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건설·조선·증권 등 수익 가속페달 밟을 듯

식시장이 옆걸음질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흡사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자는 모습을 보인다. 올 초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할 때와 같은 역동적인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주식을 왕창 사들이는 손길도 사라졌다. 그렇지만 꼭 그럴까. 꽁꽁 얼어붙은 강 밑으로 물이 흐르듯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 상황이 썩 좋진 않지만, 주가가 크게 빠지지는 않는다는 게 시장의 긴장감을 말해준다. 정중동(靜中動) 인 셈이다. 겉으로 보면 시장의 방향을 틀 재료가 포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기업 실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는 올라가게 마련이고, 그렇지 못하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올 초 국내 기업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분기에도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할 전망이다. ‘이제 곧 좋아진다, 다음 분기엔 틀림없다’는 말이 끊이지 않던 경기회복도 아직은 감감해 2분기 실적호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업종별로 엇갈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이 추정한 199개 주요 상장기업의 분기별 실적 전망에 따르면 올 3분기부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이들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7.0%로 2분기 -10.3%에서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순이익도 6.2% 늘어나면서 2분기 -4.9%에서 반전될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 증권 휴대폰 건설 조선 등이 3분기부터 실적 호전의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종은 기업 실적의 호전이 주식 거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영업이익이 4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업종의 경우 2분기에 94% 정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가 3분기 중 흑자전환될 것으로 추정됐다. 올 상반기까지는 과거 저가에 수주했던 물량의 생산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데다 철강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실적이 바닥권을 헤매지만, 3분기부터는 저가 수주 물량의 감소로 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선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LNG선 발주물량을 국내 업체가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빠질 수 없는 구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수기에 진입하는 해운업종도 관심이다. 물동량이 증가하는 데다 미국 서부항만의 적체로 실질 공급능력이 둔화되고 있어 운임 상승세는 오는 2006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보험 제약업체들도 하반기 실적이 대폭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정보기술(IT)이다. IT 업종이 국내 증시의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한마디로 국내 증시의 ‘주전 투수’다. 이런 IT 업종이 지난 1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초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연 주역도 IT가 아닌 철강 등 소재주였다. 하지만 최근 IT 업종이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요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상승 반전한 게 단적인 예다. LCD 가격 조사기관인 위츠뷰에 따르면 업계 주력 제품인 17인치 모니터용 LCD 패널은 지난 5월 전월 대비 5달러 상승한 165달러에 거래됐다. LCD 패널 가격은 작년 이맘 때 296달러를 정점으로 미끄럼을 타며 올해 1,2월에는 152~153달러 선까지 추락했지만 3월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트북용 15인치 패널과 TV용 30인치 패널 가격도 최근 낙폭이 줄어들며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LCD의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IT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필립스LCD LG전자 등 국내 대표주들의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휴대폰 부문도 관심거리다. D램에 버금갈 만큼 수출 비중이 높아진 휴대폰의 경우 세계적으로 가입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IT 업종이 살아나면 국내 증시도 예전보다 훨씬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물론 주가의 발목을 잡을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율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체도 있고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곳도 있지만 시장 자체에 불확실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아직은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출 업체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은 물론이다. 또 경기회복론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돼가고 있는 것과 국제 유가가 여전히 고공비행을 하는 점도 부담이다. 반짝 좋아지는 듯하더니 체감경기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은 기업들이 이미 충분히 대비해 온 사안이고, 경기나 유가의 경우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평가된 우량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10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포스코가 3.4배에 불과한 것을 비롯 SK(주) 현대자동차 신한금융지주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은 PER가 5~9배에 그치고 있다.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이 같은 저평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PER를 100으로 놨을 때 15.7 수준이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면 GM 주가의 15.7%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스코 등도 해외 유사업체 주가에 비해 주가가 2분의 1 수준이다. 어쩌면 지금 시장은 조용한 가운데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