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망지역과 주택금융 시스템
지난 7월 한국은행은 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7월부터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요건을 완화하면서 일반인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시행한 지 불과 20일 만에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가 2건이나 접수됐다. 외국환관리규정을 개정한 지난 1999년부터 올 6월까지 한국은행에 접수된 해외주택취득 신고건수가 단 한건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50대 직장인 김철수씨(가명)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 37만달러짜리 주택을 샀다. 아내가 이미 2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데다 취업비자와 재직증명서 등 확실한 체류 증빙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씨는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과 세금완납증명서, 신용정보 조회서 외에도 해외 주택에 대한 부동산 가계약서와 현지 감정평가기관이 발행한 감정평가서도 함께 제출했다. 현행 해외투자관리규정에 따르면 부동산 취득의 경우 해외에서 2년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50만달러 이내의 주거용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미국 부동산 투자는 수익률 면에서 괜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시스템부터 알아둬야 한다. 국내에서처럼 자기 자본을 70~80%나 들여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다. 미국에선 장기 모기지가 잘 발달돼 있어 이를 지렛대로 잘 활용하면 구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 우선 대출 방식부터 알아보자.2차 대출시장 활용하면 구입비 많이 절약미국 주택담보대출은 국내처럼 각 은행 지점이 고객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소매 대출 방식과 브로커에 자금을 빌려주는 도매 대출 방식, 제휴를 맺고 있는 중소형 모기지 은행과 지역 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주는 제휴 대출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하는 금융회사는 모기지회사, 상업은행, 저축기관 등이며 이들은 각 지역별 브로커와 연계해 자금을 지원해준다. 현재 미국 내에서 영업 중인 주택자금대출 기관은 25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한인은행 수만 12개이며 국내에서 진출한 금융기관은 조흥·우리·외환은행 등이다.미국 주택담보대출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다운페이(Down-pay). 현금으로 지불하는 돈의 규모를 말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반대 의미로 보면 된다. 물론 다운페이는 철저히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현지에 거주하는 시민권자이면서 신용도와 은행거래 실적이 우수하다면 총 주택구입비의 5%만 있어도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자기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다운페이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신용도나 거래 실적이 없어 미국 시민권자에 비해 비율은 다소 높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은 모기지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데 주택은 30%, 상가는 35~40% 정도의 다운페이가 적용된다. 부족한 부분은 2차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 일종의 후순위 대출로 다운페이의 약 50%를 추가로 대출해준다. 물론 2차 대출기관의 금리는 1차 모기지 은행보다 다소 높다. 외국인이 2차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PMI(Principal Mortgage Insurance)라는 대출보험에 추가로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곳이 투자 유망할까. 한인들이 밀집한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샌디에이고 등이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시애틀부터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서부 해안선과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이어지는 동부 해안선 모두 부동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최대 한인이 모여 있는 LA지역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집값이 두 자릿수 이상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LA지역 평균 집값은 전년보다 21.1%나 오른 47만4700달러였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카운티만 해도 1년 만에 7%가량 집값이 상승했다. 임대료 상승률도 높아 LA메트로폴리탄의 경우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6.2%나 뛰었고 산타모니카도 12.1%나 값이 상승했다. 서부지역 부동산 투자에도 불이 붙었다. 물론 현지 교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 부동산 열풍에는 국내 투자자들도 한 몫 거들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한국인 간 부동산 거래 건수는 총 1379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건별로 보면 20.1%가 식당이었으며 식료품점 11.9%, 세탁소 8.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현재 LA지역에서는 국내 투자자 및 미국 내 교포들의 투자가 늘면서 상가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LA 인근 베스트부동산 관계자는 “세탁소의 경우 월 매출액의 최고 10~15배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매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비디오테이프 대여점들도 매출액의 10배 정도 선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사모펀드를 구성해 상대적으로 값이 저평가돼 있는 대형 물건을 공략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호텔 등 상업용 건물을 짓기 위해 부지 매입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현지 조사 어려움 이용 부동산 사기 급증문제는 미국 부동산 투자 역시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 원금까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내 한인 부동산 전문 브로커인 김희영 대표가 한인들의 LA카운티 토지 보유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LA메트로폴리탄에 토지를 소유한 한인은 총 2290명에 달한다. 액수로는 2억6636만8990달러를 투자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투자인가 여부다. 김 대표는 한인 투자의 81%가 실패한 투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힘든 황무지에 투자한 경우조차 있다는 것이다. 천연 동식물이나 광물 보호지역이어서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는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토지를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현지 집값이 거품이라는 분석도 참고할 부분이다. 특히 미 서부지역에서는 한인끼리 거래하면서 부동산 값이 거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무턱대고 비싼 값에 덜컥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향후 하락기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늘고 있는 E-2비자 사기도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친구나 친지, 현지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E-2비자를 받기 위해 돈을 송금하는 것은 종종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올 초 20만달러를 보낸 김씨는 당초 미국에서 식당 하나를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이 식당은 현재 시세가 7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을 악용한 사례다. 또 동업인인 현지 식당 주인이 추가로 돈을 요구할 경우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 미국 주택금융 시스템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