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가입한 경우 연수익률 8%… 은행이자 2배

립식 펀드는 말 그대로 은행의 적금처럼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은행 적금은 확정금리를 받지만 적립식 펀드는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 나는 실적 배당이 적용된다. 저축과 투자가 결합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규모는 4조6616억원이며, 계좌는 160만6709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형별로는 주식형이 115만7000개(72.0%)로 가장 많고 이어 주식과 채권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는 혼합형(15.4%),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12.0%) 등이다.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주식 투자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투자 기간에 따라 단기 투자와 장기 투자로 나눌 수 있고,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에 따라 목돈을 일시에 투자하는 방법과 소액(일정 금액)을 여려 차례에 걸쳐 분산해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일정 금액을 장기간에 걸쳐 분산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을 정액법 또는 적립식 투자라고 부른다. 적립식 투자는 미국 월가(街)의 ‘살아 있는 영웅’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창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intelligent Investor)’에서 정액법으로 주식을 장기간 투자할 경우 십중팔구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렸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보여줬다.주가 등락에도 불구하고 적립식 투자가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평균 매입가격 절감(코스트 에버리징:cost-averaging)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증시 변동과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입하면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고 또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게 돼 결국 평균적으로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벤자민 그레이엄은 “적립식 투자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위험은 줄어들고 수익의 기회를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우리나라처럼 주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적립식 투자는 매우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도 적립식 펀드가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최소 3년, 최대 10년 이상을 바라보며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성과를 측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적립식 펀드 투자가 활성화한 지 불과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여간의 성적을 굳이 따지자면 ‘합격점’이다. 펀드평가 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형 적립식 펀드 12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수익률(5월4일 기준)이 평균 8.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3일부터 매월 꼬박꼬박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면 8%의 수익률을 올려 은행 금리의 2배 정도 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물론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가입한 고객들은 원금을 까먹고 있다. 주가가 지난 3월 초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서 적립식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는 원금 손실을 볼 때도 있지만 이를 장기 투자로 커버하면 돼 지금 당장 문제될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고객들 역시 주가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돈을 붓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또 다른 장점은 큰 목돈이 없더라도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 변동성이 큰 국내 시장에서 주식 투자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과거 수십년간 우리나라 주식 투자 문화는 ‘단기 목돈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한 달에 50%’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몰빵 투자’가 주류였다. 그러다가 최근 1~2년 전부터 이 같은 한탕주의식 투자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대신 배당투자,우량주 장기 투자와 같은 선진형 투자 문화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 특히 2003년 말을 기점으로 적립식 장기 투자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저금리 기조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 시대적 변화가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과거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두 자릿수 금리 시대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은행 예금이 가장 좋은 재산 증식 수단이었다. 새내기 직장인들은 첫 월급을 받는 날이면 예외 없이 은행으로 달려가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은행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지금 은행 예금은 사실상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살인적인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예금이 ‘천대’받기 시작하자 자연히 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및 예금 비중이 13.4%(2002년 말 기준)인 데 반해 한국의 경우 57.2%(2003년 말 기준)에 이르고 있다.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급속히 진전하고 있는 점도 적립식 투자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82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66.2세였지만 오는 2010년에는 78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직장에서의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샐러리맨들은 “은퇴 후 길게는 10년,많게는 30년 가까이 근로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창희 소장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가계의 투자도 과거의 일시적 목돈 만들기에서 노후 대비와 자녀교육 등과 같은 장기 플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적립식 펀드가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적립식 투자의 최대 장점인 매입 단가를 낮추고 매입 수량을 높이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 기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둘째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투자 자금의 자산별 배분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리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너무 적거나 많으면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셋째 주가 하락에도 흔들리지 않고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모든 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변하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비관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강하다.넷째 ‘지금이 가입의 적기(適期)’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는 매수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상투에 사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는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므로 가입 시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다섯째 가입 기간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목표 수익률을 미리 정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투자 기간을 미리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 원금 대비 30% 수익이 나면 펀드를 환매하겠다’ 는 식으로 목표 수익률을 정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