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이 에너지가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올 여름 중국의 31개 성과 시 가운데 25개 지역에서 제한 송전을 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의 공장들은 강제로 돌아가면서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전기료가 인상된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과열이 우려될 만큼 발전소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새로 신·증설되는 발전소의 능력만 7000만kw로 연말이면 중국 전체로는 5억kw를 초과할 전망이다. 지난 2001년만 해도 증설분이 1929만kw였으나 작년에만 사상 최고인 5100만kw에 이를 만큼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5000만kw가 영국의 전체 발전용량에 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발전소의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이 같은 흐름을 미리 간파한 게 바로 원저우(溫州) 상인들이다. 대부분 국유발전소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 발전소들도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 투자에 원저우 상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저장성의 민간자본이 중소 수력발전소에 투자한 자금만 1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외지에 건설되는 수력발전소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이 자본의 상당규모가 원저우 상인에게서 나왔다는 후문이다.전력기기 제조업체인 창청전기그룹의 예샹타오 총재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100대 부호에 진입한 원저우 상인이다. 그는 간쑤성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5억위안을 투자했다. 전체 발전용량은 5만2000kw이며 내년 말 가동할 예정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예 총재는 “간쑤성의 전기 가격은 매우 낮은 kw당 0.22위안(1위안은 약 125원)에 불과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면 7~8년이 걸린다”며 “그러나 발전소가 완공된 후에는 직원 몇 명만 보내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시장족자치구에 23년간 거주하며 전력설비 생산업체를 운영해온 원저우 상인 위한신은 이미 4개의 수력발전소를 갖고 있다. 일부는 인수한 뒤 개조하고 있다. 위한신은 “원래 10여년이 걸려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력발전소를 우리가 개조하면 6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수력발전 투자자들에게 비가 내리는 것은 돈이 내려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얘기한다.원저우에서도 수력발전은 이윤이 높은 투자사업으로 꼽힌다. 지난 1999년 원저우의 일반회사 직원 왕 선생은 친지 및 친구들과 함께 지분 참여 형식으로 고향에 세워지는 수력발전소에 600만위안을 투자했다. 그는 투자 수익률이 20%에 이른다며 흡족해 하고 있다. 내친김에 외지로 나가 샨시에 위치한 수력발전소에도 친구와 함께 2000만위안을 투자했다. 매년 2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는 게 왕 선생의 귀띔이다.물론 고수익은 고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과열 투자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일부 지역, 특히 서부에서 맹목적인 발전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정리 정돈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32개의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몇몇 지역에서 전력이 과잉 생산될까 걱정이다”(장궈바오(張國寶) 국무원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부주임)는 점도 전력산업에 대한 거시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이미 작년 말 중국 당국은 제대로 허가를 받지 않고 건설 중인 불법 발전소의 용량이 8000만kw에 이른다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전력산업처럼 과열에서 긴축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중국의 경제성장에서 흔히 겪는 산업 패턴 중 하나다. 이 흐름을 읽을 때 시차를 이용한 투자 수익을 챙길 수 있음을 원저우 상인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