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한도는 미성년 1500만원… 통장거래증명은 인정 안돼

최근 미국의 US트러스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혹시 자녀들이 고생하지 않을까’였다. 자산규모가 590만달러 이상인 부자들이 자녀의 빈곤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니. 그러나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부자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갖가지 방비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자녀 명의로 증여재산공제 한도에 맞춰 주식이나 예금을 증여하는 것이다. 또 매달 일정금액을 적금이나 적립식펀드에 자녀 명의의 계좌로 납입해 물려주는 부모들도 있다.이는 중산층 가정에도 확산되고 있는 합법적인 증여 방법이다. 부자들은 이 자금을 불려 자녀 명의로 부동산 등을 구입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자금출처에 문제가 없을까. 국세청의 유권 해석은 이렇다. ‘자녀에게 증여한 시점에 세무서에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 자금을 자녀가 인출해 실제 사용한 시점에 증여한 것으로 본다.’ 일 처리를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성인된 자녀는 3000만원 공제서울 청담동에 사는 A씨. 지난 1994년 평소 거래하던 은행 담당자로부터 증여재산공제 규정에 따라 미성년 자녀에게 1500만원, 성년이 된 자녀에게 30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A씨는 두 자녀 명의로 각각 1994년과 2001년 1500만원짜리 예금통장을 개설, 증여했다. 이제 원금과 이자를 합쳐 부동산을 자녀에게 사주려고 하는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옛 속담이 생각나 국세청에 문의했다.이에 대해 국세청은 “증여 목적으로 자녀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해 현금을 입금하는 경우 그 입금 시기에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라며 “입금 시점에 자녀가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당해 금전을 자녀가 인출해 실제 사용한 날에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따라서 자녀 명의의 예금계좌 등을 개설해 입금한 자체가 증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여사실을 입증해야 할 경우에는 세무서에 제출하는 증여세 신고서 등으로 입금시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만일 이 사례처럼 A씨가 1994년과 2001년 자녀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한 시점에 증여세 신고를 한 경우 이후 늘어난 재산으로 자녀가 부동산을 얻어도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A씨는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 명의의 부동산 취득시 30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선 따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매달 생활비조로 용돈을 예적금 계좌로 입금하면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될까? 이 경우 역시 증여재산공제 한도가 넘어가면 세무서에 증여세 신고를 마쳐야 이후 늘어나는 재산에 대해 비과세된다.간혹 부모들이 자녀 명의의 적금통장에 매달 일정금액을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 “증여재산공제 한도가 3000만원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출처 조사가 부담돼 적은 돈을 매달 모아주면 문제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올해 56세의 직장인인 B씨는 30세인 자녀에게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매달 70만원씩 통장에 입금해줬다. 이 경우 세금대상이 되는지 또 신고한다면 전액 합쳐 신고해야 하는지, 아니면 연도별로 신고해야 하는지를 국세청에 확인해 봤다.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에 해당하는 경우 증여세는 비과세”라며 “생활비 또는 교육비 명목으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에도 재산을 예적금하거나 주식과 토지, 주택 등의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하면 비과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매월 받은 금전이 시점마다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합산 대상이며, 금전을 받을 때마다 증여세 신고 및 납부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부동산매입 자금 사용땐 과세대상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와 교육비는 필요시마다 바로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재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쓰지 않고 모은 금전은 비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다.간혹 금융회사에서 성년이 된 자녀에게는 비과세로 3000만원씩 증여할 수 있으므로 그 금액을 자녀 명의로 정기 예·적금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적립식 펀드를 이용해 매달 적은 금액으로 부모가 자녀 대신 납입해 증여하라고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녀 명의로 증권투자나 은행 예적금을 해놓는 자체가 비과세 목적의 증여를 완성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재산을 증식하더라도 증여재산공제 한도인 3000만원(미성년 자녀 1500만원)만 인정받을 뿐 나머지는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결국 증여재산공제 한도 내에서 증여하고 이후 재산을 불려 부동산이나 기타 여러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각 해당 세무서에 가서 증여세 신고를 한 뒤 증빙자료를 남겨놓아야 한다. 다만 증여재산 비과세 한도는 3000만원으로 10년에 한 번씩만 쓸 수 있으며, 증권을 통한 증여도 역시 요령은 같다. ☞ 증여관련 세법조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