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 청권사 이사장 마테크 노하우

사단법인 청권사(전주이씨 효령대군 종친회) 이수홍 이사장은 주말마다 어김없이 과천의 서울경마공원을 찾는다. 지난 7월16일 오후 4시 이 이사장은 여느 때와 같이 마방(경주마 숙소)으로 향했다. 네 조각으로 토막 낸 홍당무가 들어 있는 통을 들고 그가 찾은 곳은 애마 ‘싱그러운’의 마방이었다. 그가 소유한 10필의 말 중 가장 성적이 뛰어난 싱그러운은 이곳에 있는 여러 말들 중에서도 마주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말로 소문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코리안오크스배가 열리는 날 이 이사장은 경기 전 출전하는 말들을 점검하고자 마방에 들렀다. 그러나 이날따라 싱그러운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몸무게는 정상치보다 7㎏ 정도 빠졌고, 그래서인지 기운도 없어 보였다. 경기에 출전하기도 전에 영락없이 패잔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 싱그러운의 예상 우승 순위는 겨우 5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실망하지 않은 채 흡사 자식에게 하는 말처럼 “괜찮다. 최선만 다하라”고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고. 그 격려가 효험이 있었는지 싱그러운은 이변을 연출했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마지막 곡선주로를 돌면서부터 싱그러운이 막판 스퍼트를 내 역전을 시켰다는 것. 경마 전문가들은 이날의 승부를 지난해 최대 명승부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 이사장이 경주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이때 개인마주제가 처음 실시되면서 두 마리 말의 아버지가 된 것. 지금은 10마리를 보유 중이다. 그에게 말은 ‘인격체’나 다름없다. 정성을 들인 만큼 보은을 해준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2000년 은퇴한 슬릭애즈캣. 거금 4000만원을 들여 수입한 슬릭애즈캣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리가 부러졌다. 경주마로서 수명을 다한 셈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너무 불쌍하더군요. 경마공원에서 퇴출돼 식용으로 팔려 나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착잡했습니다. 그래서 500만원을 들여 수술을 해줬지만 결국 경주마로 다시 뛸 수는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요. 하지만 나중에 보은을 해주더라고요. 씨암말로 변신해 무려 3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 중 두 마리가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 이사장의 말 사랑을 아는지 그의 경주마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중 1억7334만원을 벌어들였다. 마주 상금랭킹 7위다. 비결이 궁금했다. “말을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감싸주고 보살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부 마주들은 너무 수익률에 급급해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올바른 경마산업 구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이 이사장은 바른 경마문화 실현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행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위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국민 봉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은퇴마’를 육군사관학교와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증, 육군사관학교 생도와 서민들이 말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