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샐러리맨이 부자되는 투자 로드맵

샐러리맨 지장만 씨: “샐러리맨이 월급 모아 집 장만하려면 얼마나 걸릴까?”동료 이추정 씨: “5년. 10년. 20년, 글쎄”정답은 27년이다. 서울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이 한 푼의 대출금 없이 저축으로만 32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최소 27년이 걸리는 것으로 최근 한 조사결과 나타났다. 월평균 가계 흑자액 63만3000원과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연 4.34%(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2평형 3억2955만원) 등을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문제는 샐러리맨들의 내 집 마련 기간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것. 올해 서울에서 32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지난 2000년보다 무려 8년7개월이나 길어졌다.직장에 첫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이 월급만 꼬박꼬박 모아서는 내 집을 마련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값이 뜀박질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무일푼 직장인이 단기간에 재테크 하나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면 일반 사람들에겐 전형(role model)이 될 만하다. 공기업 대리인 최필구씨(35·가명)는 이런 점에서 가히 ‘스타’라 할 만하다. 지난 98년 무일푼 상태에서 기업에 입사한 뒤 부동산 재테크로만 내 집 마련을 포함,7억~8억원을 모았으니 말이다. 최씨는 10년 내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게 꿈이다.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의 재테크 세계를 들여다보자. 주말에 더 바쁜 샐러리맨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기업에 합격하긴 했지만 돈이 문제였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살던 최씨는 설상가상 아버지까지 편찮게 되자 살던 집을 담보로 잡혔다. 가진 게 그야말로 부모님의 단독주택 한 채였기 때문에 앞이 캄캄했다. 재테크가 아니라면 희망이 없어 보였다. 대학시절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최씨의 부동산 공부는 지극히 단순했다. 주말마다 무작정 ‘현장’을 누비는 방법이었다. 우선 토요일에는 주요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녔다. 그 지역에서 가장 가격이 높게 형성된 아파트를 뽑은 다음 그 이유를 일일이 노트에 정리했다. 일종의 투자분석서가 만들어졌다. 중개업소가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주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은 좀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때 배웠다. “평소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기회인 줄 모른다”는 믿음도 생겼다. 1년 정도 지나자 최씨의 눈에 서서히 ‘부동산’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경제신문을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통 알 길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한 줄 한 줄 밑줄까지 그으면서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졌을 뿐더러 부동산을 보는 안목도 넓어졌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전세를 살게 되면 영원히 세입자로 살아야 할 것 같은 긴박감이 엄습했다. ‘뭔가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첫 투자에 나섰다.재건축아파트에 승부서울 및 수도권 일대를 돌던 중 광명시에 들렀던 최씨는 철산 주공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인 데도 가격이 싼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26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일종의 신용대출인 셈이다. 99년 9600만원짜리인 주공아파트 28평형을 전세금 7000만원에다 대출을 보태 매입했다. 회사에서 저리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금리 부담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이 아파트를 3년 비과세 기간까지 보유하고 있다 2001년 2억원에 매도했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앉아서 1억원을 벌 수 있었다. 철산 주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시점에 서울 당산동의 S아파트를 청약했다. 입사 직후 300만원짜리 청약예금에 가입해둔 게 효자 노릇을 했다. 당시 25평형을 1억3500만원에 사서 1년 만에 분양권 상태로 되팔았다. 세금을 빼고도 프리미엄만 5000만원에 달했다. 무일푼에서 당장 1억50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 최씨는 좀 더 과감한 투자를 시도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사업 진척도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높다는 점을 간파하고, 철산 주공아파트의 갈아타기에 나섰다. 28평형을 팔자마자 32평형을 매입했다. 당시 시세가 1억6000만원이었는데, 자기 돈 4000만원에다 전세금 1억2000만원을 합쳐 매입했다. 지금 시세는 2억8000만원 안팎. 나머지 돈으로 역시 같은 아파트 13평형을 매입했다. 전세금 3000만원을 끼고 1억원에 매입했다 1억6000만원에 되팔았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호재들이 잇따르자 조급한 마음이 들어 철산 주공 13평형을 다시 비슷한 가격으로 매입했다. 지금까지 보유 중인 이 아파트의 시세는 2억2000만원 선이다. 최씨는 주로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번 사고 팔았지만, 정작 자신은 쾌적한 곳을 찾아 분당신도시의 전세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투자 따로, 생활 따로’인 셈이다. 그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철산 주공 두 채. 하지만 1가구 2주택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 채의 재건축 속도가 빨라 이미 멸실됐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자로 분류된다.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한경 하루 두 시간 정독최씨의 정보력은 사실 신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을 읽는 데 하루 두 시간을 투자한다. 미세한 정보는 ‘현장’에서 얻을 수 있지만, 거시적 안목을 키우는 데 신문만큼 좋은 교사가 없다는 게 최씨의 지론이다. 눈에 띄는 기사는 스크랩한다. 최씨는 부동산은 주식과 달라서 거시적 안목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기 호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요즘같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상당수가 부동산을 재테크로 인식하는 상황 아래서는 시장 흐름을 꿰뚫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최씨가 눈여겨보는 부동산 경제지표가 있다. 바로 그 해의 주택건설 승인 물량이다. 연초마다 전년도의 사업 승인 확정물량이 발표되는데, 이 추이가 아파트 값 흐름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아파트 사업 승인 물량은 35만호 정도가 적정하다. 만약 이보다 적으면 3~4년 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이보다 많으면 향후 아파트 공급이 많아져 가격 상승에 제한을 받는다는 논리다. ‘주택건설 승인 물량’ 지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선(先)투자에 나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에는 △정부정책 △금리 △경제상황 등 다양한 변수들이 많지만, 수요·공급 물량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 수치를 투자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