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대출 가산금리 국내 첫 도입…부동산 과열 진정에 솔선

하나은행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김종열 행장이 부임하면서 급류를 타는 느낌이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다주택자 가산금리를 제일 먼저 도입하는가 하면 생존차원에서 벌이는 타 은행의 특판금리와 미끼금리 대출 경쟁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금융계는 김 행장을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최고경영자(CEO)로 평가하고 있다.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금융인 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는 기업금융부 투자금융부 리스크관리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을 수 있는 부자들이 많다”며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선진사회가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부자들의 파트너인 ‘MONEY’가 그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하는 김 행장을 만나 하나은행의 비전과 고객 자산관리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지난 3월 행장으로 취임하신 후 하나은행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취임 초부터 항상 이야기했지만 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나은행과 자회사들은 이미 지주회사로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는 데다 전임 행장에 의해 많은 변화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지주회사 설립과 이에 따른 은행 및 자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일입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권한을 하부로 내려 조직의 역동성을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도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용자 중심의 업무처리 관행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하셨는데요, 인수 이후 전략과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죠.“대한투자신탁증권 인수는 하나금융그룹의 체질 개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관리 분야를 선점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앞으로 대투는 상품공급자로서, 하나은행은 상품공급채널로서 역할이 크게 구분될 것입니다. 또한 추가적인 M&A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나 금융그룹의 중장기적 성장전략에 적합한 상대방이 있고 적정한 조건이 된다면 고려할 것입니다.”-경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 논쟁이 한창입니다. 행장님은 하반기 경기와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대내외 경제변수의 움직임이 부정적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도 문제입니다. 현재의 집값 상승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수요가 강하다고 봅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가수요에 의한 측면이 강한 것입니다. 따라서 상당부분 거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다주택자 가산금리를 도입하셨습니다. 도입배경은 무엇입니까.“우리는 지난 7월 중순부터 1주택 이상을 담보로 대출받은 기존 고객이 본인 명의의 다른 주택을 담보로 신규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를 0.2%포인트 높이기로 했습니다. 은행의 영업활동이 사회적으로 부의 경제효과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과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일조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입니다. 하나은행이 특판금리와 담보대출 미끼금리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폐지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언제까지 가격덤핑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바른 실력을 키워 당당하게 경쟁할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이 하나은행하면 프라이빗뱅킹(PB)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PB 고객에 대한 대응은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이 핵심입니다. 금융 지주회사 체계를 통해 다양한 상품 구색을 마련하고 그동안 축적한 고객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하면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고객이 은행을 자주 찾도록 하는 방안을 여러 각도로 마련 중입니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는 의미입니다. 음악 미술 등 문화적인 활동과 여가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PB 고객 자녀 중매서비스입니다.”-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인으로서 PB 선택법과 투자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죠.“PB에서 자산관리를 받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B들의 개인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은행 전체의 고객관리 철학과 정책이 고객에게 맞아야 합니다. 그 다음이 PB들의 경험과 능력입니다. 고객에게 잘 맞는 은행을 선택한 투자자는 이때부터 길게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때그때 나타나는 작은 파도에 흔들리지 말고 큰 흐름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본인의 소신에 따라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은행 내 담당 PB가 있어 평소 의논해 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우리 사회에서는 부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행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는 우리 사회에도 존재하고 있고 정말 존경받을 수 있는 부자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정서상 선행은 남이 모르게 하라는 인식이 강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공동체와 교감할 수 있고 그 속에 있어야 합니다.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선진사회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도 부자들의 사회공헌이 늘어날 것이고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더욱 바빠지셨겠습니다.“틈나는 대로 조금씩이라도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작년에 담배를 끊었는데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스케줄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간혹 일찍 들어가는 날이나 주말에는 서로 대화도 하고 의견 교환도 하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그저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