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바이러스 ‘스테이셔너리’상류사회 확산
명품 패션 브랜드의 타깃은 상류층,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최근 이들을 타깃으로 신종 문화상품이 뜨고 있다. 바로 스테이셔너리(stationery:문구)다. 유럽 명문가에서 가문의 문장(紋章)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스테이셔너리를 맞춤 방식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트렌드 중심에 서있는 켈리타앤컴퍼니를 통해 상류 사회의 ‘스테이셔너리 문화’를 짚어봤다.신분을 상징하는 특별한 가치를 종이에 담다한국에서 성(姓)씨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문헌 상으로 고구려 건국 초기인 1세기 무렵이다. 주로 왕족과 귀족계급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성을 하사받는 것은 가문을 일으킬 자격을 부여받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맞춤 스테이셔너리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픈 ‘신 상류층’의 욕구에 부응하는 문화상품이다. 스테이셔너리는 고급스러운 종이 위에 새겨진 자신의 문장, 그리고 받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담긴 맞춤 초대장 등이 주 종목이다. 한마디로 ‘마음을 움직이는 종이’인 셈이다.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스테이셔너리는 문구류라기보다 액세서리나 신분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변하고 있다. 덕분에 해마다 고급 스테이셔너리 시장에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고 명품 브랜드도 앞 다퉈 관련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스테이셔너리는 주문에서 배달까지 전 과정이 1 대 1 맞춤 서비스로 완결된다. 그만큼 아날로그적 특성이 강하다. 대량생산 및 복제, 유통이 얼마든지 가능한 디지털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종이 편지의 역할을 e메일이나 휴대폰이 대신하는 시대에 아날로그식의 문화상품이 뜨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켈리타의 남다른 행보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맞춤 스테이셔너리 전문 제작업체 ‘켈리타앤컴퍼니’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오트쿠튀르의 고귀함과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 켈리타는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에서 최고급의 스테이셔너리 재료를 수입해 고객의 주문에 맞는 문양 등을 제작해 주고 있다. 해외에 지사도 두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주문 생산된 코튼 재질의 청첩장을 비롯해 초대장, 자신의 이름과 문양이 새겨진 편지지와 편지봉투, 부조금 봉투, 봉투를 붙일 때 쓰는 가문 문양이 새겨진 스티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부유층은 외제차와 명품에 이어 맞춤 문구를 통해 다른 계층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개인의 모노그램(두 개 이상의 글자를 한 글자 모양으로 도안한 것)이나 가문의 엠블렘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맞춤 스테이셔너리의 주요 고객이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간부, 의사, 변호사 등인 것을 볼 때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소위 ‘신 상류층’이며, 주로 데스크 패드, 나이프, 필통, 액자 등 데스크톱 풀세트를 구입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가꾸어 나가고 있다. 남성들에겐 넥타이나 시계 외엔 딱히 액세서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테이블을 장식해주는 스테이셔너리 세트가 그들의 신분과 기호를 훌륭하게 각인시켜준다는 것. 켈리타의 VIP마케팅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켈리타앤컴퍼니의 최성희 대표는 “상담과 디자인을 위한 미팅은 주로 고객의 자택에서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제품은 정성껏 포장해 말쑥한 정장 차림의 직원이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전달해 준다”고 밝혔다. “집단 문화 속에 점차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 맞춤 스테이셔너리는 고유의 개성을 가장 지적으로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고객과 상담하고 각자 선호하는 컬러와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스테이셔너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상류 사회에서는 이미 맞춤 스테이셔너리가 보편화됐습니다. 주치의, 고문변호사가 있듯이 개인 디자이너를 따로 옆에 둔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한 은행장이 두 사람만의 오찬모임에 초대할 때 상대방에게 보내려고 특별 제작한 초대장이었습니다. 정중한 초대를 위해 오직 한 장을 의뢰한 거죠. 받는 분이 크게 감동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저도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켈리타는 고급스러운 종이를 통해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