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핫 이슈

분기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미국경제 논쟁이었다. 유가와 미국의 소비, 고용문제가 금리 상승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설왕설래하면서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한국 주가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렇게 한국 시장이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핵문제’라는 한국 고유의 리스크가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4월 말 이후 잇따르고 있는 언론 보도만 보면 금방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다. 5월 초순까지 미국과 북한은 서로에 비수(匕首)를 들이대며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왔다.이에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등도 함께 가세하면서 가히 무협지에 나오는 중원(中原)의 풍경과 같은 무정부 상태의 혼란을 던져줬다. 그렇지만 한국과 주변국의 금융시장은 험악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관망세가 이어졌다. 만일 북핵문제가 여기서 더 악화한다면 주가, 채권가격,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폭락하고 달러화나 금값이 오를 것은 자명했지만, 오히려 원화 강세가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면서 현실인식에서 일반 대중과 금융시장 간 인식의 차이를 노출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북핵문제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주가나 금리의 기본 변동 원칙이 현재 상황이 아니라 미래의 결과를 반영하는 속성에 기인한다. 즉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불명확한 위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히 분석해 장기적인 결과만 바라보고 투자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수 있는가. 북한도 과연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대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아직까지는 ‘No’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북핵문제를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입장에서 판단해 볼 경우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그 파장은 동북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균형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에는 큰 짐이 된다. 한편 북한도 핵실험 실시는 주변국의 견제로 체제 안정과 경제 개발이라는 목표 이룰 수 없고, 오히려 체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미국과 마찬가지로 핵실험을 감행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 이렇게 상대편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5월 말 현재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그 운반체인 미사일 개발은 미국과 북한이 위험한 벼랑에서 서로 맞부딪친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이 서로 다른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으면서 자백할까 말까 하는 심정을 말한다. 만일 양측이 극단적 선택(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북한 핵폭격)을 할 경우 북핵문제는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세계적 문제로 확산돼 모두가 공멸에 이를 수 있다. 반대로 한 쪽만 굴복할 경우에는 굴복한 쪽만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적의 상황은 양측이 일정한 양보를 해서 벼랑에서 내려올 때 이 게임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윈윈(Win-Win)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조금씩 양보하는 것인데, 다행히 5월 중반 이후 양측의 태도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자, 북한도 남북 차관급 회담에 응했다. 이는 마치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인 상호 신뢰의 단계에 양측이 조금씩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중국이 중재자 이상의 직접 당사자로서 게임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는 크게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아직은 협상 이전 과정인 상호 신뢰를 만들어 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과 미국이 상대의 전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지만, 반대로 협상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는 추가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관망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핵문제는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완치가 어려운 성인병과 같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챙겨야 할 한국 투자자들의 기본적 투자환경이 될 전망이다. ‘북핵’은 조정기의 한국 증시에 항상 좋은 핑곗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