예금 비율을 40~50%로 줄일 필요가 있다. 정기예금을 1억원 이내로 운용해야 한다. 강 팀장은 나머지 1억원 중 6천만원을 ELS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간접투자 상품으로, 주식형 펀드와 정기예금의 장점을 모은 틈새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강 팀장은 또 나머지 4000만원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투자 상품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배당주 펀드나 가치주 펀드가 무난해 보인다. ELS 펀드나 주식형 펀드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 지켜야 할 원칙 중 하나는 반드시 여유자금, 장기투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김씨의 경우 자금 용도가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순수한 여유자금이므로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상품에 할애했다. 이와 함께 쓰고 남은 돈을 모아 정기예금으로 옮기는 방법 대신 월급 중 일부를 먼저 떼어 연금보험에 부으라고 권고했다. ☞ 투자 포트폴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