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인터뷰

현재로서는 펀드투자만이 유일한 투자 대안입니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금융인 생활 30년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협회 윤태순 회장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펀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지난 1976년 한국투자공사에 입사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줄곧 투자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업계 전문가 출신이 유관기관장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관료 출신이 아닌 그가 과연 정부 당국과 업계 간의 가교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취임한 지 1년여,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동안 자산운용업계는 눈부시게 달라졌다. 펀드 수탁액이 4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200조원을 넘어섰고 퇴직연금제도 도입,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 정부로부터 많은 정책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펀드 수탁액이 지난 99년 7월 262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대우채 사태로 감소해 2000년 말 138조원까지 내려갔었습니다. 이후 올 5월 5년5개월 만에 200조원을 회복했는데, 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실물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기 자금이 아니라 중장기 자금이 늘어났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현재와 같이 간접투자 및 적립식펀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장기 주식형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주어질 경우 당분간 펀드 수탁액 증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일부에서는 간접투자가 각종 수수료도 많고 수익을 낼 때 직접투자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직접투자할 경우 개인이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 중에서 투자판단에 적절한 정보를 가려내고 위험관리를 직접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간접투자를 권한다. 수수료 문제 역시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견해다. 투자자들도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투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일부 투자자 중에는 과거 간접투자에 대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단언한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정으로 펀드운용 시 투자자에 대한 공시제도 및 컴플라이언스 역할이 대폭 강화된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또 사전배분 원칙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매매주문 및 자산배분을 전산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 불공정한 자산배분을 방지하고 있다고 한다. 주식형·채권형부터 상품구조가 복잡한 조기 상환형 파생상품까지 다양한 유형의 펀드가 6000개를 넘는다. 펀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여간 고민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그는 운용사를 보고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이제는 스타 펀드매니저는 필요 없습니다. 펀드매니저 개인 판단으로만 운용하는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팀제로 운용하기 때문에 운용사의 철학과 과거 실적 등을 보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향후 간접투자시장에 대한 전망을 묻자 “최고의 투자처를 확언할 순 없겠지만, 제일 좋은 투자대안은 간접투자”라며 “대표적 투자처인 부동산은 버블 우려와 각종 세금 인상 등으로 더 이상 투자대안으로 보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며, 가계 금융자산이 늘어나고(2004년 말 1082조원) 있는 데다 부동자금의 적절한 투자처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 고령화 추세까지 감안한다면 펀드투자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