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해외여행 중에 비행기 안에서 뒤적여 본 어느 잡지에 1만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여성용 핸드백 광고가 실려 있었다. 상품, 특히 여성용 상품에 대해 전혀 안목이 없는 필자의 눈에는 적어도 사진으로만 봐서는 동대문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만원짜리 여성용 핸드백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 속으로 놀랐다. 아무리 명품이라지만 1만달러짜리 핸드백이라니. 우리 돈으로 얼추 계산해 보아도 1000만원이 훨씬 넘는 핸드백이 아닌가.서민들은 1000만원이 넘는 여성용 핸드백과 같은 고가의 사치품을 보면 아마도 ‘과소비’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일반인들은 사치품에 대해 대체로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사치품을 살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배 아파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런 사치품을 살 돈이 있으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해당 상품을 소비하거나 향유하는 데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는 희생의 대가다. 그래서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소비자들은 가급적 값싼 상품이 ‘바람직한’ 상품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값비싼 상품은 사치품으로 여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런데 가격은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개당 임금과 이윤의 합이다. 재료 가격 역시 결국 가격과 임금의 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만원짜리 핸드백을 만들어 팔면 누군가의 임금소득과 이윤소득이 10만원 증가하고, 1000만원짜리 핸드백을 만들어 팔면 누군가의 임금소득과 이윤소득이 1000만원 증가한다. 근로자이든, 기업가이든 되도록이면 많은 소득을 올리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임금과 이윤을 합한 값이 부가가치이므로 기업이 부가가치를 높여야만 보다 많은 임금과 이윤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은 되도록 중간재 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고가의 상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저가의 상품이라도 대량으로 팔 수만 있다면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이런 시각에서 보면 고가의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가는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선망과 격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 얼마 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흑인 여자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가 4억원짜리 귀고리를 차고 US오픈 테니스 경기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리 기업가들도 그런 부가가치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어야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를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오션 전략’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붉은 핏빛이 흥건한 기존의 시장, 즉 ‘레드오션’을 탈피하고, 아직 아무도 나가지 않은 먼 바다, 이른바 ‘블루오션’에서 풍어의 꿈을 이루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는 획기적인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을 시도하라는 것이다. 10만원짜리 여성용 핸드백을 만들어 왔던 국내 생산업자들은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 제조업자들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레드오션에서 생존경쟁의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국내기업들이 1000만원짜리 여성용 핸드백과 같은 고가의 명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은 경쟁이 거의 없는 블루오션에서 높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것은 보다 많은 국내 기업가들이 바로 그러한 비전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들도 그런 비전을 갖고 고가의 명품을 만들려는 기업가들을 사치를 조장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비난하거나 경제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폄훼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