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 메가스터디 손주은사장의 성공 노하우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 설립자인 손주은 사장(44)은 “지난 겨울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재수 끝에 코스닥 상장 심사를 통과한 메가스터디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9일. 1년 전보다 공모가를 1만원 정도 낮췄지만 실패 경험이 있어서 좀체 조바심이 가시지 않았다. 몇 년간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몽땅 쏟아 부은 메가스터디가 시장에서 어떤 판정을 받을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씩 교차했다.청약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몰려든 청약자금만 9543억5400만원. 경쟁률도 254.03 대 1이나 됐다. 이날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주식 부호 대열에 손 사장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공모가(1만8500원) 기준으로만 따져도 손 사장이 300억원대의 부자가 됐다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상장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메가스터디는 코스닥 대표주로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액면가 500원짜리인 이 회사의 주가는 4만원대를 웃돈다. 지난 6월17일 종가는 4만1000원.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메가스터디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502억원의 매출에 148억원의 순이익을 낸 알짜 기업이다. 주가가 오르면서 손 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그의 지분율은 31.04%로 6월17일 종가로 계산하면 778억원에 달한다. 현역강사가 백만장자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것.학원강사에서 일약 외형 500억원대의 상장회사 사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손 사장의 인생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출신인 손 사장은 한때 법조인이 되기 위해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여의치 않자 기업체 문을 노크하기도 했으나 결국 돈을 모아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손을 댄 게 학원강사 일이다. 그게 평생 직업이 될 줄이야. 처음에는 2~3년 바짝 매달려 돈을 모은 뒤 다른 일을 찾을 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불행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그를 ‘손사탐’(사회탐구를 가르치는 손 선생님이란 뜻으로 손 사장의 별명)으로 거듭나게 만든 사건, 그것은 개인적으로 돌이키고 싶지않은 비극이었다.“자식 둘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너무 갑자기 당한 일이라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하늘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밥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작정 슬픔에 빠져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통을 잊기 위해 무엇인가 몰두할 일이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그는 다시 학원 강단에 섰다. 매주 60시간 이상을 강의에 매달렸다. 목이 쉬었지만 쉴 짬도 없었다. 학생들은 손 사장이 강의에 매달리는 이유를 몰랐지만 강의에 대한 열정에 점차 빠져들었다. 입소문이 퍼져 나갔다. 한 시즌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손 사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 왔다. ‘손사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학원가에 나돌았던 것도 이 무렵이다. 학원강사로서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그가 ‘동네 학원’을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은 98년이었다. 손 사장은 무심코 켠 홈쇼핑 TV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물건을 주문하는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 강의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점점 진화했다. 온라인을 통해 강의하면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물론 지방 학생들도 모을 수 있겠구나 하는 발상으로 발전했다.그때부터 그는 자신만큼 명성을 떨치고 있던 서울 대치동의 유명 강사들에게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고 2000년 7월 이범 조진만씨 등 당대 최고의 강사들과 함께 온라인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를 세웠다. 남들과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손 사장이 처음으로 온라인 교육 업체를 연 사람은 아니다. 메가스터디 이전에도 배움닷컴 참누리 J&J 등의 교육 업체들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메가스터디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비결은 강사진에 있었다.“기존 업체들은 IT(정보기술) 업계 출신의 기술자들이 만들었어요. 기술적으로야 훌륭하지만 교육이라는 서비스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죠. 저의 전략은 대치동 학원가를 통째로 온라인상에 옮겨 오는 것이었습니다. 오프라인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길은 명강사를 쓰는 방법이 유일했습니다. 대치동의 특급 강사들을 설득해 강사진을 짰습니다.”메가스터디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스타 강사의 관리였다. 손 사장의 얼굴을 봐서 강의 녹화를 하겠다고 한 강사들이 오프라인 강의 때문에 녹화장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메가스터디 스태프는 강사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동분서주해야 했다. “2001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강사들이 온라인 강의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했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메가스터디 직영학원을 통한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적절히 섞어서 운영할 수밖에 없었지요.”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손 사장에게는 운도 따랐다. 메가스터디가 학원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한 2001년을 전후해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크게 나아졌다. 인터넷이 연결된 지역이 넓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속도 문제 때문에 동영상 강의가 뚝뚝 끊겼는데 초고속 인터넷망 업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줬어요. 이때부터 동영상 강의를 보기 위해 학생들이 회원으로 속속 가입하기 시작했죠. 회사의 성장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EBS와의 한판 승부매년 60~70%씩 성장해 오던 메가스터디는 2004년 초 강력한 복병을 만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방송인 EBS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료 강의를 시작하고 수학능력시험 방송을 EBS를 통해 내보내겠다고 선언한 것. 메가스터디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증권가와 언론에서는 이를 ‘EBS 쇼크’라고 부르며 사교육 업체들, 특히 온라인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실제로 2004년 2,3분기 메가스터디는 EBS 쇼크로 방문자가 줄어드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온라인 강의 매출이 7% 감소했고 3분기에는 매출 감소폭이 27%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꾸준한 콘텐츠 개선 작업 결과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꼬리표를 떼고 매출이 15%가량 늘었다.☞ 메가스터디의 매출추이 : “저는 ‘EBS 쇼크’보다는 ‘EBS 효과’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교육부의 홍보 덕분에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런 조치들이 자극제가 돼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됐죠.(웃음) 아무래도 정부에서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면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학생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이제는 EBS를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상장 이후 여윳돈이 생긴 손 사장은 올 들어 메가스터디를 ‘대학입시 전문업체’에서 ‘종합 교육기업’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초 각급 공무원시험과 사법고시 등을 준비하는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강의 사업을 시작했다. 성인 교육을 위한 오프라인 거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고시 학원 밀집 지역인 노량진에 113억원을 들여 학원 건물을 새로 매입했다. 대학별 시험과 내신이 중요해지는 2008년 이후에는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재수종합반 시장을 장악하는 등 오프라인 학원 기반도 더 넓힐 계획이다. 또 중국 등 해외에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복안도 있다. 깨끗한 부자되어 사회에 이바지 할 터 “대한민국은 부자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습니다. 특히 민간 교육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적개심에 가까워요. 저를 돈만 안다고 ‘손 돼지’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사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가장 앞장선 것은 교육부가 아닌 온라인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과목당 30만~40만원씩 하는 학원비를 5만~6만원 선으로 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공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더라고요.(웃음)”손 사장의 사업 신조는 ‘깨끗한 부자’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번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그렇게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교육 발전에 큰 도움을 줄수 있다는 것.“사람은 돈이 많아지면 명예를 얻고 싶어지죠. 사립학교 세운 분들 중 상당수는 돈으로 명예를 산 사람들이라는 생각이에요. 저도 학원을 경영하면서 60억원 정도 돈이 모였을 때 학교나 하나 차려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게 내 이기심을 채우는 것 말고, 뭐가 있느냐고 심각하게 생각했죠. ‘돈을 벌되 깨끗하게 벌자. 그것이 사회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다’고 마음먹고 메가스터디를 세웠고 앞으로도 그 신조를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모두가 부러워하는 백만장자가 됐지만 손 사장의 생활은 강사 시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면서 사회탐구 강의에 열을 올리고 있고. 수업 준비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것도 똑같다. 손 사장은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친 후 야간 강의가 있다고 양해를 구한 뒤 황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강의 노트를 주섬주섬 챙기는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